지하련의 우주/Jazz Life

소리와 사랑

지하련 2007. 10. 29. 16:50

옥소리와 박철의 사건을 보면서, 한국적 상황이 빚어낸 슬픈 초상화 같다는 생각을 했다.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사랑을 지속시키기란 얼마나 어려운가를 잘 알고 있다. 이제 사랑은 관습의, 규범의, 제도의 규제도 벗어난 채 도전과 모험, 그리고 도피의 회오리 속에 존재하고 있다. 아, 이탈로 칼비노라면 ‘보이지 않는 사랑’라고 불렀을 것이다.

월요일 아침에 일어나 잠시 사랑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러자 물음표들이 연속적으로 호수의 물결처럼, 내 마음 가장자리에 가 부딪혔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사랑이라는 텍스트보다 사랑의 주위를 구성하는 콘텍스트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나는 서른 중반이 되어서야 깨달았다. 차라리 모른 채 시작하는 편이 나았을지도.

온라인서점에서 주문한 책이 도착했다. 그 중에 ‘소리, 말할 수 없는 마음을 듣다’라는 책도 있다. 몇 달 전부터 사고 싶은 책이었다.

월요일 오후, 대기는 무거워지고 마음은 가라앉고 사람들은 침묵을 배워나가는 시간이다. 새들의 지저귐은 나무들 사이로 휴식을 취하며 연인은 마주 잡은 손으로 서로의 손바닥 무늬를 확인한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마음은 흔들리고, 지구는 쉼 없이 태양의 주위를 돌며 사랑을 속삭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