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이제 얼마 안 있어 마흔

지하련 2007. 11. 17. 14:43


방화동 어느 빌라의 평온은 옥상을 점령한 여중생 일행에 의해서 깨져서, 시멘트 바닥으로 흩어져 내렸다. 작은 한 손엔 국자를, 다른 한 손엔 냄비와 김치. 그 모습을 보면서 뒤따라 올라갔다. 아, 여중생들이 옥상에서 사발면을 끓여먹고 있었다. 그리고 한 소리를 했다.


“여기가 니네들 놀이터가? 원래 옥상 문 안 열어둔다. 이번 한 번 그냥 넘어가는데, 이러지 말아라.”


왜 그렇게 화가 났을까. 그들의 처지를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리고 후배에게 전화가 왔다. 그리고 몇 마디를 주고받았다.


“형 같은 사람은 문제가 심각하지.”


얼마 전 입사지원을 했던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핸드폰 번호를 알려달라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비영리법인의 일이고, 정해진 월급도 없는 일이니, 나에게 월급이 나오는 직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직까지 괜찮은 걸까.


집에서 뒹굴거리던 와인을 마신다. 그리고 ‘내 별자리는 디오니소스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오늘은 종일 원고를 쓸 예정이다. 돈벌이용 원고를. 나에게 프리랜서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내가 원했던 원하지 않았던 간에. 너무 많은 생각에, 어쩌지 못하겠다.

 

이제 얼마 안 있어 내 나이도 마흔인데, 이런 태도로 얼마나 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