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대선 이후

지하련 2007. 12. 20. 14:03


오전에 식사를 하고 투표를 하러 갔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누구를 찍을 것인가를 감으로, 신문의 여론조사 결과로 알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나는 그 대다수에 속하지 못했다. 전체적인 내 삶은 한 번도 그 대다수로 포함된 적이 없다. 놀랍게도 나는 어떤 대다수에 속한다는 생각이 들 때, 도리어 끔찍한 기분에 휩싸인다. 반골기질이 있는 것도 아닌데.
나이가 지긋한 몇몇 예술가 분들과 정치 이야기를 하려다가, 무안을 당한 경험이 있다. 그들 대부분은 "정치가(정치인이) 나의 예술에, 나의 (경제적) 삶에 도움이 되었던 적이 없었다. 나는 그림만 열심히 그리면 될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쓸데없는 정치에 신경 쓰지 않고 작품 활동에만 매진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 도리어 우리의 모든 삶은 정치적으로 구조화되어 있고, 실제 한 나라의 정치적 상황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고 있다고 생각했다.

확실히 온라인 세계의 분위기는 오프라인 대다수의 사람들과는 달랐다. 하지만 오프라인 대다수의 사람들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 대부분은 책을 읽지 않으며, 읽을 시간이 없거나 읽는다는 것이 다른 세계의 삶이다. 더구나 미술관 같은 곳은 가지 말아야 할 곳이며, 클래식 음악은 너무 심심한 음악일 뿐이다. 나는 그들 중 일부를 자주 만나지만, 개인적으로 잘 알고 있다거나 두 세번 이상 만난 적은 없다.

이번 대선이 아닌, 지난 대선 투표의 결과로 우리는 꽤 흥미진진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매우 실망스러운 광경을 여러 번 보았다. 대중의 시선을 받은, 언론의 수익에 도움이 될 법한 여러 사건들은 진지하고 사려깊은 장점들을 덮었다. 도리어 사람들은 낯선 방식으로 대화하고 일개 국회의원에게도 공격당하는 행정부 수반을 이상하게 여겼다. 자고로 나라의 왕은 힘이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소수는 조선 복권 운동을 조심스럽게 꺼내기도 했다.

사람들은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길 바랄까, 아니면 계속 오르길 바랄까. 아마 말로는 안정되어야지 하고 말하지만, 속으로는 부동산 가격이 오르길 바랄 것이다. 왜냐면 우리 집 가격 오르면 돈을 벌 수 있으니까 말이다. 한국에서 '부동산'만한 투자처가 어디에 있는가. 주식은 걸핏하면 반토막나는데 말이다. 더구나 땅은 가격은 떨어져도 별 짓을 해도 사라지지 않으니 얼마나 안전한가.

사람들은 평등을 긍정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평등하지 않은 삶을 원하고 있다. 자신이 노력한 댓가를 챙기길 원하고 자신의 아들딸 모두가 특목고에 진학할 수 있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다. 특목고가 늘어나야지, 없어지는 건 말도 안 된다.

말로는 경제가 나아졌으면 하고 말하지만, 한국의 경제가 나아지길 바라는 것보다 자신의 경제적 삶과 부가 좋아졌으면 하는 개인적이고 세속적인 욕망의 표현일 뿐이다. 같은 아파트 단지 안에서도 벽을 쌓는 마당에, 대선 투표가 대수인가. 자신의 소형차를 무시한다고 말하면서, '세상이 왜 이래'라고 말하면서 속으로는 빨리 돈 벌어서 중형차, 외제차 사고 싶어한다.

확실히 이제 '돈'은 모든 가치평가의 기준이 되었다. 15세기 르네상스 이후 진척되어져 온 계량적 사고방식은 확실하게 동양의 작은 나라 전부를 물들였다. 연봉으로 개인의 가치를 평가하고 소유 부동산과 자동차로 그 집을 평가한다. 이는 끼니를 걱정하는 가난한 사람들의 가치 기준이 아니다. 대학까지 나와, 배울 만큼 배웠다는 사람들, 아무리 못해도 작은 아파트 하나를 전세를 가지고 있고 자동차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외식하고 때마다 선물해줄 수 있는 사람들, 휴가 때면 해외 여행 나가는 사람들의 가치 기준이다. 그러면서 그들은 자신의 경제적 삶이 힘들다고 말한다. 어렵다고 말한다. 왜냐면 아들딸 특목고에 보내려면 학원비가 엄청 나게 들어가기 때문에, 전세 집으로는 어려우니 어떻게든 집은 하나 구해야 하니까, 무슨 일 생길 지 모르니까 보험도 몇 개 들고, 기름값 아무리 올라도 차는 유지해야 하니까, ... ... 이런 식으로 돈이 나가니까 그들의 경제적 삶은 언제나 쪼들릴 수 밖에 없다. 이는 정부 탓이 아니다.

특목고 없애서 대학까지 모두 평준화시키고, 모든 부동산을 국유화시켜서 나누어주고, 모든 보험을 국가에서 운영하면 될까? 아니면 모든 돈을 정부에서 다 대주면 어떨까? 아마 두 손, 두 발까지 들면서 반대를 할 것이다. 왜냐면 모두 부자가 되는 건 안 좋은 상황들 중에서 가장 안 좋은 상황이니 말이다.

그냥 솔직해지자. 우리는 부자가 되고 싶다고. 자동차도 몇 대 굴리고 싶고 집도 몇 채 있었으면 좋겠고 보석도 제법 있었으면 좋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