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예술

모차르트 평전, 필립 솔레르스

지하련 2008. 1. 21. 00:08




모차르트 평전

필립 솔레르스(지음), 김남주(옮김), 효형출판


필립 솔레르스(Philippe Sollers). 그는 첫 소설인 <도전Le Defi>를 20살 때 쓰고 21살 때 발표한다. 그의 첫 장편인 <기묘한 고독>은 22살 때 발표한다. 그리고 그는 이 장편 소설로 일약 프랑스 문단의 별로 떠오른다. 이 때 많은 사람들이 필립 솔레르스를 (다소 과장이 포함되어 있었겠지만) 레이몽 라디게, 마르셀 프루스트와 비교했다. 이후 그는 <텔겔 Tel Quel>이라는 문예이론잡지를 창간해, 프랑스 후기 구조주의 이론의 탄생을 주도한다.

그러나 그의 소설 몇 편이 번역되었지만, 번역된 그의 문장은 일반 독자가 읽기에는 다소 난해했고 한국의 작가나 문학 평론가들에게 필립 솔레르스는 호사(好詞)적 용도로만 쓰였을 뿐이다.
 

기괴하면서 어쩐지 슬픈 기분에 나는 젖어 있었다. 인생은 나를 구름 속에 머물게 하는 일종의 대좌(臺座) 위에서 내 눈에 비치고 있었다. 대지에 닿고 싶다고 강력히 바라고 있었지만,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대지가 어디에 있는지 몰랐기 때문에. 젊었다-는 것은 결국 내가 자신의 착오를 사랑했으며, 그 주제에 남으로부터 그것을 지적당하는 것을 싫어하고 피했었다는 뜻이다.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잘 알지도 못하는 주제에 어떤 희생을 치러서라도 그것을 바란다는 그 청춘기의 병(病), 그 병이 솔직이 말해서 나의 내부에서는 거의 미친 듯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나는 친구들을 피로하게 하고, 벌써 적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 많았으며, 그리고 달아나고 있었다, 모든 것으로부터,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 일찍이 없었던 나는 자신이 저주받고 있다고 믿었으며, 어쩌면 시인이었던 것이다. 커다란 불행이 나를 계속 엄습했다-그것은 더욱이 눈에 보이지 않아 그만큼 쓰라린 시련이었다. 나는 사랑과 침착성을 잃었다.


필립 솔레르스가 20살 때 쓴 <도전>은 이렇게 시작한다(1984년 범한출판사에서 출판한 ‘현대의 세계문학’ 10권으로 번역되었다). 내가 이 소설을 읽었을 때의 흥분을 잊지 못한다. 그 때 내 나이, 스물 여덟이었다.

그런데, 나의 필립 솔레르스가 모차르트에 대해서 말한다? 나는 이런 책이 번역되어 있었는지도 몰랐다. 한동안 나에게 문학이란, 혹은 책이란 잃어버린 과거의, 버림받은 꿈과 추억을 환기시킬 뿐이었다. 그 때 이 책은 소리 없이 번역되어 서점에 깔렸다.

아마 필립 솔레르스만이 ‘모차르트’를 이야기하면서 ‘랭보’를 이야기하고 ‘로트레아몽’을 이야기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긴 요즘 누가 진지하게 ‘모차르트’를 이야기하는가? 하물며 ‘랭보’는? ‘로트레아몽’은? 불문학 전공의 대학 강의실에서나 가끔 언급되는 이름일 뿐인 ‘랭보’와 ‘로트레아몽’. 아름답고 순수한 시는 이미 죽었고 진지한 소설도 죽어가고 있다(샐먼 루시디는 ‘소설이 위기가 아니었던 시절이 어디 있었는가’라고 이야기했지만).

선량한 폴 베르렌느의 가슴을 아프게 했고, 도달할 수 없는 시의 지평을 만들어 무수한 비평가를 절망시켰던 아르튀르 랭보(그는 19살 때 이미 문학을 버렸고 그 이후 글을 쓰지 않았다. 37살 때 그는 병으로 죽는다.)와 파리 몽마르트 7번가의 어느 호텔에서 24살의 나이로 죽은 로트레아몽 - 그는 그 때 책 한 권의 서문과 긴 한 편의 시를 쓴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는 이것만으로 충분했다. 로트레아몽의 <말도로르의 노래>를 읽어본다면, 아마 그를 잊지 못할 것이다 - 을 이야기한다. 모차르트를 이야기하면서. 필립 솔레르스는 야심만만하게도 모차르트를 가진 동쪽 나라를 향해서, 우리 프랑스에는 위대한 시인들이 있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모차르트의 생애와 음악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풍부한 인용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문학과 음악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축복과도 같은 책이 될 수 있다. 이 편견에 가득한 서평은 나로선 불가항력적인 일이다. 누가 요즘 모차르트를 진지하게 이야기하면서 랭보와 로트레아몽을 읽는단 말인가. 이건 완전 미친 짓이다. 그래서 나는 필립 솔레르스가 좋다. 그리고 모차르트는, 이 영혼은 태어났을 때부터 이미 이 세상 사람 아니었음이 분명하다!


* 모차르트 애호가의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추천한다. 이제 모차르트에 입문하는 나에게 이 책에 언급된 모차르트 음악에 대한 리뷰는 어려운 일이다. 아래 주소로 가면 서평을 읽을 수 있다.
<<고싱가 숲>>의 서평:  
http://www.gosinga.net/archives/953



모차르트 평전 - 10점
필립 솔레르스 지음, 김남주 옮김/효형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