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이론

근대적 시공간의 탄생, 이진경

지하련 2011. 10. 25. 13:41

근대적 시.공간의 탄생 - 4점
이진경 지음/푸른숲



아직도 이 책에 대한 관심이 높나? 새로운 개정판을 읽지 않았으니, 아래 글은 정확한 서평이 아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서양 예술 형식에 대한 탐구는 매우 전문적인 분야에 속한다. 그래서 그런 걸까. 이 책은 '근대적 시, 공간의 탄생'이라는 매우 거창한 제목과 비교해 아주 허술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더구나 아래 서평에서도 지적했듯이 잘못된 내용들도 포함하고 있다. 이를 하나하나 지적하고 싶지만, 그럴 만한 시간도 가치도 못 느끼겠다. 혹시라도 살 생각이 있다면 사지 말기를 바란다. 흥미로운 소재를 취했으나, 소화하기 힘든 소재이기도 했다. 다시 말하지만, 개정판이 나와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면 내 지적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겠다.

기회가 닿는다면, 근대적 시간, 공간에 대한 간단한 아티클을 적을 수도 있겠지만, 그럴 시간이 어디에 있겠는가. 근대적 시간이나 근대적 공간 속에 살고 있으면서 .. 중요한 것은 그것에 대한 이해가 아니라 우리 자신에 대한 이해와 반성이 먼저다. 내일 서울시장 선거 투표나 하러 가야 할 것이다.
(2011. 10. 25) 




-- 아래는 2004년 5월 14일 쓴 글.

오래 전부터 관심이 가던 책이었다. 그러나 사고 싶은 마음은 별로 없었다. 실망하게 되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었다. 그리고 오늘 오후 강서도서관에 가서 이 책을 빌려서 저녁에 읽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실망했다.

간단하게 말해서 이 책에 언급된 미술에 대한 설명은 미술과는 관련없는 내용들이다. 그리고 틀린 단어도 있으며 틀린 설명도 있다.

가령 늑골 궁륭(ribbed vault)를 flying buttress(공중부벽)로 표기하였지만, 이 둘은 다른 것이다. 그리고 고딕 성당의 수직성(verticality)에 대해선 들은 바가 있어 언급하였지만, 자세한 설명은 없다. 왜 고딕 성당이 수직성을 강조하는가에 대해선. 그런데 이 수직성과 근대적 시.공간과는 무슨 관련이 있는가에 대한 설명이 없다.

시간을 나눌 수 있다는 개념은 시계의 발명으로 인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그러니깐 42쪽부터 설명되는 부분은 도리어 근대 과학에 대한 설명이 있는 89쪽 이후 부분을 먼저 설명하고 난 다음 그 다음에 나와야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 설명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근대 과학을 포함한 근대의 지식 체계가 고대 희랍이나 중세의 그것과 어떻게 틀린가를 서술하는 것이 데카르트의 해석기하학을 설명하는 것보다 독자에게나 저자에게도 도움이 되는 설명 방식이 될 것이다. 그러면 근대인들이 시간, 공간을 바라보는 방식이 어떤 의미에서 새롭고 혁신적인가를 확실하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고흐와 세잔의 세계는 반 근대적이라는 점에서 동일한 세계이며 이는 원근법의 측면에서도 동일하다. 서로 반대되는 것을 추구했다는 건 어떤 의미에서 그런 표현을 썼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세잔의 입체감은 근대 회화의 입체감과는 전혀 틀린 종류의 것이다. 이를 이해하고 사용했는지 잘 모르겠다.

저자는 폴 세잔과 반 고흐의 그림을 두고 설명을 하고 있는데, 설명도 엉성할 뿐더러 이것이 저자가 설명하는 근대적 시.공간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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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처음 부분은 정독하였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건성으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 공간에 대한 연구 방법들이라고 언급해놓은 걸 보면선 한숨이 나왔다.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이 너무 공부를 열심히 한 나머지, 나는 이 정도로 공부했어요라고 자랑하고픈 마음에 채 정리되지 않은 노트를 대중에게 공개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면 노트만이라도 확실하게 하면 좋겠는데, 이를 엉성하게 '근대적 시.공간의 탄생'이라는 제목까지 붙여놓고 군데군데 틀린 설명과 단어를 사용했다는 점에선 너무 지나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들게 만들었다.

좀 야박한 서평일 지 모르겠다. 하지만 서양미술사를 한동안 공부한 이로서 이 책은 너무 엉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