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리뷰

2008 광주비엔날레 - 연례보고: 일 년 동안의 전시

지하련 2008. 10. 2. 23:05



연례보고: 일 년 동안의 전시 Annual Report: A Year in Exhibitions
2008 광주비엔날레 Gwangju Biennale
2008. 9. 5 - 11. 9

신기하게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 동안 컨설팅회사와 IT 기업을 전전한 까닭에 광주비엔날레는 관심은 있었지만, 보러 가리라 일정까지 잡아 보기도 했지만, 결국 가지 못했다. 실은 2년 후 2010 광주비엔날레에도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내 삶의 불투명성(이것이야말로 내 무모한 삶의 원천이지 않은가!)로 인해 내가 미술계에 있을 지 조차 알 수 없다(이럴 때 오디세우스의 아테나,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로서의 행운의 여신이 온다면!). 여하튼 나는 2시간여에 걸쳐 광주 비엔날레관의 전시 작품을 둘러보았다.

인적이 한산한 평일 오후, 전시실에 들어서자 먼저 눈에 띈 것은 ‘어수선함’이었다. ‘눈에 띄었다’는 표현이 다소 어색하지만, 전시실을 가득 메우고 있는 어수선함은 나를 어리벙벙하게 만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을 ‘전략적 어수선함’이라고 표현해야 하겠지만, 이 전시 기획의 가장 큰 장점이면서 가장 큰 실수이기도 했다. 모든 전시실을 다 둘러보는 동안, 나는 작품에 집중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질 못했다. 작품들의 배치도 어수선했고, 사진을 찍지 말라는 경고문 옆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 그리고 그것을 말리는 전시진행자들, 점입가경으로 전시설명까지. 작품의 수준을 떠나 작품을 제대로 보고 느끼기엔 전시장 분위기가 영 아니었다.
(이번 전시의 기획에 대해서는 광주비엔날레 홈페이지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일반 관람객들에게 전달되었는가를 한 번 따져묻고 지나가야 할 것이다. 전략적 나열(arrangement)이 의도했던 바대로 효과적이었나에 대해서도 나는 부정적이다. 흥미로운 기획이지만, 실제 전시는 전혀 흥미롭지 않았다.) 

오늘 광주 비엔날레에서 만났던 작품들을 다시 생각해 보고 자료들을 찾아보았다. 전시장의 어수선함과는 무관하게 마음에 들었던 몇몇 작가들과 작품들이 있었고 그들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은 어느 정도 국제적인 명성을 가지고 있었고 전시장에 보았던 것 이상으로 탄탄한 작품 세계를 가지고 있었다. 도리어 내가 그들을 몰랐다는 사실이 부끄러워졌다. 그런데 광주 비엔날레에서 만났던 그들의 작품은 다소 초라해 보이기도 하고 그들 작품의 진가를 제대로 보여주기에는 무리가 있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한 모든 작가들을 소개할 순 없지만, 내 관심을 끌었던 몇몇 작가들에 대해서 정리해 올릴 계획이다.

- 조 렉트리페 Jo Ractliffe
- 김성환 Kim, Sung Hwan
- 한스 하케 Hans Haacke
- 카오루 아리마 Kaoru Arima
- 아이작 줄리앙 Isaac Julien
- 다야니타 싱 Dayanita Singh
- 알로라 & 칼자딜라 Jennifer Allora & Guillermo Calzadila
- 휴마 브하바 Huma Bhabha
- 박진아 Park, Jina
(업데이트를 할 경우, 링크를 걸어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