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

베르사이유와 제프 쿤스

지하련 2008. 10. 20. 20:36


화창한 일요일, 베르사이유 궁전에 갔다 왔다. 동양에서는 매우 익숙한 '중앙집권'이 서양에서는 매우 낯선 것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별로 없다. 전성기 로마를 제외하곤 서양에서 중앙 집권 국가는 근대에 들어서야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태양왕 루이 14세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권력과 무관하게 그의 일상은 참 피곤한 것이었다. 그의 식사는 많은 사람들의 구경거리였으며, 그에게 비밀스러운 일이란 거의 없었다. 그리고 그의 자식들은 오래 살지 못했고 그의 가문은 프랑스 대혁명 이후 사라졌다.

프랑스의 일부 사람들은 루이 왕가가 사라진 것을 안타까워 하기도 한다. 하긴 조선 왕조 복권을 꿈꾸고 있는 일부의 사람들이 한국에 있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화려하면서도 절제와 규율을 지키는 바로크 고전주의 양식으로 지어진 궁 건물과 화려한 로코코 장식들로 채워진 궁 내부는 현대인들이 보고 감탄하는 화려함 혹은 우아함보다는, 그 당시 사람들의 일상을 떠올렸을때, 다소 쓸쓸하고 외로우며 슬프게 느껴질 것이다. 특히나 하루도 빠지지 않고 비가 내리는 11월부터 3-4월까지 두꺼운 커튼을 열어도 어두운 실내의 답답함이 가시질 않았을 것이다.

로코코의 화려함은 이런 일상을 우울함을 떨쳐내기 위한 과장한 몸짓일 지도 모른다. 베르사이유를 보면서 나는 이런 슬픔 같은 걸 느꼈다.

일요일을 맞아 많은 파리 사람들이 베르사이유엘 왔다.

프랑스식 정원. 프랑스 사람들 특유의 고전적 풍모를 느낄 수 있는 정원이다.

베르사이유 궁에 기거했던 여왕(?)의 방.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노력한 실내 공간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베르사이유 안에 제프 쿤스가 있었다. 미국인들이 베르사이유 관광을 많이 하기를 바라는 프랑스 정부의 의도가 깔렸다는 평도 있지만, 이방인인 내가 보기에도 베르사이유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이런 결정을 내린 사람들의 베르사이유와 현대 미술에 대한 이해가 사뭇 궁금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