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예술가

시간, 유한함, 혹은 너의 존재 - Eric Poitevin

지하련 2008. 12. 13. 20:52


대학에 입학했던 게 벌써 16년이 지났다. 대학 때에도 잘 모이지 않았고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도 한동안 모이지 않다가 서른 중반이 되어서야 해마다 한 번 정도 모이게 되었다. 그것도 동기의 삼분의 일이나 사분의 일 정도만 모일 뿐, 다들 소문으로만 존재할 뿐이었다.

그런데 문학을 전공하였지만, 문학에 속한 친구들은 몇 명 없었고 직장생활을 하거나 영화나 TV 쪽에 가있었다. 나의 경우에만 미술 쪽에 있었다. 어제 일 년에 한 번 있는 송년 동기모임이었다. 보통은 시간에 대해 아무런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가도 연말만 되면 '세월 참 빠르네'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고 보면, 시간은 참 빨리 흘러가고, 나이를 먹고 슬슬 지쳐가고 자조적인 웃음만을 가지게 된다. 시간에 대한 이런 생각은 언제서 부터 시작된 것일까. '인생무상'이라는 단어가 있고, 'Vanitas'라는 단어가 있으나, 시간에 대해 정면으로 대결하기 시작한 것은 현대에 와서부터다. 빌 비올라(Bill Viloa)의 영상이 시간에 대한 알레고리이듯이, 그와 똑같이 데미안 허스트(Demian Hirst)의 포르말린 상어도 시간에 대한 알레고리라고 할 수 있다. 

Eric Poitevin
Sans Titre, 2007
115 * 91 cm  (* 이 사진은 올 가을 프랑스 파리 Fiac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Fiac 2008에서 만난 Eric Poitevien의 사진의 첫 느낌은 강렬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슬프게 느껴졌다. 천연색의 초상 사진이 이렇게 느껴지는 건 꽤나 의외의 일이다.


© Eric Poitevin

그는 이런 흥미로운 누드 사진도 찍었다. 나이든 남자의 나체가 흰 벽과 극적으로 대비되는 저 이미지란.

1961년 프랑스 태생의 Eric Poitevin은 주로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진작가이다. 그의 관심사는 초상(portrait)이다. 그리고 그 초상은 시간 속에서 부서질 듯 연약한 존재의 일면을 부각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시간을 넘어서, 우리 세계의 본질적인 것을 담아내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가 관심을 기울인 습지이며, 동물이며, 나무는 꼭 영원했던 과거의 어느 순간 속에서 걸어 나온 듯 우리 앞에 서 있는다. 하지만 그의 렌즈가 사람을 향하고 있을 때는 탈색된 듯한 느낌을 준다. 세상의 거추장스럽고 불편했던 어떤 것들이 물 빠지듯 빠져버린 채, 텅 비어있다고 할까.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동일한 초상이지만, 사람의 초상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그의 다른 사진들 - 습지, 나무, 동물 등 - 은 사람과 대비되어 보여지며, 꼭 습지의 인생, 나무의 인생, 동물의 인생에 대해서 한 번쯤 생각해 보게 만들거나, 그와 반대로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어떤 힘을 가지고 있다.


Sans Titre, 2000
172 x 216 cm 

sans titre, 1995


Sans Titre, 2007 






* 위의 사진이미지들의 저작권은 Eric Poitevin에게 있습니다. 본 사진 이미지들의 출처는 아래와 같습니다.
 www.bernier-eliades.gr , www.universalis.fr , www.art-nature-project21.org 
* 본 블로그는 비상업적 목적으로 운영되는 곳이며, Eric Poitevin을 소개하기 위한 순수한 목적으로 작성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그러나 사진이미지에 저작권을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저작권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 삭제토록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