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올해의 몇 가지 계획

지하련 2009. 1. 24. 19:05

무질서에 대한 반성


내 서재의 모습이다. 몇 번이나 정리를 해 보았지만, 늘 이 모습 그대로. 더구나 읽지 못한 책들도 상당수다. 위에 보이는 사진이 전부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실은 책장이 보이는 것 이외에 여러 개가 더 있고 다른 방에도 책들이 꽤 더 있다. 그런데 책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아래 녀석들도 있다.


정말 끔찍한 일이다. 나에게 이사를 한다는 것은 거대한 모험들 중의 하나가 되었다. 어떻게 살다 보니, 이 지경이 되었다. 조금 좋아했을 때는 연애에 긍정적인 영향이 미친 듯 하나, 지금은 도리어 부작용만 늘었다. 좀 이상한 사람이나 유별난 사람이 되었다고 할까.

요즘 들어 많이 반성하고 있다. 계획성 없이 산 탓이다. 짐은 늘어났고 삶은 꽤 거추장스러워졌다. 실은 나는 너무 많이 하려고 하고 너무 많이 가지려고 했다. 중요한 것은 버리고 줄이는 데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각이나 사고, 글의 문장도 그렇고 업무와 관련된 문서나 우리의 행동이나 삶마저도, 간결하고 핵심적인 것에만 집중하고 나머지는 다 버려야만 한다. 그리고 아예 모든 것을 다 버릴 수 있는 마음까지 가지게 된다면 정말 자유로와 질 것이다.

그런데 그동안 나는 정반대의 삶을 살고 있었다. 내가 이 사실을 깨닫게 되자, 모든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것,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명확하게 고려하기 시작했으며, 시간에 대해서도 새로 접근하게 되었다.


독서 계획

며칠 전 '시간 관리와 업무 관리'에 대해 적고 난 다음, 나에게 몇 가지 관리 계획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 중 첫 번째가 독서 계획이다. 굳이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나는 한 달에 5권 이상의 책을 읽는다. 일반인들과 비교해 나는 많은 책을 읽는다. 하지만 문제는 읽는 책에 비해 구입하는 책이 더 많다는 것이다. 내 서재의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한다. 그래서 독서 계획이 더 절실하게 요구되었다. 독서 계획을 세워, 무분별한 도서 구입을 자제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먼저 엑셀 시트에 '월/권수/제목/저자/역자/출판사/카테고리/책구분/비고'의 항목으로 나누었다. 카테고리는 블로그의 카테고리와 동일하게 하였다. 나는 책을 읽고 '이론서', '문학서', '예술서', '비즈니스 관련 도서'로 나누어 리뷰를 올린다. 독서 계획도 여기에 맞추었다.


위 이미지가 독서 계획의 일부다. 1월이 약 1주일 밖에 남지 않았는데, 읽어야할 책이 무려 3권이다. 시집 한 권은 읽는 시간은 많이 요구되지 않는다. 대신 틈틈히 마음에 드는 시를 반복해 읽을 것이다. 동아비즈니스리뷰, 월간미술, 르몽드디플로마크는 잡지인데, 르몽드디플로마크는 이미 반 이상 읽은 상태이고, 동아비즈니스리뷰와 월간미술은 출퇴근 시간에 읽어도 남은 시간 안에 다 읽을 수 있을 듯 싶다. 문제는 나머지 책들인데, 벌거벗은 점심과 베르그송의 생명과 정신의 형이상학은 둘 다 절반 이상을 읽었으니, 연휴 때 읽으면 큰 문제가 없을 것같다. 유종일 교수의 '위기의 경제'는 워낙 얇은 책이라, 반 나절이면 될 것이다. 역시 마음에 걸리는 책은 베르그송의 책인데, 한 번 읽고 난 다음 다시 한 번 더 읽을 생각인데, 계획대로 하기 위해서는, 연휴 마지막 날인 27일날 일정을 잘 세워야할 것 같다. 이 날은 밀린 업무도 조금 처리해야 하는데, ...  

매달 읽는 잡지는 동아비즈니스리뷰, 르몽드디플로마크, 월간미술이나 아트인컬쳐, 미술세계 중 1권, 중앙선데이, 그 외 영문 미술잡지 1권 정도다. 이 잡지만 다 읽는 데에도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인데, 여기에다 2월달엔 단행본만 무려 7권 이상이다. 2월달 독서 생활을 점검해본 뒤, 3월달 독서 계획에 반영할 예정이다. 그리고 작년부터 읽어오고 있는 베르그송의 '창조적 진화'는 올 상반기에 다 읽을 생각이다.

다른 이들에게도 독서 계획을 한 번 권해 본다. 많은 책들을 짧은 시간에 다 읽을 필요는 없다. 가령 어렵고 지루한 유형의 책 - 개론서나 사상(철학)서적 등 - 은 몇 달에 걸쳐 읽어야 한다. 대신 언제까지 다 읽을 것인가만 명시해두면 될 것이다.


전시 관람 계획 & 갤러리 투어 프로그램

올해부턴 매주 토요일 오전에는 전시를 보러갈 생각이다. 작년에는 한달에, 부정기적으로 두 세 번 이상 갤러리들을 다녔는데, 2009년부터는 정기적으로 다닐 생각이다. 아마 매주라고 적기는 했으나, 금요일 저녁 약속으로 늦게까지 밖에서 머물게 된다면, 다음 날 전시를 보러가지 못하게 될 지도 모른다. 그래도 원칙은 토요일 오전부터 오후 일찍(2시 정도)까지는 전시를 볼 것이다. 

그리고 막연한 생각이긴 하지만, 한 달에 한 두 번 정도는 어느 토요일 오전 늦게(약 11시 정도)부터 오후 2-3시까지, 전시를 보러가고 싶었으나 혼자 다니긴 좀 어색한 사람들과 함께 다닐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것은 아니지만, 내가 아는 이들 몇 명, 그리고 이 블로그에 들르는 분들과 함께 특정 지역 한 곳을 정해 일정한 동선을 따라 여러 갤러리들을 돌아다니면서 전시를 보고, 필요하다면 전시하고 있는 작가나 혹은 갤러리 큐레이터에게 미리 연락을 해, 같이 이야기도 나누면서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도 높일 수 있는, 일종의 '갤러리 투어 프로그램'을 꾸미면 어떨까 하고 있다.

(* 혹시 관심이 있다면 아래 비밀댓글이나 yongsup.kim@yahoo.com으로 이름/연락처(전화, 메일주소)을 남겨주세요.)


기부와 봉사

아주 예전에 환경 NGO에 조금의 돈을 연회비로 내곤 했지만, 그리 오래 가진 못했다. 늘 뭔가 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하진 못했다. 그런데 올해 좀 기부도 하고(많이 벌진 못하지만), 기회 닿으면 사회시설에 봉사활동도 할 생각이다. 종교를 가진 것도, 관련된 모임에서 활동하는 것도 아니지만, 뭔가 이 사회의 구석에, 거의 눈에 보이지도 않겠지만, 조금의 기여를 하고자 한다. 


미술 작품 구입

내가 가지고 있는 앤디 워홀의 'Flower'는 앤디 워홀이 죽고 난 다음 프린팅된 것이다. 원작과 육안으론 구분할 수 없고 뒤를 확인해야만 가능하다. 구입가격은 몇 년 전에 몇 천 유로였으니, 지금은 상당한 가격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불행하게도 'After Warhol'은 투자 가치는 현재까지는 거의 없다. 다만 큰 돈이 없는 앤디 워홀 애호가들에게는 상당한 인기가 있는 에디션이다. 이 작품 이외에 소장 작품이 한 점 정도 더 있지만, 너무 작은 소품이다. 
 
올해는 작품 한 두 점 정도 구할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작품 판매도 하고 있지만, 실은 내가 구입하고 싶은 경우도 많다. 여하튼 올해에는 회사 일도, 미술 쪽 일들도 잘 진행되었으면 좋겠다. 그만큼 정신 바짝 차리고 열심해 움직여야 겠지만.


(이 에디션이 앤디 워홀이 죽고 난 다음 제작되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들은 종종 외국에서 속아, 거금을 주고 구입하는 경우도 있다. 실은 속을 수 밖에 없는 것이, 원작과 똑같은 작품을 어떻게 육안으로 구별할 수 있을까. 유명작가의 작품을 구입할 때는 보증서나 작품 출처, 위작임이 드러났을 경우에 대한 피해보상 등에 대한 계약을 명확히 해야만 한다. 이는 한국이나 다른 나라에서나 마찬가지다. 외국이라고 위작이 없을려고. 현재 유통되고 있는 카미유 코로(19세기 초 프랑스의 풍경화가, 인상주의 작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음)의 작품들 중 70%는 위작이라고 할 정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