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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모든 것은 아래로 떨어지는 것일까.

왜 모든 것은 아래도 떨어지는 것일까? 10층 옥상에서 떨어지는 24살의 청년, 다리 난간을 부수고 떨어지는 스쿠프, 아니면 기력이 다한 봄 나무의 꽃잎. 과연 그것은 만유인력의 법칙 때문일까? 그렇다면 이것을 벗어나는 방법은 오직 떨어지는 운동에너지보다 더 큰 에너지로 밀어올리는 방법 밖에 없는 것일까? 다르게 생각해보자. 혹시 10층 옥상에서 떨어지는 24살의 청년은 땅에 부딪히는 순간, 그의 영혼은 하늘로 올라가는 것은 아닐까? 발없는 새의 이야기. 그 새는 평생동안 땅에 닿지 못한다. 발이 없기 때문에. 그래서 언제나 하늘에서 자고 하늘에서 먹고 하늘에서 산다. 그러나, 그러던 발없는 새도 생에 딱 한 번 땅에 내려앉는다. 그리고 영원히 하늘로 올라가지 못한다. 죽음. 발없는 새와 반대로 우리는 ..

스페이드의 여왕, 푸슈킨

스페이드의 여왕 푸슈킨, 문학과지성사 ‘도스토예프스키와 톨스토이, 그리고 투르계네프의 문학에 대한 세계의 반향이 아무리 크고 높다 할지라도, 러시아인과 러시아 작가들의 사랑과 숭배에 있어 그들은 결코 푸슈킨을 능가하지 못한다’라는 책 첫머리 에 적힌 문장만으로도 푸슈킨이 어떤 위치에 있는 작가인가를 알 수 있다. 하지만 푸슈킨은 아직 일반 독자에게는 낯설다. 나의 경우 푸슈킨의 시를 먼저 읽었고 소설은 이번이 처음이다. 꽤 오래 전부터 이 책을 추천받아왔는데, 이제서야 읽게 된 것이다. 읽고 난 다음, 쉽게 푸슈킨의 세계 속으로 빨려 들어가지 못했다. 푸슈킨의 낭만적 세계 속으로. 푸슈킨은 러시아의 위대한 산문 작가임에 분명하다. 그의 정신은 소설과 시가 만나는 낭만주의의 정점에 서있다. 독일 낭만주의나..

카드를 둘러싼...

핸드폰으로 오케이캐쉬백에서 전화가 왔다. 엔크린카드와 삼성카드랑 제휴해서 뭔가 만들었으니 사용해달라는 것이다. 그런데, 아뿔싸, 3만원권 주유권을 매달 우송해준다는 것이 아닌가. ㅡㅡ. 그리곤 그냥 신청했다. 하지만 현재 백수인 나로선, 이런저런 자격에 맞지 않을 가능성이 보였다. 운전면허증도 없는데, ㅡㅡ. 괜히 신청했나. 그냥 하지 말 걸 그랬나. 이런 소심한 태도를... 빨리 운전면허을 획득해야겠다. 현재 역삼동에 나와 한국관광공사의 모 서비스의 유료화 전략 컨설팅을 하고 있다. 역시 일은 힘들다. 어젠 10시에 불이 켜진 채로 잠에 들고 말았다. 종일 긴장해있던 탓이다. 매일 풀어진 상태로 있다가 갑자기 바뀐 환경이 나에게 많은 스트레스를 주었나 보다. 아침에 티브이에서 설렁탕을 전문적으로 해주는..

아라키 노부요시 개인전

아라키 노부요시 개인전 - 소설 서울, 이야기 도쿄 Novel Seoul, Story Tokyo 20021115-20030223, 일민미술관 사랑이 없는 시대에 사랑을 노래하는 것만큼 고통스럽고 슬픈 일도 없다. 사라져 가는 시대에 사라져 가는 것들을 붙잡는 시도만큼 처절한 것도 없다. 에로티시즘이란 생에 대한 열망이다. 그것은 생명이라는 관점에서 고귀한 것이지만, 이성적이고 체계적이길 원하는 문명의 관점에서는 되도록 숨기고 있는 원시의 유산이다. 아라키 노부요시의 작업은 전적으로 사랑에 국한되어 있다. 하지만 그 사랑은 한 곳으로 쏠려있거나 파헤쳐져 있다. 새디즘이나 매저키즘도 우리의 문명이 만들어놓고 어떤 구획선을 제거해버릴 경우에 사랑의 감정, 또는 형태라고 말할 수 있다. 아라키 노부요시의 사진들..

예감, 흔적

예감 - 김화영 엮음/큰나(시와시학사) 흔적 - 김화영 엮음/큰나(시와시학사) 김화영 엮음, 시와시학사. 시집을 꼬박꼬박 챙겨 읽지 않은 지도 벌써 몇 해가 지났는지 가물가물하다. 대학시절엔 점심을 굶고 그 돈으로 시집 한 권 사면 배는 자연스럽게 부르고 가슴이 따뜻해졌는데. 얼마 전 종로 정독도서관에서 시집을 복사하는 대학생쯤으로 보이는 여학생을 보았다. 그 모습이 대학시절 날 떠올리게 했지만, 그녀가 복사한 시집이, 허수경의 시집들 중 가장 최악인, 최근의 시집이라는 점은 나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나도 오래 전에 시집을 복사한 적이 있었다. 아주 오래 전에 번역된 이브 본느프와의 시집이었다. 지학사에서 나왔던 책으로 기억되는데, 그 때에도 절판된 지 몇 년이 지난 책이라 복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왜 모든 것은 아래로 떨어지는 것일까?

왜 모든 것은 아래도 떨어지는 것일까? 10층 옥상에서 떨어지는 24살의 청년, 다리 난간을 부수고 떨어지는 스쿠프, 아니면 기력이 다한 봄 나무의 꽃잎. 과연 그것은 만유인력의 법칙 때문일까? 그렇다면 이것을 벗어나는 방법은 오직 떨어지는 운동에너지보다 더 큰 에너지로 밀어올리는 방법 밖에 없는 것일까? 다르게 생각해보자. 혹시 10층 옥상에서 떨어지는 24살의 청년은 땅에 부딪히는 순간, 그의 영혼은 하늘로 올라가는 것은 아닐까? 발없는 새의 이야기. 그 새는 평생동안 땅에 닿지 못한다. 발이 없기 때문에. 그래서 언제나 하늘에서 자고 하늘에서 먹고 하늘에서 산다. 그러나, 그러던 발없는 새도 생에 딱 한 번 땅에 내려앉는다. 그리고 영원히 하늘로 올라가지 못한다. 죽음. 발없는 새와 반대로 우리는 ..

베르미르

베르메르Vermeer, 창해 ABC북 한낮의 기온도 영도를 넘기지 못한다. 겨울이다. 추운 겨울이다. 늦은 새벽까지 잠에 들지 못하고 오전 뉴스를 보면서 겨우 눈을 감을 수 있었다. 때때로 소란스러움도 수면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종일 거리에서, 지하철 속에서, 를 읽고 보았다. 그리고 다 읽고 난 다음 아주 짧은, 그러나 깊고 자욱한 슬픔의 감정에 빠진다. 이 책의 표지그림인 때문이다. ‘고개를 돌리고 어깨 너머로 관람자를 쳐다보는 소녀의 자세는 더할 수 없이 자연스럽’고 ‘눈동자에 반사되는 빛, 진주 속에 비친 창문의 영상, 아랫입술에 보일 듯 말 듯 반짝이는 윤기는 마치 이 소녀가 살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전달’해주고 있었다. 이 ‘소녀의 윤곽은 빛과 색채의 효과에 의해서만 결정된다.’ 나 이 그..

오늘 아침

새벽 5시에 잠을 잤다. 그리고 힘들게 10시 40분에 일어났다. 그리고 지금 1시. 무려 두 시간 넘게 씽크대 수도꼭지와 싸웠다. 물이 새면 기분이 나쁘다. 덕분에 스패너 하나를 사게 되었다. 이전 집에선 주로 보일러와 싸우고 여기에선 주로 수도꼭지와 싸운다. 그럼 다음 집에선 전기? 호.호. 그러면 전기 감전으로 죽을 수도 있겠다. 설마 전기 인간이 되는 건 아니겠지. 눈이 내린다. 내린 눈은 곧장 녹는다. 하지만 아스팔트나 시멘트를 뚫고 땅 속으로 스며드는 눈은 몇 되지 않을 게다. 도시의 흙은 죽어버렸고 숨 쉬는 대지에 대한 이야기는 오래 전에 끊어져 버렸다. 간밤에 김현의 를 뒤적거렸는데, 그는 소설이나 시 읽기를 좋아했을 뿐, 사유의 명석함이나 문장의 정확함을 추구하지는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

모래의 여자, 아베 코보

, 아베 코보(지음), 김난주(옮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55 그는 소설이 끝나고 그 모래의 세계 속에서 탈출할 수 있었을까. 그 속을 벗어날 수 있었을까. 그런데 벗어나지 못했다면, 그래서 그 속에서 그가 늙어죽고 그녀가 늙어죽고 그들이 살던 집이 모래로 뒤덮이는 것을 아베 코보가 보여주었다면 독자들은 무슨 말을 할까. 혹시 그녀처럼 ‘무슨 상관이에요. 그런, 남의 일이야 어떻게 되든!’라고 말하는 건 아닐까. 그렇게 감동적이지도 않고 그렇게 슬프지도 않다. 그저 쓸쓸할 뿐이다. 모래의 세계 속이나 낮고 높은 건물로 둘러쳐진 도시 속이나 갇혀있기는 마찬가지다. 소설은 육체의 고립을 극대화했을 뿐이지, 소설 밖 우리들의 의식은 이미, 오래 전부터 어딘가에 갇혀있었다. 아베 코보는 갇혀있는 우리들의 한 면..

너바나

Alternative Rock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았다. 원래 펄 잼은 꽤나 좋아했지만, ... 그러고 보면 사람은 자기가 보낸 20대를 계속 되새기면서 늙어가나보다. 음악도 그런 것같고 책도 그렇고 그림도 그렇고 ... ... 컴퓨터를 켜놓고 벅스뮤직에 들어가 너바나의 여러 앨범을 들었다. 그들의 앨범이 나왔을 때 그들의 음악을 자주 듣지 않았는데. 오후 두 시다. 오늘은 뭘 하지. 요즘 내가 하는 일은 잠자기 뿐이다. 지난 금요일부터 해서 하루에 12시간 이상 잠만 잤다. 잠은 잘수록 계속 잠이 온다. 이러다가 '잠자는 김용섭'이 되는 건 아닐까. '시끄러운 도시 속 잠자는 김용섭'이라는 동화가 만들어지는 건 아닐까. 동화? 아마 이것도 저것도 아닌 잡화가 될 가능성이 높지만. 또 잠을 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