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3 19

네티즌과 한국 사회의 이중성

예전 같으면 새로운 정보나 뉴스를 신문이나 잡지, TV 뉴스를 통해 알게 되지만, 이제 대부분은 웹에서 구하게 된다. 너무 많아진 정보는 우리를 쉽게 피곤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정보들의 대부분은 쓰레기다. 요즘 같이 웹 트래픽의 대부분이 포털 사이트에 몰려있고, 이들 포털사이트가 직접 콘텐츠를 생산하지 않는 관계로, 이 포털에 뉴스나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는 콘텐츠 생산자들의 ‘인터넷 저널리즘’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 저널리즘’이 얼마나 형편없는가! 내가 주목하는 부분은 ‘네티즌과 한국 사회의 이중성’이다. 2000년대 들어서 이름도 듣지 못한 무수한 인터넷 신문들이 등장했다. 그들이 토해내는 저질 기사들은 우리들의 시간을 잡아먹고 눈을 더럽히고 머리를 어지럽게 한다. 그런데 이들 저질..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분석

작년 말에 나온 LG경제연구소의 리포트를 이제서야 다 읽었다. ‘한국 소비사들의 관심사와 라이프스타일’ http://www.lgeri.co.kr/management/marketing/article.asp?grouping=01020300&seq=364 흥미로운 것은 다음의 인터넷뉴스와 검색 데이터 분석을 통해 관심사와 라이프스타일을 연구하였다는 점이다. 이와 비슷하게 미국의 정보기관에서도 구글의 검색 데이터를 받는다고 한다. 가령 A지역의 A단어의 검색 트래픽을 보고 해당 지역의 동향이나 사건/사고들을 추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에서는 검색 키워드에 대한 트렌드차트를 제공하고 있다. 특정 키워드에 대한 검색 트렌드를 살펴볼 수 있어 매우 유용하다. (구글도 구글 트렌드라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갤..

책향기 맡기Smelling the Books는 가슴 떨리는 첫 키스

In Omnibus requeim quaesivi, et nusquam inveni nisi in angulo cum libro 내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아보았으되, 마침내 찾아낸, 책이 있는 구석방보다 나은 곳은 없더라. - 움베르토 에코, ‘장미의 이름’ 중에서 photograph by Michael Schmelling http://www.eyeheartbrains.org/index.php?/project/smelling-the-books/ 올해 29살인 그녀는 도서관에서 일한다. 뉴욕의 MoMa 도서관(The Museum of Modern Art Library). 2010년 초 그녀의 이 아름다운 프로젝트 ‘Smelling the Books’는 시작되었다. 책들로 빼곡한 서가, 창 밖 햇살이..

예술의 우주 2011.03.25

회의를 끝내고 그들을 만났다 - 펄 잼, In My Tree

아침 8시 반부터 시작된 회의들은 오후 1시 가까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그리고 정부 지원 사업 신청서를 간단하게 작성해서 관계 기관 부처에 보내고 나자, 오후 4시가 되어있었다. 이제서야 실제 업무를 해야 하는데, 난감하다. 바쁘다는 건 때론 좋은 의미로 통용될 수 있다. 하지만 바쁘다는 이유로 자신의 위치나 자기가 지금 어디에 있는가를 잊어버리는 실수를 저지르면 안 된다. 오랜만에 펄 잼을 듣는다. 20대 초반부터 30대 후반까지 내가 살아있다고 느끼고 싶을 때 듣는 음악이 있다. 술을 잔뜩 마시고 몸을 흔들고 싶을 때 듣는 음악이 있다. 펄 잼을 듣는다. 남 몰래, 귀에 이어폰을 끼고. 보고서를 하나 작성하면서.

사물들에 대한 사랑, 혹은 숨겨진 외로움

하루의 피로가 몰려드는 저녁 시간. 밖에는 3월을 증오하는 1월의 눈이 내리고 대륙에서 불어온 바람은 막 새 잎새를 틔우려는 가녀린 나무 가지에 앉아 연신 몸을 흔들고 ... 어수선한 세상에서 잠시 고개를 돌리고, 밀려드는 업무에 잠시 손을 놓고 ... 하지만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는 눈 오는 3월의 어느 저녁. 파블로 네루다의 시를 소리 내어 읽는다. 사물들에게 바치는 송가 모든 사물들을 나는 사랑한다. 그것들이 정열적이거나 달콤한 향내가 나기 때문이 아니라 모르긴 해도 이 대양은 당신의 것이며 또한 나의 것이기 때문이다. 단추들과 바퀴들과 조그마한 잊혀진 보물들. 부챗살 위에 달린 깃털 사랑은 그 만발한 꽃들을 흩뿌린다. 유리잔들, 나이프들 가위들… 이들 모두는 손잡이나 표면에 누군가의 손가락이 스쳐..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 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부키 23 things they don't tell you about Capitalism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더 나은 자본주의를 말하다. 이번에도 논쟁적이었다. 하지만 이는 편가르기가 아니다. 편가르기 전에 서로를 탐색하기 위한 전초전의 의미를 띈다. 편이 나뉜 뒤에는 서로 어떻게 다른가를 알기 때문에, 대화나 협상이 보다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 협상이 아예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까지도. 이 또한 불필요한 논쟁을 줄이고 빨리 결론을 내는 방법 중의 하나다. 그러나 장하준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먼저 편가르기부터 하고 있다. (1) 그리고 그 편가르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장하준이다. 하지만 그의 책은 유별나다. 장하준의 ..

전략 만들기 Crafting a Strategy

오래된 노트를 뒤적인다. 그리고 몇 자 덧붙여 다시 노트를 해본다. 이 노트는 아래 책을 읽기 시작하면 적은 것들이다. 사무실에 있는 책인가 했더니, 집 서가에 있는 책이었다. Strategic Management (11TH PKG, Hardcover) - Thompson, Arthur A., Jr./Mcgraw-Hill College 벌써 8-9년 전에 이 책을 혼자 읽겠다고 덤볐으니.. 초반 부분을 읽다가 그대로 서가로 들어가 먼지만 먹는 책들 중 한 권이 되었다. (책은 무척 좋다. 경영학 책은 무조건 최근 것이 좋다. 이유는 간단하다. 최근의 Case Study가 반영되었기 때문에) 책의 서두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Objectives are the "ends", and strategy is th..

RFI와 RFP

오랫만에 RFP라는 단어를 들었다. 웹서비스 기업으로 옮기고 난 뒤, RFP를 들을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동안 지겹도록 들었던 단어이기도 하고, 뭐랄까, IT 기업에 다니는 사람의 애환이 담긴 단어라고 할까. RFP, Request for Proposal, 또는 Reference for Proposal의 약자다. 일반적으로 기업체에서 IT 시스템을 도입하고자 할 때 시스템을 구축해 줄 수 있는 곳에서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를 요청하는 문서이다. 실은 IT 뿐만 아니라 기업체 내에서 아웃소싱할 수 있는 모든 분야에 다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에 RFI라는 단어를 들었다. 처음 들어보는 단어였다. 이 단어는 Requets(Reference) for Information의 약자였다. 이는 시스템을 도입..

신소영 전, 이화익갤러리

Moments in Continuous Change 신소영 Shin, SoYoung 전 이화익 갤러리. 2011. 3. 2 - 3. 15 어린 아이의 얼굴만 봐도 절로 미소가 떠오릅니다. 누구의 시였던가요.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윌리엄 워즈워드William Wordsworth의 시 '무지개'에서 나온 문구네요. 시 전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제가 번역본을 구하지 못한 관계로..) The Rainbow My heart leaps up when I behold A rainbow in the sky: So was it when my life began; So is it now I am a man; So be it when I shall grow old, Or let me die! The Child is..

걸어가면서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리가 듣고 싶었다.

대출 기한을 넘긴 책을 도서관에 반납했다. 반납하는 내 손에서 먼지 냄새가 났다. 발바닥에 굳은 살이 일어났다. 마치 지구 밑바닥을 흐른다는, 내가 태어나서 한 번도 직접 보지 못한 용암을 향한 뜨거운 사랑을 표하듯, 2011년의 봄이 오는 속도로 굳은 살들이 허옇게 올라왔다. 나는 무인 대출반납기에 서서 책 한 권을 반납했다. 여러 차례 버스를 갈아타고 여러 차례 햇살이 비치는 곳과 그늘 진 곳을 번갈아가며 낡고 오래된 갈색 구두 굽이 보도블럭에 닿는 소리를 들으며 걸었다. 구두굽은 보도블럭을 사랑하는가 보다. 그 소리가 그렇게 상쾌하게 들릴 수가. 회사 일 때문에 요 며칠 한남동으로 출퇴근을 하고 있다. 오늘은 이태원에서 내려 한남동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커피 몇 잔을 사 들고 걸어갔다. 걸어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