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리뷰 162

옥토버, 2017.12.8 - 2018.1.31. 아르코미술관 제 2 전시실

옥토버 2017.12.8 - 2018.1.31. 아르코미술관 제 2 전시실 몇몇 작품들은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대단한 느낌은 없었다. 결국 설치작품들은 규모와 공간의 문제일까. 스펙터클이 중요한 것일까. 꼭 그런 건 아닐 것이다. 작품을 보기 전에 작품에 대한 설명을 읽거나 들어야 한다는 것은 작품의 해석과 수용에 치명적이다. 결국 조형 예술이 활자언어에 종속되어 그것의 해석/비평에만 의지하게 된다. 무채색의, 별 감흥없이 서있다가 설명을 듣거나 읽었을 때야 비로서 '아'하고 반응한다면, 그것은 독립적인 조형작품이 아니다. 대체로 이 전시의 작품들이 그랬다. 현대 미술은 너무 자주 비평적 언어에 종속되어, 먼저 개념적 어젠다를 설정한 후, 마치 개념의 설계도를 따라가듯 작품이 만들어지거나, 그렇게 전시된..

정유재란 1597, 국립진주박물관

정유재란 15972017.07.25 - 10.22, 국립진주박물관 진주성 안에 국립진주박물관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지난 추석 연휴, 우연히 방문한 곳에서 뜻하지 않은 전시와 만났고 그 짧은 후기를 올린다. 각 지역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있지만, 내가 방문한 곳 대부분은 전시 프로그램이 빈약했다. 그런데 이번 전시는 꽤 알차다. 간단하게 전시 내용을 진주박물관 홈페이지에서 인용한다. 1부는 ‘정유재란 이전 강화협상과 조선의 대응’이라는 주제로 1593년 명과 일본 간의 강화협상이 시작된 때부터 강화협상이 결렬될 때까지의 주요 인물과 사건을 다룬다. 2부는 ‘전쟁의 재개와 일본군의 공세’라는 주제로 정유재란 초기 일본군이 칠천량해전에서 승리를 거둔 뒤 남원성, 황석산성, 전주성을 연이어 함락하고 ..

가나아트 컬렉션 앤솔러지, 서울시립미술관

(출처: 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 가나아트 컬렉션 앤솔러지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에른스트 곰브리치는 어느 대담에서 미술관에 들어가기 전과 미술관에 들어가 작품 감상을 하고 나온 후, 거리 가로수 이파리의 색이 달라져 있을 거라고, 세상 풍경이 더 생생해지고 풍요로워졌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미술관에 들어가 작품을 둘러보고 나오는 일상이 우리들의 삶과 얼마나 멀리 동떨어져 있는가를 생각할 때면, 참 서글픈 생각이 든다. 나 또한 일반인들의 그런 일상을 무너뜨리고 미술 - 순수 미술 - 과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을 한 때 고민하고 실천하기도 했지만,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한가람미술관에서 가끔, 인상주의전을 하기만 하면, 비싼 입장료를 내고 길게 줄을 서서 들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더 절망..

몸의 말 Body Speaking Words, 한미사진미술관

몸의 말 Body Speaking Words2015. 10. 17 ~ 12. 31한미사진미술관 작년 겨울, 온 몸이 지쳐있었을 때, 한미사진미술관엘 갔다.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 그 인근에 간 틈을 타, 잠시 미술관에 갔다 왔다. 미술관 안은 조용했다. 미술관의 조용함은, 뭔가 비-현실적인 느낌을 주는 탓에 나를 거친 현실로부터 떨어지게 한다. 하지만 이 낯설고 편안한 조용함은 반대로, 사람들이 좀 더 미술에 가까워지면, 미술시장 활성화나 예술가의 생계에 도움이 될 텐데라는 생각과 만나면, 조용함이 깨진 미술관이 어쩌면 우리 미래를 위해선 더 좋은 게 아닐까 하는. 이 전시는 한미사진미술관이 소장한 작품들을 가늠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몸을 주제로 하여 소장품들을 모아 전시하였고, 작품들의 수준 또한..

산책, 이인선 개인전

산책 a walk 이인선 개인전 정동경향갤러리(경향신문사 별관 1층), 2005년 8월 23일 - 29일 #1. 상실의 시대 언제부터 가슴 한 켠에선 무언가를 잃어버렸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처음 스치는 낯선 사람들로 가득한 도심의 잿빛 거리에서, 익숙한 간판의 낡은 커피향이 풍기는 찻집에서, 자욱한 담배 연기로 가득한 호프집에서, 누군가를 만나 원색 계열의 즐겁고 화려한 수다를 떨고 있는 동안마저도 거친 세파에 네모진 가슴의 어느 모퉁이에선 무관심에 방치되어 사라져가다가 결국은 형체도 없이 사라져, 겨우 그 어떤 것이 있던 자국만 남아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쓸쓸한 노래를 부르고 있었는지 모를 일이다. 왜 나는 무언가를 잃어버렸다는 막연한 느낌을 가지고 있는 걸까. 그리고 이 느낌은 ..

율리어스 포프 - 비트.폴(bit.fall), 국립현대미술관 <대한항공 박스 프로젝트>

대한항공 박스 프로젝트 2015:율리어스 포프 Julius Popp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는 데이터의 최소 단위 정보 조각(bit)의 떨어진(fall), 즉 쏟아지며 짧은 순간만 존재할 수 있는 정보의 일시성과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전파되는 정보의 활발한 맥(pulse)을 의미합니다. 작품은 실시간으로 인터넷과 연결되어 작가가 고안한 통계 알고리즘을 통해 인터넷 뉴스피드에 게재된 단어의 노출빈도수를 측정하고 각 단어의 중요도에 따라 '물 글씨' 단어를 선택합니다. 전시장 안에서 연속적으로 빠르게 쏟아져 내리는 이 '정보 데이터의 폭포'는 1초도 안 되는 시간에만 유효한 정보의 일시성과 현대인이 이해하고 소화시킬 시간적 여유를 제공하지 않는 정보 과잉의 현대 사회를 시각화합니다. 또한 생동감 있게 오늘날의..

구글 어스로부터 온 엽서들(Postcards from Google Earth), 클레멘트 발라

구글 어스로부터 온 엽서들(Postcards from Google Earth) - 클레멘트 발라(Clement Valla) http://www.postcards-from-google-earth.com/ 이 흥미로운 프로젝트는 구글 어스에 찍힌 사진들의 모음이다. 그런데 모여진 사진들이 이상하고 낯설다. 그냥 프로그램 결함이나 에러로 여길 법한 이 사진들에 대한 클레멘트 발라의 생각은 다르다. 내가 제대로 이해했다면, 구글 어스 이미지들은 색인화된 사진들-어떤 장소를 찾고 그 곳을 미리 볼 수 있는 형태가 아니라, 자동화된 데이터 모음으로, 끊김없이 아주 매끄러운 환상을 만들고 업데이트하면서 재현(representation)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사진들은 프로그램 알고리즘의 에러나..

새틴 이온Satin Ions, 니나 카넬(Nina Canell) 개인전

니나 카렐Nina Canell 개인전 2015년 5월 29일 - 8월 9일 아르코미술관 제2전시실 전시 팸플릿을 읽어야만 이해가 되는 예술 작품은 어떻게 받아야 들여야 할까. 그리고 이해만 될 뿐이라면 또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난감하기 이루 말할 수 없다. 작년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 니나 카렐 개인전인 그런 종류의 전시였다. 마치 '현대 미술의 제 무덤 파기 프로젝트'로 여겨질 정도라고 할까. 요점만 말하자면, 예술 작품은 본질적으로 '어떤 심리적 환기'를 가지고 와야 한다. 칸트는 이를 '쾌', '불쾌'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그런데 나는 니나 카렐 작품 앞에서 멈칫멈칫할 수 밖에 없었다. 일종의 연구이긴 하지만, 그래서? 연구는 실험실에서 하는 것이다. 마치 외계인의 언어처럼 내 앞에 덩그러니 놓여진..

이불 LEE BUL,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 2014

이불 LEE BUL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 2014 2014.9.30 – 2015.3.1 (현대자동차 http://brand.hyundai.com/ko/main.do) 그 공간에 서면, 작품 한 가운데 서면, ‘여긴 어디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빨리 나가거나 계속 머무르거나. 에서. 2014년 이불은 현대자동차의 지원을 받아 국립현대미술관에 2개의 작품을 전시한다. 와 . 둘 다 기계적 초현실주의, 혹은 실험주의라고 할까. 미술에서 초현실주의나 실험주의라고 하면, 반-기계적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그렇지 않다. 이탈리아의 F.T.마리네티Marinetti는 미래주의를 주장하면서 기계적 특징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였다. 하지만 그 흐름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고 금세 반-기계주의로 기울었지만. 내..

'싹' 그리고 '정물화: 살아있는 것의 소고' - 김주연 사진전

'싹' 그리고 '정물화: 살아있는 것의 소고' - 김주연 사진전2016.4.7 - 5.3, 트렁크갤러리, 서울 트렁크갤러리도 참 오랜만이었다. 설치 작가로 알고 있었는데, 사진 작품으로 만났다. 2008년의 쿤스트독이었나, 아니면 다른 전시에서였나, 김주연의 작품을 만난 적이 있다. 선명한 작품 스타일로 한 번 보면 기억하게 된다. 그 동안 다양한 공간/물건에 식물을 키웠는데, 이번엔 옷이다. 김주연, 존재의 가벼움I -2, 사진, 피그먼트 프린트, 144×108cm, 2014 시간은 현대 미술에 있어서 중요한 화두다. 김주연은 그 위로 생명의 시작과 끝은 넣으며 식물이 자라고 있는 공간을 탈세속화시킨다. 세속에서 일정 기능을 수행하는 어떤 것에 씨앗을 심음으로서, 그것이 가지고 있던 세속의 기능을 잃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