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원수필 2

아주 오래 전 묵호항에서

2003년 여름이었다. 묵호항에 가서 며칠 지내다 올라왔다. 혼자 회도시락을 사먹었고 혼자 민박집에서 뒹굴거렸고 혼자 맥주를 마시며 근원수필을 읽었다. 아래 글은 그 때 여행을 끝내고 돌아와 적은 글이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3월의 어느 화요일, 밤 8시를 막 지난 시간, 갑자기 지쳐버렸다. 실은 오늘 하루 종일 지쳐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끝내 지쳐 떨어져나갈 것이다. 그리고 결국 일을 하다 죽을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뭔가 돌파구가 필요한, 이른 봄날이 시작될 예정이다. 난 한 번도 워커홀릭을 원하지 않았지만, 어느새 워커홀릭이 되어있었다. 그만큼 욕심이 많다는 건가. 2003년 8월 20일 적다. 내가 중학교 어느 때부터 고등학교 1학년때까지 살았던 곳은 마산 가포라는 곳이었다. 집 ..

새 근원수필, 김용준

새 근원수필 (보급판) - 김용준 지음/열화당 새 근원수필(近園隨筆) (근원 김용준 전집 1권), 열화당 며칠이고 조용히 앉아 길게 읽을 책을 띄엄띄엄 산만하게 읽은 탓일까, 기억나는 것이라곤 오늘 읽은 술 이야기 밖에 없다. “예술가의 특성이란 대개 애주와 방만함과 세사(世事)에 등한한 것쯤인데, 이러한 애주와 방만함과 세사에 등한한 기질이 없고서는 흔히 그 작품이 또한 자유롭고 대담하게 방일(放逸)한 기개를 갖추기 어려운 것이다.” “술에 의하여 예술가의 감정이 정화되고, 창작심이 풍부해질 수 있다는 것은 예술가에 있어 한낱 지대(至大)의 기쁨이 아니 될 수 없을 것이다.” (199쪽) 내가 기억나는 문장이 이렇다 보니, 인상적이었던 단어 또한 매화음(梅花飮)이었다. 뜻은 매화가 핌을 기뻐하여 베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