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2

샌드위치 가게의 봄

창 밖으로 공항이 보였고 공항 너머로 지는 붉은 태양을 보았다. 나는 런닝머신 위에서 달리고 있었다. 전화 한 통도 오지 않는 토요일이었다. 누군가에게 전화하기도 다소 무서운 날이었다. 문득문득 세상이, 사람들이 무서워지는 봄이었고 번번이 다치는 마음이 싫은 날이 이어지고 있었다. 2시간 정도 운동을 했고 도어즈의 ‘인디안썸머’를 들으며 이미 어두워진 봄밤과 싸우고 있었다. 1996년이니, 내가 대학교 3학년 때였다. 소설을 쓰지 못하는 마음을 가진 터라, 내가 한 때 글을 썼다는 게 신기하게 여겨질 정도다. 단편영화 소재를 찾는 이가 있어, 블로그에 올린다. 좋아할지 모르겠다. 샌드위치 가게의 봄 늘 반듯하게 포장된 아스팔트 도로 한 켠으로, 어디에선가 날아왔을 법한, 잔 모래가 쌓이는 법이다. 그 모..

대학 시절

지난 주에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가만히 있어도 목 둘레와 어깨가 아프다. 해야 일은 많고 내 마음은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 80년대 후반, 성음레코드에서 나온 팻 매쓰니의 레코드를 낡은 파이오니아 턴테이블에 올려놓고 작고 네모난 창으로 밀려드는 6월의 축축하고 선선한 바람이 내 피부에 와 닿는 느낌에 아파한다. 잠시 감기에 걸릴 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느꼈다. 혼자 있으면서 아픈 것 만큼 무서운 것도 없다. 아주 가끔, 이 방 안에서 내가 죽으면, 나는 분명 며칠이 지난 후에 발견될 것이다. 그래서 더 무서운 것일까. 르 끌레지오의 젊은 날에 발표한 소설 '침묵'은 자신이 죽은 후의 독백으로 이루어져 있다. 김현의 번역을 좋아했는데, 복사해놓은 종이는 잃어버렸고 김화영의 번역본은 어디에 있는지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