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니티 12

어빙 펜Irving Penn의 '데이비드 스미스David Smith'

어빙 펜(Irving Penn)의 사진을 자주 보았지만(그만큼 유명한 탓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전형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전형적이라고 여기게 된 것은 어빙 펜 이후의 많은 패션 사진 작가나 사진기자들이 어빙 펜의의 사진을 따라하였기 때문임을. 최봉림의 글을 읽으면서 어빙 펜과 함께, 어빙 펜이 찍은 데이비드 스미스(David Smith)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새롭게 알게 되었다기 보다는 아마 관심에 기울이지 않았을 것이다. 데이비드 스미스에 대해서. 회화에 잭슨 폴록이 있다면 조각에는 데이비드 스미스가 있다고 해야 하나. Portrait of Smith by an unknown photographer 데이비드 스미스(David Smith)는 피카소, 홀리오 곤잘레스(Julio Gonzale..

바니타스 Vanitas

제프 쿤스도 그렇고 데미안 허스트도 그렇고 현대 미술에서 잘 나가는 스타 예술가들을 보면, 진지함보다는 번뜩이는 재치와 탁월한 유머와 놀라운 비즈니스 감각과 만나게 된다. 더 놀라운 것은 풍부한 비평적 언어와 적절한 우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소재/주제를 제시하고 어느 공간에서나 어울리면서 그 중심에 예술 작품이 위치할 수 있도록 만든다. 보는 이들로 하여금 흥미를 불러일으키며 궁금하게 한다. 예술작품 앞에선 한 마디도 하지 않을 사람이 무조건 한 두 마디를 말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데미안 허스트는 실패하지 않는 작가가 된다. 다른, 심각하고 진지한 예술가 앞에 서서 현대 미술을 주도하는 예술가가 되는 셈이다. 현대를 가벼움으로 만드는 것은 아마 현대의 공기일 것이다. 느린 속도는 태도의 진지함을 부르고..

짐멜의 모더니티 읽기, 게오르그 짐멜

짐멜의 모더니티 읽기 - 게오르그 짐멜 지음, 윤미애 외 옮김/새물결 짐멜의 모더니티 읽기 게오르그 짐멜(지음), 김덕영, 윤미애(옮김), 새물결 국내에서 게오르그 짐멜(Georg Simmel, 1858 ~ 1918)에 대한 관심이 이토록 저조한 이유를 알 수 없다. 그는 철학을 연구하였으며(신칸트주의자이면서 니체의 강력한 영향권 아래에 있다), 사회학, 미학, 문화비평을 아우르며, 동시에 그의 글들은 대부분은 현대 문명이나 문화, 대도시 사람들의 마음/정신, 일상, 태도, 형식에 대한 탁월한 통찰을 보여주고, 그의 문장은 짧으면서 뛰어난 문학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19세기 말, 20세기 초 이런 글을 썼다는 점에서 놀라움마저 불러일으킨다. 내가 알고 있는 한, 발터 벤야민 이전에, 그 누구도..

오쿠이 엔위저의 '앤드로 모더니티 andromodernity'

오쿠이 엔위저Okwui Enwezor는 광주비엔날레로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큐레이터이다. 그는 지난 2009년 니콜라스 부리요Nicolas Bourriaud가 기획한 '얼터 모던 Altermodern' 전(영국 런던 테이트미술관)의 카탈로그에서 네 개의 모더니티를 제안하였고 그 내용을 오늘 읽은 '시선의 반격' 도록에서 김현진의 글에서 확인했다. 간단하게 인용하자면 이렇다. 오쿠이 엔위저는 모더니티를 서구 1세계의 supermodernity, 아시아의 고속개발국가들의 andromodernity, 이슬람권의 speciousmodernity, 아프리카의 aftermodernity로 분류. 큐레이터 오쿠이 엔위저는 자신의 글에서 네 개의 서로 다른 모더니티의 모델을 규정하면서 한국, 중국, 인도와 같은 나라들..

세 권의 책 - 루이 뒤프레, 아서 C. 단토, 도널드 바셀미

또 세 권의 책을 아마존에서 구입했다. 한글로 된 책도 밀려 쌓여있는데, 영어로 된 책을 세 권이나 주문했으니. 당분간 책을 사지 않고 쌓인 책들만 읽고 밀린 리뷰를 올려야 겠다. 오늘 온 세 권의 책은 아래와 같다. 루이 뒤프레(Louis Dupre), Passage to Modernity 아서 C. 단토(Arthur C. Danto), Andy Warhol 도널드 바셀미(Donald Barthelme), Sixty Stories 집에 와, 루이 뒤프레의 책을 잠시 읽었는데, 어디선가 많이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주 오래 된 '마르크스주의의 철학적 기초'라는 책으로 국내에 번역 소개된 적이 있었던 학자였다. '모더니티의 길'이라고 번역할 수 있을 법한 이 책은 모더니티를 지성사적으로 고찰한 책이다. 책..

스펙터클 사회과 예술 실천 - 'noon'을 읽고

Noon 1호 - Noon 편집부 엮음/GB(월간지) 2009년에 창간호가 나온 후 소식이 없는 잡지 ‘noon - international contemporary art and visual culutre’를 읽었다. 주제는 violence of the spectacle이다. 아마 몇 명은 바로 예상하겠지만, 이 주제는 기 드보르Guy Debord의 에서 언급된 그 스펙타클에 대한 것이다. 기 드보르는 이 놀라운 저작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의 스펙타클을 새롭게 정의 내린다. “스펙타클은 일련의 이미지들이 아니라 이미지들에 의해 매개되는 사람들 사이의 사회적 관계이다.” 기 드보르는 이미지들로 구성되는 스펙타클이 아니라 감각적 이미지들의 구성체로서의 스펙타클이 지배하는 사회의 스펙타클 환경(상황)에 주목하고..

바로크 - 근대와 중세의 종합

찰스 테일러의 에 나오는 주석인데, 바로크Baroque 문화, 혹은 시대에 대한 언급이 있어 이렇게 메모해 둔다. 미술사 뿐만 아니라 문화사나 지성사에 있어서도 바로크 양식은 매우 중요하다. 고대와 대비되는 근대, 그리고 현대적 삶의 기틀을 마련하게 되는 근대, 그리고 바로크는 그 근대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문화적 양식이기 때문이다. 찰스 테일러는 루이 뒤프레(Louis Dupre')에 기대어 바로크에 대해 언급하였고, 아래 내용은 그 각주이다. 그리고 이 글은 기억의 보조적 수단으로서의 저장이다. 이 각주에서 엿보이는 뒤프레는 바로크에 와서야 중세적 질서가 근대적 질서 속에 종합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종합의 긴장이 바로크 양식을 이룬다는 것. 일견 타당하기도 하지만, 너무 중세적 질서의 영향력을 ..

근대의 사회적 상상, 찰스 테일러

근대의 사회적 상상 찰스 테일러 지음, 이상길 옮김, 이음 기대했던 것만큼 책은 재미있지 않았다. 하긴 이런 인문서를 읽으면서 재미를 바란다는 것도 다소 당황스러운 종류의 일일 게다. 찰스 테일러는 역자의 말대로, '현재 도덕철학과 정치철학 분야에서 가장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서구 사상가들 가운데 한 사람이다". 하지만 찰스 테일러의 이름을 듣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찰스 테일러의 이 책을 고른 이유는 그의 다른 저작, ' The Ethics of Authenticity'(불안한 현대 사회)를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읽은 '근대의 사회적 상상'은 '불안한 현대 사회'과 비교한다면, 다소 재미있는 구상이긴 하지만 호소력 있는 저작은 아니었다. 도리어 헤겔주의자로서의..

모더니티의 다섯 개 역설, 앙투안 콩파뇽

모더니티의 다섯 개 역설 - 앙투안 콩파뇽 지음, 이재룡 옮김/현대문학 지난 가을에 두 번이나 정독한 책이다. 국내에 출판된 책들 중에서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가장 훌륭한 참고서로 읽힐 이 책은, 불행하게도 아무런 주목도 못 받은 것처럼 보인다(일일이 신문이나 잡지 서평을 찾아보지 못했지만). 두 번이나 읽었지만, 그간 서평을 쓰지 못했던 것은, 서평을 쓸 수 없었기 때문이다. 도리어 서평이라는 낯익은 접근방식은 이 책이 가지는 유용함을 깎아 먹을 가능성이 더 높다. 책의 목차는 다음과 같다. 서문 - 현대적 전통, 현대적 배반 새로운 것의 권위: 베르나르 드 샤르트르, 보들레르, 마네 미래에 대한 종교: 전위주의자들과 정통주의 이론과 공포: 추상파와 초현실주의 바보들의 시장: 추상표현주의와 ..

지나간 미래, 라인하르트 코젤렉

지나간 미래 - 라인하르트 코젤렉 지음, 한철 옮김/문학동네 지나간 미래 Vergangene Zukunft 라인하르트 코젤렉 Reinhart Koselleck 지음, 한철 옮김, 문학동네 겨우 이 책을 다 읽었다. 대중 교양서라고 하기엔 너무 전문적이고 그렇다고 손을 놓기에는 너무 흥미진진했다. 라인하르트 코젤렉은 이라는 방대한 사전의 편집자로 유명하다고 한다. 하지만 국내 인문학 연구자들에게 라인하르트 코젤렉은 그리 유명해 보이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직장 생활을 하면서 몇 달 동안 이 책을 잡고 있었는데, 읽고 난 다음 느낀 바를 크게 아래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겠다. 1. 역사 서술에 대한 새로운 인식: 실제 경험한 사실, 목격자의 증언, 또는 사료들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역사 서술은 ‘서사’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