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 5

새벽 빗줄기

새벽 빗소리가 열린 창으로 들어와 방 안 가득한 열기를 밀어낸다. 뜨거운 열기가 서서히 그 기세를 누그러뜨면서 차가운 습기로 채워진다. 이 습기만 견딜 수 있다면, 제법 청량한 잠을 잘 수 있을 게다, 가족들은. 가끔 이 세계가 존재하고 내가 생각할 수 있고 사랑을 느끼거나 행복을 느낄 때, 신비로움을 느낀다. 하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그건 호르몬의 영향이라고 말할 것이다. 다만 그 호르몬 모두를 지금 알지 못할 뿐이라고 하면서. 그러나 이 신비 앞에서 파스칼은 끝없는 두려움을 느꼈고 20세기 초반 실존주의 철학자들이 우리 존재의 목적이나 이 세상의 기원에 대해 아무런 이유도, 근거도 없다며 절망했다. 그리고 21세기 초반, 백 년 전 그 절망을 현대의 이론 물리학자들이 이어받는다. 책을 읽을수록, 내 지..

엔트로피, 제레미 리프킨

엔트로피Entropy 제레미 리프킨(지음), 이창희(옮김), 세종연구원 우주의 에너지 총량은 일정하며(제 1법칙), 엔트로피의 총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제 2법칙) - 50쪽 그리고 고전 경제학 이론대로 하다가는 우리 후손에게 물려줄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 165쪽 대학 때부터 이 책을 알고 있었으나, 이제서야 완독했다. 너무 뒤늦은 독서라고 하기에는 그렇고, 그 시절엔 어떤 이유에선지 이 책에 손이 가지 않았다. 과학책도 아니고 철학책도 아니며 그렇다고 경제서적도 아니다. 그러나 물리학 법칙에서 시작해 고전물리학을 비난하고 근대 기계론자들-베이컨, 데카르트, 로크, 애덤 스미스 등-을 엄청 공격한다. 뉴턴 물리학을 부정하며(‘뉴턴 물리학은 운동하는 죽은 물질을 순수한 양으로 다..

힉스 입자와 가짜 진공

우연히 가짜 진공(false Vacuum)이라는 개념과 함께 진공 붕괴(Vacuum Decay)를 듣게 되었다. 물체는 높은 에너지에서 낮은 에너지로 갈 때 보다 안정적인 상태로 가게 된다. 우리가 진공(Vacuum)이라고 할 때, 그건 어쩌면 우주에서 가장 낮은 에너지 상태, 가장 안정적인 상태를 의미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가짜라면? 그래서 더 낮은 에너지 상태로 갈 수 있다면? 이 때 진공 붕괴가 생기게 되고 이 우주는 그냥 소멸하게 된다는 것이 진공 붕괴다. 그리고 이것에 깊이 관여하는 입자가 힉스 입자(Higgs Particle)이다. 아래는 이와 관련된 동영상들을 모아둔 것이다. 시간날 때 천천히 보기 위해서.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카를로 로벨리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The Order of Time 카를로 로벨리(지음), 이중원(옮김), 쌤앤파커스 물리학은 사물이 '시간 속에서' 어떻게 진화하는지를 설명하지 않는다. 모든 사물이 각자의 시간 속에서 어떻게 진화하는지, '시간들'이 서로 어떻게 다르게 진화하는지를 설명한다. (26쪽) 결국 우리가 이해하는 바 '시간'이란 없고 그냥 나의 시간, 너의 시간, 지구의 시간, 화성의 시간 등등 질량에 종속된 시간들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과거, 현재, 미래는 그저 착시 현상일 뿐이며, 끔찍한 사실 하나는 이미 미래는 거기 있어야만 한다. 정해진 바대로 시공간들이 나열해있을 뿐인데, 우리는 시간을 오직 현재로만 인식하기 때문에 시공간 전체를 알지 못한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들을 카를로 로벨리는 마치 철학서..

과학자처럼 사고하기, 에두아르도 푼셋/린 마굴리스

과학자처럼 사고하기 - 에두아르도 푼셋 & 린 마굴리스 엮음, 김선희 옮김, 최재천 감수/이루 서평을 쓰기 위해 다 읽은 책을 다시 펼쳐 밑줄 그은 곳을 되새기며, 새삼스럽게 좋은 책이란 어떤 것인가 다시 생각하게 된다. 실은 좋은 책일수록 서평 쓰기 어렵다. 그렇게 읽은 책 몇 권은 서평을 아예 쓰지 못하거나 한참 지난 후에야 써 올리게 된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받았고, 서평을 쓴다는 약속을 했다. 재미 있을 것이란 생각에 선뜻 받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하지만 책을 받은 후엔 늦었다. 기대 이상으로 좋은 책이기 때문이었다. 후회가 밀려들었다. 이런 책에 대한 인위적인(인위적으로 보이게 될) 서평은 좋지 않기 때문이다.(더구나 좋은 책에 대한 서평 쓰기란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