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식 4

다시, 일본을 생각한다, 서경식

다시, 일본을 생각한다서경식(지음), 한승동(옮김), 나무연필, 2017년 '일장기'라고 불리는 히노마루와 천황을 찬미하는 의례곡인 기미가요는 원래 일본의 공식국기와 국가가 아니었다. 그러나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학교를 비롯한 여러 기관의 각종 공식 행사에 쓰였고 1999년 8월 9일 이들이 일본의 국기와 국가로 법제화된다. (14쪽, 각주에서 인용) 일본의 우경화를 먼 나라 이야기라 여겼던 걸까, 아니면 꽤 많은 일본 소설들과 지식인들의 책들을 읽었다고, 그리고 영화나 최근의 일본 여행으로 정치외교 분야의 갈등을 우리가 겪는 일상과는 다른 층위의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아키하바라 역 앞에서 연설하던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를 에워싸고 일장기를 휘날리며 환호하던 '시민'들이 반중, 협한, 재일 한국..

나의 서양음악순례, 서경식

나의 서양음악순례 서경식(지음), 한승동(옮김), 창비 한국과 일본은 참 멀리 있구나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서경식 교수의 유년시절과 내 유년시절을 비교해 보며, 문화적 토양이 이토록 차이 났을까 싶었다, 일본과 한국이. 내가 살았던 시골, 혹은 지방 소도시의 유년은, 쓸쓸한 오후의 먼지 묻은 햇살과 수평선이 보이지 않는 바다 풍경이 전부였다. 책 속에서 이야기되었던 윤이상 선생의 통영에서의 유년 시절은 내가 겪었던 유년 시절과도 달랐다. 그가 통영에서 살았던 당시(20세기 중반) 보고 들었을 전통 문화라는 것도 없었고 그렇다고 서양 신식 문화랄 것도 내 유년시절에는 없었다. 전통 문화와 신식 문화 사이에서 길게 획일화된 공교육과 책을 읽으면 안 되는 자율학습과 텔레비전, 라디오, 팝송이 있었다(..

나의 조선미술 순례, 서경식

나의 조선미술 순례 서경식(지음), 최재혁(옮김), 반비 현대 미술을 전공하는 친구가 있다면, 그/그녀와 이야기하는 게 어려울까? 그렇지 않을 게다. 그렇다면 그/그녀가 만들고 보여주는 미술 작품은? 정녕 모른다면 친구에게 물어보면 될 것이고, 바로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동시대 미술(우리에겐 현대미술)을 보고 감상하지 못한다면, 그건 미술에 대한 전문 지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하고 우리 시대에 대한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즉 자신을 돌보지 못하고 주위를 돌아볼 겨를 조차 없이 무언가에 쫓겨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내 생각이 옳은지에 대한 확신은 없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자주 전시장을 찾고 자기 자신에 대해 보다 솔직해지고(심지어 자신의 아픔, 상처와 대면하면서..

정연두, 영웅, 1998

정연두, '영웅', 1998. 서경식 교수의 를 읽고 있다. 여기에 실린 정연두와의 인터뷰는, 그동안 무심코 보아온 그의 작품들에 대해 다시 생각케 했다. 정연두의 스쳐가는 이미지들 사이로, 그의 작가적 개입과 실천을 보지 못한 셈이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니 분당의 풍경이 완전히 변해 있었어요. 같은 규격의 아파트가 장대하게 늘어서서 마치 분당이라는 지명이 사라지고 아파트 동호수만 보이는 느낌이었죠. 어느 날 거기서 교통사고를 목격했어요. 작은 오토바이가 충돌해서 운전하던 아이가 다쳤습니다. 소년은 아픔을 참으며 달려온 사람들에게 괜찮아요, 괜찮아요 하고 대답했어요. 짜장면을 배달하러 가는 참이었나 봐요. 그 후에 그 아이가 입원한 병원을 찾아갔고 회복한 다음에 이 작품을 찍었습니다." - 정연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