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 2

나는 산티아고 신부다, 인영균 끌레멘스

나는 산티아고 신부다 인영균 끌레멘스(지음), 분도출판사 고향집에서 성당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 5월이지만, 꽤 더운 날씨의, 일요일 오전. 신부님은 강론 중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이야기하셨다.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해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렇다고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세스 노터봄의 을 몇 년째 읽고 있는데, 이 기행수필은 노터봄의 명성에 걸맞게 예술에 대한 탁월한 식견과 우아한 문장으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여기엔 번역가 이희재 선생의 한글도 한 몫 했을 것이다. 확인할 길은 없지만 나는 안다. 돌아오는 사람, 떠나가는 사람의 감정이 쌓일 대로 쌓여서 그곳에만 가면 어쩐지 반가움도 더 부풀려지고, 아쉬움도 더 부풀려지는 듯한 느낌이 드는 그런 곳이 이 세상에는 있음을. 섬세한 영혼을 가진 사..

라틴어수업, 한동일

라틴어수업한동일(지음), 흐름출판 집에 있던 '라틴어-영어 사전'을 최근 버렸다. 이십여년 전 구한 사전이었다. 그 때만 해도 한글로 된 라틴어 교재는 거의 없었고 라틴-한국어 사전은 꿈도 꿀 수 없었던 시절이었다. 그나마 책을 읽으며 라틴어를 확인하는 용도로라도 필요하겠다 싶어 영국 옥스포드대학 출판사에 나온 작은 사전을 교보문고 외서 코너에서 구했다. 원서 강독을 하면서 자주 그 사전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인문학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한 지 십 수년이 지났고 더 이상 집 서가에 책을 꽂을 공간이 없어, 읽은 책들, 그래서 앞으로 더 이상 읽지 않을 책들을 버리는 중, 빛 바래고 낡은 그 사전도 함께 버렸다. 그리고 몇 달 후, 이라는, 이 책을 읽었다. , 큰 기대를 하지 않았고 딱 그 정도인 수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