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속의 물리적 공간, 혹은 거리와 면적은 언제나 넓고 길다. 마치 지나온 시간 만큼, 쌓여진 추억들만큼, 기억 속에서 공간들은 소리 없이 확장한다. 내가 중고등학교를 다녔던 무렵의 마산의 중심가는 창동과 불종거리였다. 그 곳에서의 사춘기 나에겐 무수한 일들이 있었지만, 우리는 늘 현재를 살기에, 단지 많은 일이 있었다는 것만 짐작할 뿐, 추억의 상세는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 힘들고 아슬아슬하기만 했던 올 여름의 휴가 마지막 날, 아내와 나는 마산 창동에 갔다. 한 때 극장과 서점, 까페, 옷가게들로 융성했던 거리는 이제 쇠락해가는 구 도심일 뿐이었다. 화요일 점심 때가 가까워져 오자, 사람이 한 두 사람 느는 듯했지만, 서울과 비교해 인적은 뜸했다. 이 곳을 가게 되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창동 예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