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토 5

독서에 관하여, 마르셀 프루스트

독서에 관하여 마르셀 프루스트(지음), 유예진(옮김), 은행나무 라는 제목을 달고 나왔지만, '독서'에 대한 수필집은 아니다. 영국의 비평가 존 러스킨(John Ruskin, 1819~1900)의 책들을 불어로 번역하면서 쓴 에세이들(역자 서문이나 해설)로 짧게 독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뿐, 나머지는 모두 화가들에 대해 쓴 글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이 글들로 인해 이 책을 구입했다. 때때로 우리는 미술평론가나 철학자(미학자)가 쓴 예술론에 실망하고 그 대신 소설가나 시인이 쓴 어떤 글들로 놀라고 감동받는다. 이 책도 그렇다. 그렇지 않더라도 프루스트가 나를 실망시키는 법은 없을 테니.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지만, 소설가가 되기 전 젊은 시절의 마르셀 프루스트는 존 러스킨에 심취해 있었다. ..

그림을 본다는 것, 케네스 클라크

그림을 본다는 것 Looking at pictures 케네스 클라크Kenneth Clark(지음), 엄미정(옮김), 엑스오북스, 2012년 (원저는 1972년에 출판) 나는 그림이 주는 기쁨을 더 많이 더 오랫동안 느낄 수 있으려면 그림에 관해 배워야 한다고 믿는다. - 7쪽 그림을 즐기기 위해선 배워야 한다고 케네스 클라크는 말한다. 우리가 뭔가 배울 땐, 성적 때문이 아니라 즐기기 위해서이다. 배움을 통해 우리는 세상의 비밀을 조금 더 알게 될 것이고, 과장해서 말하자면 세상은 빛으로 가득 찰 지도 모른다. 아마 중세를 지나 근대를 향해 가던 서유럽인들이 느꼈던 감정이 바로 이랬을 것이다. 배우고 알아가는 과정은 어두운 세계를 환하게 밝히는 것과 같다. 우선 나는 그림을 하나의 전체로 바라본다. 그림..

예술과 문명(Civilisation), 케네스 클라크(Kenneth Clark)

예술과 문명 Civilisation 케네스 클라크(Kenneth Clark) 지음, 최석태 옮김, 문예출판사, 1989년 (현재 절판) 책을 읽어나가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케네스 클라크Kenneth Clark. 이미 20세기의 저명한 미술사학자였지만, 그는 미술의 역사 뿐만 아니라 철학, 문학, 건축, 음악을 아우르면서 서양 문명의 역사를 개괄하고 있었다. 가령 그는 장 안트완 와또와 존 키츠, 그리고 모차르트를 함께 비교하며 설명한다. 아래 그가 인용한 존 키츠의 시 구절을 옮긴다. Ay, in the very temple of Delight Veil'd Melancholy has her sovran shrine, Though seen of none save him whose strenuou..

콘텍스트 속의 midnight blue

콘텍스트가 싫다. 텍스트만의 자족적인 세계가 나는 좋다. 와토가 사랑의 정원에 머물다가 사랑의 섬으로 여행을 떠나듯, 프라고나르가 깊은 숲 속에서 남이 알지 못하는 밀애를 즐기듯이,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고 싶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세상의 모든 것들을 집어삼킬 무렵, 한때 우리들의 신앙이었던 마르크스는 당당하고 비장한 어조로 '전 세계 프롤레타리아트여, 단결하라'고 외치며 자본주의 이후의 신세계에 대해서 슬프지만,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했을 무렵, 오스카 와일드는 고상한 연애짓을 해대며, 우리 삶이 예술을 닮아있다고 말했다. 콘텍스트가 싫다. 텍스트만의 자족적인 세계가 나는 좋다. 하지만 슬픈 표정의 예술가들이 끝내 그 희망을 이루지 못했듯이, 내 사랑도 그렇게 변해갈 것같아 두려웠다. 콘텍스트 속에서 ..

로코코 예술

* 2004년에 작성하였던 글입니다. 로코로 예술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 바로크와 로코코 바로크 양식은 카톨릭과 귀족을 위한 양식이었다. 바로크의 웅장하고 거대한 양식은 카톨릭과 귀족을 위한 것이지 개신교와 시민계급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네덜란드의 화가들의 작품은 상대적으로 소박한 느낌을 풍긴다. 그러나 이도 자기 과시적이며 은근히 귀족과 경쟁하는 구도로 발전한 양식이라는 점에서 카톨릭적이며 궁정적 바로크와 동일한 예술 의욕(kunstwollen)을 가진다. 즉 바로크는 귀족과 돈 많은 시민계급을 위한 양식이었다. 그리고 17세기 네덜란드는 당시 유럽의 패권국가였다. 이런 점에서 로코코는 분명 바로크와는 다른 성격을 가진다. 대체로 로코코는 귀족의 양식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데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