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대 2

문신(타투)과 그리스 청동 투구

집 앞에 골목길 이십대 초반의 여자아이가 쪼그리고 앉아 전자 담배를 피우면서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하얀 두 다리가 드러나는 반바지를 입고 그 위로 무채색 주방 앞치마가 포개져 있었다. 흰 색 반팔 티셔츠 위로 목덜미 옆으로 살짝 문신(타투)이 보였다. 그 작고 앙증맞은 문신은 아이의 가느다란 목덜미를 더 부각시켰다. 하얀 살갗 위로 희미한 담배 연기로 흘러 지나갔다. 여자아이는 핸드폰을 보던 얼굴을 들어올려 맞은 편 건물 벽을 향해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하지만 담배 연기는 금세 사라졌다. 내 짧았던 이십대처럼. 모든 것이 절망스러웠던 시절, 나는 모든 것을 위선이라 여기며, 나 또한 위선으로 포장했다는 걸 그 땐 몰랐다. 거친 말을 진실된 태도라 여겼고 술만 마시면 아무 이유없이 취해 버렸다. ..

순간은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다.

01. 오후와 저녁 사이에 난 경부고속도로 위에 있었다. 그리고, 새벽과 아침 사이 난 중부고속도로 위에 있었다. 시간과 시간 사이를 난 달렸 다. 그러나 내가 달리지 않더라도 시간과 시간 사이는 물결처럼 흐른 다. 하지만 난 달렸다. 희망과 절망 사이를.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사치스러운 것인가를 알게 된 순간, 그것 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는 것을 동시에 알게 되었다. 그리 고, 이때까지 그 유일한 일을 난 희망이라 여겼다. 그러나, 그것은 그 림자일 뿐이다. 희망의 그림자. 난, 아니 프롤레타리아로서의 우리는 절대로 희망을 가질 수 없다. 이 세계의 본질은 '절망'이다. 그 절망을 만든 것은 우리들 옆에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우리들이다. 이 세상 어디에도 희망은 없다. 단 지 희망의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