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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보들레르의 수첩 

샤를 보들레르(지음), 이건수(옮김), 문학과지성사, 2011년 





1846년 산문과 1863년 산문이 함께 실려있고 죽은 후 나온 수첩까지 실린 이 책은 기억해둘만한 보들레르의 작은 산문들을 모았다. 각각의 산문들은 19세기적인 묘한 매력과 허를 찌르는 감각으로 채워진다. <<현대적 삶의 화가>>는 너무 유명한 산문이라 굳이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다. 



문학청년들에게 주는 충고 


지금 나이로 보자면, 문학청년 시기쯤으로 분류될 이십대 중반에 쓴 산문이다. 그 스스로도 이렇게 살지 못했을 텐데, 이런 충고를 썼다는 건 그만큼 문학 활동에 자신있었다는 반증이 아닐까. (이런 이율배반은 그의 생애 전반에 나타나는 바이기도 하다) 


시란 가장 많은 수입을 가져다주는 예술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 20쪽 


이런 놀라운 사실이! 실제 그랬는지, 아니면 그의 바람이었는지 알지 못하지만. 이 산문은 보들레르스럽지 않은 단정함으로 채워져 있다. 




사랑에 대해 위안을 주는 경구들 



위안을 주진 않는다. 사랑에 대해 쓴, 읽을만한 산문 정도가 될 것이다. 이 점에서 이 산문은 꽤 솔직하다고 해야할 것이다. 


위대한 시인이기를 원하는 젊은 당신은 사랑에 있어 모순을 경계하라. 처음 파이프를 피우고 취한 학생들이 풍만한 여인을 목청껏 찬미하도록 내버려두어라. 이런 거짓말은 유사 낭만파의 풋내기 신도들에게나 줘버려라. 만약 뚱뚱한 여인이 때로 매력적인 난봉의 대상이 라면, 마른 여인이란 어두운 관능의 깊은 우물인 것이다! 

- 28쪽 



그나저나, 사랑이라는 게 도대체 뭘까. 보들레르는 평생을 잔 뒤발Jeanne Duval과의 동거와 결별을 반복한다. 보들레르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지만, 최근에서야 보들레르 연구에 그녀의 존재가 본격적으로 부각되었다.  



잔 뒤발(1820 ~ 1862/1870, 아이티 태생의 혼혈)



마네가 그린 잔 뒤발(1862년 작)



보들레르가 그린 잔 뒤발



쿠르베의 <화가의 아틀리에>(1855년) 속에서 잔 뒤발이 나온다. 여러 여자들과 관계를 맺었던 보들레르가 쿠르베에게 잔 뒤발을 그림에서 지워달라고 요청했고 쿠르베는 친구의 요청을 들어주었다. 그래서 우리가 보는 편에서 오른쪽 책을 읽는 보들레르 옆 흔적으로만 잔 뒤발은 남아 있을 뿐이다. 아래는 확대한 이미지다. 



  




장난감의 모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산문이다. 장난감, 어린 아이, 자신의 추억이 뒤범벅이 되어 뭔가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나, 주위를 빙빙 맴돌 뿐이다. 



현대적 삶의 화가 


모더니즘/포스트모더니즘 관련 서적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산문이다. 그래서 이 산문을 읽지 않은 이라도, 아래 문장은 기억할 것이다. 



현대성은 예술의 절반을 구성하는 일시적이며 스쳐가는 우연적인 것이고, 나머지 절반은 영원하고 불변하는 것이다. 

- 53쪽 



하지만 이 산문의 두 번째 챕터인 '댄디'가 더 흥미진진하다. 댄디의 시대는 지나갔지만, 댄디의 시대를 그리워해야할 필요는 언제나 있다. 지금/여기에서도. 



댄디즘은 지는 태양이다. 저무는 별처럼 수려하고, 열기도 없으며 우수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어쩌랴! 민주주의라는 밀물이 모든 것을 휩쓸어 평준화하며, 하루가 멀다 하고 인간 자존심의 이 마지막 대표자들을 삼쳐버리며, 비범한 난장이들의 흔적들 위로 망각의 물결을 쏟아붓는다. 

- 63쪽 




보들레르의 백일몽이었던 연극


그는 연극(희곡)을 한 편도 완성하지 못했다. 이 편지는 배우에게 연극을 쓰겠다며 20프랑을 빌려달라는 내용이다. 



천재의 잡기장, 보들레르의 수첩 


글을 쓰겠다는 계획, 여기저기 빌리거나 줘야할 돈들의 목록이 있다. 보들레르는 젊은 시절(한국 나이로 스물두세살 때) 10만 프랑이라는 막대한 유산을 받았으나, 불과 2년만에 거의 절반에 가까운 돈을 쓴다. 그리고 이 때 잔 뒤발을 만난다. 그녀와 함께 엄청 돈 쓰고 다닌 셈이다. 1842년에 10만 프랑의 절반 정도를 사용했다고 생각해보라! 그리고 가족에 의해 금치산 선고를 받는다. 그 이후 보들레르는 공증인에 의해 매달 약 200프랑 정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이 금액도 그 당시엔 꽤 될 것같은데), 무절제한 소비로 부채를 달고 다녔다. 





Portrait de Charles Baudelaire en 1844 par Emile Deroy (1820-1846)



짧은 산문집의 리뷰가 잔 뒤발의 이미지 목록 비슷하게 되었다. '검은 비너스'라고 불린 잔 뒤발과 보들레르와 관계는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나, 아이티 태생의 흑백혼혈이라, 프랑스 내 보들레르 연구자들에게 금기시되던 존재였다는 의견이 있기도 하다. 쿠르베나 마네의 작품에도 등장할 정도라면 당시 파리 예술계에 널리 알려진 인물이었을 텐데. 



책은 짧지만, 기억해둘만한 내용들이 많다. 다만 인문학 연구자들이나 문학에 뜻을 두고 있는 이들에게 해당될 것이다. 




* * 


흥미로운 구절이 있어 메모해둔다.  



즉 자연은 인간에게 잠자고, 먹고 마시며, 적대적인 환경에 대항하여 이럭저럭 자신을 지켜내라고 강요하는 것이다. 인간으로 하여금 자신의 동포를 죽여서 먹고, 감금하고 고문하도록 부추기는 것 역시 자연이다. 우리는 사치와 쾌락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서, 필요와 욕구의 세계에서 빠져나오자마자, 자연이 권할 수 있는 것은 죄악뿐이라는 것을 보게 된다. 소위 무오류의 자연이 부모 살해와 식인 풍습, 그리고 우리가 수치심과 품위 때문에 언급하는 것조차 꺼리는 다른 수많은 가증스러운 것들을 만들어냈다. 곤궁하고 몸이 불편한 부모들을 부양하라고 우리에게 지시하는 것은 종교이고, 좋은 의미의 철학이다. 우리의 이익을 대변하는 목소리일 뿐인 자연은 부모들을 타살하라고 우리에게 명한다. 자연적이고 꾸밈없는 인간의 모든 행동과 욕망을 전부 훑어보고 분석하고 나면 무서운 것만 발견하게 되리라. 아름답고 고귀한 것은 모두 계산과 이성의 결과물이다. 

- '현대적 삶의 화가' 중에서 65쪽 - 66쪽 





 



보들레르의 수첩 - 10점
샤를 보들레르 지음, 이건수 옮김/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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