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서 뒹굴뒹굴 거리다 무작정 거리로 나섰다. 서울 시립 미술관에 가서 피카소전을 보았다. 한불수교120주년 기념 전시다. 그래서 피카소 작품들이 들어왔다. ‘솔레르씨 가족’이라는 작품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전율 같은 게 일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그 정도의 전율을 일으키는 작품은 없었다. 대신 내 눈에 띄는 건 온통 연애 하러 나온 남녀만 눈에 띌 뿐이었다. 어쩌다가 미술관이 연애의 공간으로 변한 것일까. 하긴 연애라면 남부럽지 않았던 피카소 탓일 지도 모르겠다. 혼자 미술관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후기작들은 동어반복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모든 이들이 매체 미술과 미니멀한 경향으로 내닫고 있을 때, 피카소는 여전히 입체파적인 경향을 고수하고 있었다. 그 점에서 피카소보다 마티스가 난 좋다. 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