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5

이사

이사를 했다. 빌라에서 아파트로 옮겼다. 다들 그러듯, 나도 그렇게 옮겼다. 이제 적은 나이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뒤로 물러날 나이도 아니다. 아. 자본주의 안에서, 안 그래도 서로 비교하기 좋아하는 성향의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아파트로 가족의 거처를 옮기기란. 이번 총선 결과는 당연한 것이기도 하지만, 실은 일어나지 않아도 될 일이다. 이번 정부의 무능력함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으나, 사람들은 무시했다. 무엇보다 언론들의 무책임함은 분노를 일으킨다. 지난 대선 때 그들은 이번 정부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가. 그리고 이번 총선에서도 이 정부를 방어하려고 안간힘을 쓰지 않았던가.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오지 않자, 그들의 태도는 돌변했다. 실은 한국 언론에게 철학이나 신념 따위를..

한국에서의 선거

"사전에 결과를 쉽게 알 수 있는 선거에, 무능력하다고 소문난 온갖 후보들이 출마한다고 상상해봐라. 모든 선거가 자칭 민주적인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실은 광대극에 불과한 것이다." - 바츨라프 하벨 Vaclav Havel, 'A Table for Tyrants', NYTimes, 2009, 5,11. (체코 전 대통령) 한국에서의 선거란, 민주적인 방식으로 진행되었지만, 실은 광대극에 불과하며, 광대극으로 만든 이들은 예전엔 정치인들이었고 지금은 이상한 편견을 가진 대중들이 합류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아래와 같은 발언이 가능한 것이다. 이번 두 당선자의 경우는 해당되지 않는다. 더욱 중요한 것은 유권자들이 그 사안을 알고도 당선시켰다는 점이다. 유권자의 심판을 받은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얘기다. ..

지식인과 민주주의

4월 11일, 나는 르몽드디플로마크 한국판 2009년 9월호를 꺼내 읽었다. 르몽드디플로마크를 매월 사서 읽다 요즘 주춤하는데, 이 월간지는 의외로 '정밀한 읽기'를 요구하는 터라, 번번히 다 읽지 못한 채 다음 호를 사야만 하기 때문이다. (* 르몽드 디플로마크. 영국의 가디언(Guardian), 미국의 먼트리리뷰(Monthly Review) 등과 함께 대표적인 진보매체들 중의 하나지만, 내 주위에도 이 잡지를 읽는 이는 매우 드물다. 하지만 자신이 진보적 지식인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잡지를 사서 읽기를 권한다.) 2009년 9월 르몽드디플로마크, 자크 부브레스의 '지식인들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꼼꼼하게 읽는다. "그들(지식인)은 대자본을 상대로는 말을 아끼지만, 사회 밑바닥에서 헤매는 사람들에게는 ..

4월 11일 수요일

다시 한 번 이 나라가 부끄럽다. 정부에 반대하는 이름 없는 국민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고 사찰한 정부와 그것을 묵인한 정당에 대해 이토록 많은 이들이 지지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과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 반대로 그런 정부와 정당 앞에서 그 어떤 메시지도, 호소력도 가지지 못한 야당은 더 형편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문재인과 손수조

문재인에 대해선 말할 것이 별로 없다. 그는 기성 정치인이 아니고(정치에 뜻도 없었던), 끌려간 군대에서 너무 군생활을 잘해 말뚝 박으라는 소리를 들었고, 청와대를 나와 변호사 개업하지 않고 지낸 사람이다. 자신이 몸 담은 정권에 누를 끼치지 않겠다고 돈벌이를 하지 않은 사람이다. 늘 정치권과 거리를 두었던 인물이었으며, 계속 부산에 있었던 사람이다. 강직한 사람이다. 전 대통령의 비극이 없었다면, 지금쯤 부산에서 늘 해왔던 대로 인권 변호사로 일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손수조에 대해서도 말할 것이 없다. 부산 태생에, 한국의 젊은이들 대다수가 부정적으로 보고 비난하는 새누리(한나라)당의 공천을 받았다는 건 매우 이질적이지만, 나름 한국 현실 정치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정치인이 되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