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텍사스 4

스트레스의 극복

각자 나름대로의 스트레스 극복 방법이 있다. 나도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방법이 있다. 간단하게 적어본다. 1. 스트레스를 받는 일/공간/시간을 벗어나자. 하지만 이제, 이것은 불가능하다. 대체로 밥벌이와 관련되거나 어쩌지 못하는 인간 관계, 또는 불가항력적 상황일 경우가 더 많아졌다. 예전엔 아예 그냥 잠수를 타기도 했지만, 이젠 그럴 시기도 아니다. 2. 술을 마신다. 그냥 소주를 마셔선 안 된다. 조용하고 아늑한 바에서의 몰트 위스키 한 잔이거나 좋아하는 와인을 좋은 음식과 먹는 것. 살짝 사치스러워야 한다. 스트레스로 고통받는 자신을 위로할 수 있는 수준의. 예전에 자주 가는 단골 술집에서 음악 틀어놓고 마시길 좋아했으나, 이젠 그 단골 술집도 문을 닫았고, 음악을 들으며 마시다 보면 내일이 사라지다..

4월 중순, 비가 내리자 대륙 깊은 사막 먼지 냄새가 났다.

빔 벤더스의 '파리, 텍사스'를 본 지도 벌써 20여년이 흘렀다. 로드 무비Road Movie의 대명사였으며, 롱 테이크의 교과서와도 같은 장면들이 나온다. 이 영화의 OST는 컬렉터의 표적이 된 음반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젠 영화 보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고작 오래된 영화나 뒤져 다시 보는 정도다. 회사에 남아 일을 하는 월요일 밤. 내일 중요한 고객사와의 미팅이 나를 기다리고 있고 ... ... 올해 초 한 번 다운된 기분은 쉽게 상승하지 못하고 있다. 벌써 몇 달째 이르는 듯 싶다. 이번 주중엔 하루 정도 휴가를 내서 어디 여행이라도 갔다 와야 겠다. 나스타샤 킨스키도 이제 40대인가. 아니면 50대인가. ... ... 젊음이 사라지는 자리에 삶의 안락이 깃들어야 하는데, 그러기가 참 어려..

파리, 텍사스

며칠 전 잔뜩 술에 취해 들어와, 라이 쿠더의 '파리, 텍사스' OST를 들었다.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했으나, 슬픈 기분만은 어쩌지 못했다. 강해지려고 하지만, 늦가을 바람 앞에 나는 늘 맥없이 무너진다. 오랜만에 흔들리는 마음 한 자락을 느꼈으나, ... ... 나를 위로하는 건 늘, 낡고 오래된 LP와 일제 턴테이블이었다. 한동안 영화에 미쳐 살던 시절이 있었고 그 때 내가 사랑하는 몇몇 영화들 중의 하나, 빔 벤더스의 '파리, 텍사스'. 조각난 가정에 대한 회복을 담고 있는 영화이지만, 내가 보는 건 사랑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정처없는 방황과 구원, 사랑했던 한 순간에 대한 추억들이었다. 추억, 어쩌면 그건 우리에 남은 마지막 위안거리일 지도 모른다.

돈 컴 노킹

샘 셰퍼드, 그가 그렇게 늙었는지 몰랐다. 영화 속에서, 내 기억 속에서 그는 계속 중년인 채로 머물러 있었다. 무뚝뚝한 인상이지만, 그가 내미는 손을 잡으면 끝없이 따뜻한 애정이 묻어나올 것만 같은. 그가 나에게 선명한 인상을 남긴 영화는 막스 프리쉬의 원작 를 영화화한 (감독: 폴커 쉘렌도르프, 주연: 샘 셰퍼드, 줄리 델피)였다.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샘 셰퍼드와 줄리 델피의 팬이 되어 버렸으며 막스 프리쉬의 원작을 찾아 헌책방을 찾아헤매었다. 아주 오래 전 외국문학전집에 들어있었던 호모 파베르. 그리고 영화 OST도 LP로 구할 수 있었다. 빔 벤더스는 를 보고 반해버렸다. 이 영화를 보곤 나스타샤 킨스키에 빠졌다. 참 슬픈 로드 무비. 그리고 라이 쿠더의 음악이 매력적인 영화. 이 영화의 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