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한 잔 마시고 갑자기 찾아든 가을에 적응하지 못하는 내 육체와 영혼을 진정시켰다. 하지만 진정시키란 구름이 가뜩 끼어있는 서울 하늘에서 별빛을 발견하는 것처럼 어려운 종류의 일이었다. 갑작스런 계절의 변화는 자주 격렬한 심리적 불안과 섬세하고 민감한 우울을 동반한다. 이럴 때 기댈 수 있는 초월적 실체, 또는 존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시대는 니체와 프로이드로부터도 너무 멀리 떨어져 나왔다. ‘신은 죽었다’고 말했을 때의 니체만큼 신을 갈구했던 이도 없었을 것이다. 프로이드는 아예 영혼의 신비를 없애버렸으며, 젊은 루카치는 심리학의 발달을 비난했다. 하지만 ‘종교는 아편’이라며 공격했던 마르크스는 종종 나에게 그만큼 종교적인 사람도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들게끔 한다. 하지만 종교와 함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