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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들의 우주/이론

인간 존재의 의미, 에드워드 윌슨

 

 

 

 

인간 존재의 의미 The Meaning of Human Existence 

에드워드 윌슨(지음), 이한음(옮김), 사이언스북스 

 

 

빠르게 읽었는데, 다 읽은 후 리뷰를 하기 위해 다시 읽다보니, 빠르게 읽을 책이 아니었다. 에드워드 윌슨의 후기 저작으로, 어쩌면 그가 평생동안 연구하고 고민해온 질문 '인간은 무엇이며, 왜 존재하는가'에 대한 과학적 답변을 정리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아마 하빌리스 시대인 이 시기에, 한 집단의 일원인 개인들 사이의 경쟁에서 비롯되는 개체 수준의 선택과 집단끼리의 경쟁에서 비롯된 집단 수준 선택 사이에 계속 갈등이 빚어졌을 것이다. 후자는 모든 집단 구성원 사이의 이타성과 협력을 촉진한 힘이었다. 그 결과 그들은 집단 차원의 도덕성과 양심 및 명예심을 타고나게 되었다. 두 힘 사이의 경쟁은 다음과 같이 간결하게 표현할 수 있다. 집단 내에서는 이기적인 개인이 이타적인 개인을 이기지만, 이타주의자들의 집단은 이기적인 개인들의 집단을 이긴다. 혹은 위험을 무릅쓰고서 더 단순화하면, 개체 선택은 죄악을 부추긴 반면, 집단 선택은 미덕을 부추겼다고 할 수 있다. (37쪽) 

 

그리고 그는 다수준 선택(Multilevel Selection)을 이야기하며 이기적인 개인이 이타적인 개인을 이길지 모르나(개체선택), 이타적인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 이기적인 사람들로 모인 집단을 이긴다고 말하며(집단선택), 이 둘 사이의 갈등이 인류 문명을 발전시키고 지탱한 배경이라고 말한다. 

 

현재 우리는 새로운 탐험의 주기에 들어섰다. 무한히 더 풍성하고 그에 상응해 도전거리가 더 많으며, 또 우연의 일치라고 할 수 없는, 점점 더 인본주의적으로 나아가는 탐험이다. 그리고 그 탐험은 마침내 계몽 운동의 꿈을 실현시키기 시작하는 방식으로 우리 존재를 표현하게 될 진지한 창작과 예술과 인문학을 이끌게 될 것이다. (57쪽)

 

그렇다면 가상의 외계인이 우리로부터 배울 만한 것, 그들이 가치 있다고 여길 만한 것이 뭐가 있을까? 정답은 인문학이다. (61쪽)

 

문화적 진화는 오로지 인간 뇌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그 뇌는 유전자-문화 공진화(유전적 진화와 문화적 진화가 서로의 궤적에 영향을 미치는)라는 아주 특수한 형태의 자연 선택을 통해 선행 인류 시대와 구석기 시대에 걸쳐 진화한 기관이다. 주로 전두엽의 기억 은행에 의지하는 인간 뇌의 독특한 능력은 200만 ~ 300만 년 전 호모 하빌리스 때부터 그 후손인 호모 사피엔스가 6만 년 전 전 세계에 퍼질 무렵에 걸쳐 출현했다. 우리가 지금 으레 하듯이 안에서 밖을 내다보는 식으로가 아니라, 바깥에서 들여다봄으로써 문화적 진화를 이해하려면, 인간 마음의 모든 복잡한 감정과 구조를 해석해야 한다. 그럴려면 사람들과 긴밀하게 접촉하면서 무수한 개인사를 알아내야 한다. 생각이 어떤 식으로 기호나 인공물로 번역되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이 모든 것이 바로 인문학이 하는 일이다. 인문학은 문화의 자연사이며, 우리의 가장 내밀하면서 소중한 유산이다. (62~63쪽) 

 

그는 인문학을 강조한다. 어쩌면 과학과 인문학의 융합이야말로 그가 바라던 것이었을 것이다. 우리 스스로를 알기 위해서는 과학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인문학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책은 어느 인문학자가 쓴 과학책 느낌을 준다. 이런 점에서 볼 때, 20세기 후반기의 진짜 인문학, 지금 여기에 필요한 인문학적 통찰은 어쩌면 과학자들의 저서들에 담겨 있을지도 모르겠다. 

 

감정의 불안정성은 우리가 계속 간직하기를 바라야 하는 특성이다. 그것은 인간성의 핵심이며, 우리 창의성의 원천이다. (202쪽) 

 

윌슨은 거대한 진화의 과정 속에서 인류가 어떻게 현재의 모습에 이르게 되었는지 이야기하면서 우리의 존재에 대해서 다시 묻고 생각하기를 바란다. 책은 짧고 상당히 압축적이라 제대로 읽으려면 단단한 각오를 해야만 할 것이다. 하지만 인공지능(AI)이 전 세계 지식인들의 관심사가 된 지금, 이 책이 주는 메시지는 더 중요해지고 있다. 우리가 원하는 건 우리 자신들에 대한 것들이다. 왜 지구에 있으며 우리는 과연 무엇을 원하고 바라는지 말이다. 

 

에드워드 윌슨(1929 ~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