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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레프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전 3권) 레프 톨스토이(지음), 이명현(옮김), 열린책들 소설에 있어서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이것도 시대마다, 지역마다,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상당히 읽고 곤혹스러웠던 이 소설들은 일종의 불쾌감까지 들게 했다. 격정적 사랑의 파멸을 맞이하는 주인공인 '안나'는 소설 속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다. 적어도 안나는 그녀의 비도덕적인 사랑에 대한 제대로 된 서술이 이루어져야 했으나, 안나는 늘 쫓기듯 사랑을 나누고 끊임없이 불안해하며,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이와 반대로 그녀의 지적인 면모가 두드러져 보이는 부분에서는, 톨스토이가 안나를 불균형적이며 조각난 인물로 대놓고 묘사하려고 작정했음을 알 수 있다. 반대로 레빈에 대한 부분은 사려 깊으며 하나하나 정성을 기.. 더보기
창원 mood 커피바 아버지 기일이라 창원에 내려와 제사를 지내고 다음날 오전, 터미널까지 터벅터벅, 흐르는 땀을 손등으로 닦으며, 지금은 아스팔트 도로가 된 길을 걸으며, 여기가 한 때 수풀로 우거진 언덕이었음을, 그 언덕을 뛰놀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 옆으로 넓게 펼쳐졌던 늪지대들. 아마 그대로 두었다면 창원의 옛 그 삼각주는 순천 저리가라할 정도의 습지였을 텐데 라고 중얼거리며, 지금도 땅을 파면 바닷물이 나온다는 매립지 근터를 걷는다. 벌써 50년 가까이 지났으니, 기억하는 사람들도 거의 없을 게다. 그 때 이 인근에 살았던 사람들이라고 해봤자 몇 천명 안쪽이었을테니... 그러나 매립지라고 하기엔 지금 너무 건물들이 많다. 어느 새 흰 셔츠는 땀으로 젖고 길가 문을 연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터미널 근처 mood .. 더보기
에이전트 문명의 발흥과 몰락 - AI Alignment 온라인을 통해 AI에 관한 몇 개의 강의들을 수강해 듣고 있는 지금,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일반 대중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위험하고 지금 시점에서 개발을 잠시 멈추고 현 상황을 점검하면서 우리 인간에 대해서, 우리가 개발하고 있는 인간 지성의 복제체에 대해 보다 더 깊은 연구 후에 재개해야 할 것이다. 아래 글은 최근에 나온 몇 개의 보고서를 정리한 것으로 이미 AI는 인간의 감시를 벗어나 있는데(일종의 모험적 자율성을 획득함), 우리는 안타깝게도 그 이유를 명확히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어른이 아무리 사춘기 자녀의 끝없는 불안과 반항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 아래 글은 Dwarkesh Patel이 작성한 "에이전트 문명의 발흥과 몰락(The Rise and Fall of Age.. 더보기
기계 가독성과 에이전틱 UX 요즘 고민하고 있는 내용을 간단하게 올려본다. 좀 길게 정리해보고 싶은데, 시간적 여유가 마땅치 않다. 더 늦추면 지금 고민하는 것들이 다른 고민으로 넘어갈 듯하여 짧게 정리한다. 1. 기계 가독성(Machine Readability) 최근 eCommerce의 화두는 GEO(Generative Engine Optimization)이다. 나름 조사를 해 고객사에 제공한 리포트나 사내 세미나용으로 만든 자료가 있는데(이건 추후 공유하기로 하고), 실제 적용하는 것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 바로 기계가독성이다. 기계가 제대로 읽을 수 있는 형태의 구조로 글이 구성되어 있는가다. AI Agent를 만들 때 구성하는 *.md 파일이 기계가 읽을 수 있는 행태의 text 파일인 셈이며, GEO가 제대로 된 .. 더보기
취향과 언어 요즘은 위스키나 와인 사기도 매우 편해졌다. 어플로 주문하고 오프라인 상점에서 받아오면 되는 구조이거나, 검색해서 원하는 술이 있는 주류 매장를 찾을 수 있으니 말이다. 정가 대비 약 30%로 할인해 5만원 정도에 나온 셰리 위스키가 눈에 띄어 한참 ChatGPT와 위스키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 취향에 맞는 위스키인지, 가격은 적당한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보니, 위스키에서 시작한 대화가 와인으로 넘어가고 피아노 연주, 커피, 미술 문확 이야기까지 확대되었다. ChatGPT가 그렇게 이야기를 끌고 나간 건 아니고 내가 그렇게 확장시킨 것이다. 그리고 내 취향과 관련해 하나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는데, 각 분야를 넘나들면서 하나의 일관된 경향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지피티에 의하면, 나는 드라.. 더보기
킹 달러, 폴 블루스타인 킹 달러 - 달러, 코인, CDBC의 미래와 새로운 통화 질서의 탄생폴 블루스타인(지음), 서정아(옮김), 인플루엔셜 이 책의 주제는 '왜 달러는 강한가, 달러가 기축통화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시스템을 알고 있는가'이다. 이 책을 읽은 후, 달러가 기축 통화의 지위를 잃어버렸을 때 생기는 여러 혼란들을 예측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과 그 이후의 진행 과정을 보면서, 폴 블루스타인의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달러는 기축 통화의 지위를 잃게 될 것임을, 그리고 그 예상된 혼란 속으로 우리는 밀려들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의 방향은 명확하다. 달러의 패권은 그렇게 쉽지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이며, 그것을 설명하기 위해 거의 100년에 가까운 달러를 둘러싼.. 더보기
잠자는 추억들, 파트릭 모디아노 잠자는 추억들파트릭 모디아노(지음), 김화영(옮김), 문학동네 다이어리 낱장에 푸른 색 잉크로 쓰인 글씨보다 내 글시가 훨씬 더 또렷했다. 내가 경로를 분명히 밝혀갈수록 마치 나는 이미 그 경로를 따라가보았고 그래서 더 이상 정밀 지도를 참고할 필요조차 없는 것같았다. 그러나 그것이 정말 맞는 길이었을까? 우리의 기억 속에서는 우리가 갔던 길들, 도대체 어느 지방을 통과하는 길인지 더는 알 수 없게 된 그 길들의 이미지들이 뒤섞이고 있는 것이다. (119쪽) 십대 후반, 이십대 초반 파트릭 모디아노의 소설을 열심히 읽었다. 그리고 그가 노벨문학상을 받았을 때, 의외라고 생각했다. 문학적 혁신이나 실험과는 거리가 멀고, 뭐랄까, 아련한 외로움이나 그리움 같은, 타의에 의해 사랑을 잃어버렸으나 세상을 .. 더보기
우리는 왜 진정성에 집착하는가 왜 우리는 진정성에 집착하는가에밀리 부틀(지음), 이진(옮김), 푸른숲 정말 진정성에 집착하는 걸까? 글쎄다. 진정성Authenticity가 20세기 후반 이후 동시대적 삶의 양식을 드러내는 핵심 키워드들 중의 하나라고 여기고 있긴 하지만, '집착'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만큼 대단할까 싶다. 이 책의 원제 또한 >이긴 하지만, Obession이 적절한지에 대해선 이견의 여지가 있을 듯 싶다. 또한 이 책에 등장하는 소수의 사례들을 두고 우리 모두가 진정성에 집착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려울 듯 싶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성'은 현대 문화와 사회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실은 찰스 테일러의 >을 읽으면서 '진정성Authenticity'이라는 개념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다양한 학문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