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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몇 해전부터 죽음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여겨졌다. 가령, 갑자기 죽는다거나 하더라도, 무섭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의식적으로 강제한 것은 아니고, 그냥 자연스럽게 그렇게 변했다. 그래서 오십을 넘긴 중년 혹은 노년의, 사회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 이들이 그토록 쉽게 목숨을 버리는구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그러다가 이게 우울증의 전조 증상 같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종종 온 몸 밖으로 생의 강렬한 의지가 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안타깝게도 인간의 육체는 자연스럽게 늙음을 받아들이도록 진화하였다. 암은 인간의 육체가 이 세상에 오래 머물러 생기는 병이다. 영원히 살아가려는 세포의 일탈이다. 토요일 오전, 비가 내린다. 오늘은 도서관에 가지 않고 집에 있으며, 음악을 들어야겠다. 더보기
봄 날을 가로지르는 어떤 기적을 기다리며 시간이 흐른다. 아무런 이유 없이. 아무런 이유 없이 나이가 들고 상처 입고 죽는다. 이유없음은 저 실존주의자들의 가장 강력한 테마였지만, 그 무목적성 앞에서 그들도 무릎 꿇었다. 내던져진 존재. 그래서 그들은 그렇게 살았다. 치열하게 부딪히며. 봄이 왔지만, 내 마음 속으로 봄은 깃들지 못한다. 봄꽃 날리는 거리를 걸었으나, 그 때의 봄이 아니다. 하긴 나에게 봄이 있었던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하지만 우리 삶은 기계론적 인과율이 지배하지 않는다. 이 생은 저 감당하기 힘든 우연성으로 포장된 어떤 것이니, 내가 기댈 곳은 어떤 기적 뿐. 그 기적 아래에서 싹트는 고백과 반성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