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블로그의 힘F로서의 테터앤미디어

지하련 2011. 4. 20. 23:38


 블로그의 힘F로서의 테터앤미디어
- TNM 3주년을 즈음하여



가끔 살아가다 보면 변화를 간절히 바라고 기다릴 때가 있다. 자신의 처지나 모습을, 혹은 외부 세계의 환경을, 나라의 정치나 정부, 환경 문제 등을. 그런데 변화를 바라지만, 그 변화에 대한 생각이나 태도은 고대와 현대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강이 있을 정도로 크게 변했다. 

대학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듣게 되는 교양철학 시간, 두 번째나 세 번째 시간 강사나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플라톤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스승과 달리 형상, 이데아는 이 세계 속에 있다고 합니다. 플라톤이 이데아는 저 세계에 있다고 한 것과 달리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현실 세계 속에 있다고 하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세계관이 본질적으로 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기에는 너무 어렸다.

내가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우리가 변화를 간절히 바랄 때, 그 변화를 불러들이는 방식이 고대인들의 세계에서는 현대의 우리들과는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플라톤에게 저 멀리 있는 형상은 현실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근원이었으므로, 모든 존재는 그것을 향해 서 있었다. 즉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변화는 형상을 향한 변화이거나 형상과 멀어지는 변화였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는 형상이 이 현실 세계 속에 존재해 있지만, 그것은 마치 탁자 속에 숨겨진 탁자의 설계도와 같아서 탁자라는 형태(능동태, 혹은 현실태)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우리는 그것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

다시 말해 운동이나 변화라는 것의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고, 우리는 그 정해진 바대로 움직이는 것이다. 플라톤에게서는 저 세상의 이데아였으며, 아리스토텔레스에게서는 현실 속에 숨겨진 형상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간절히 변화를 바랄 때, 이데아를 탐구하고 형상을 연구하게 되는 것이다. 마치 종교인이 변화를 원할 때 간절히 기도를 하듯.

이러한 세계관 속에서 신분 질서는 변하지 않는 형상이었으며, 태어남과 동시에 미래의 신분과 직업이 정해지거나 미래에 정해지게 될 어떤 것도 이미 과거에 정해져 있었다라고 믿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현대인에게 고대인의 생각은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왜냐면 우리에게 변화란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마치 거대한 성좌의 어느 지점에 위치한 한 인생이 자신의 위치나 처지가 필연이 아니라 우연이며 그 우연은 다시 한 번 더 일어날 수 있는 어떤 것임을 깨닫는 것과 같다. 뉴튼은 지구는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 변방이며, 운동이나 변화라는 것은 이미 정해진 것이 아니라 외부의 어떤 힘 F를 통해 일어나는 것이라 주장하는 것이다. 이로서 근대는 시작된다.

너무 이야기가 거창해졌나. 변화의 의미를 찾다 보니, 다소 어려운 이야기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기도를 한다고 세상이 변하지 않지만, 적어도 자신을 다스리고 마음을 잡을 순 있다. 그리고 그것이 발판이 되어 천천히 변화는 일어나게 된다. 그것이 외부에 존재하는 힘 F 다.

내가 블로그를 하게 된 것도 벌써 5년이 넘었다. 그 사이 내 블로그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블로그인에서 네이버로, 네이버에서 다시 티스토리로의 변화보다 테터앤미디어 파트너 블로거가 된 것이 가장 큰 변화였다. 내가 운영하는 블로그에 변화를 주기 위한 시도는 여러 번 있었다. 방문자 수도 꾸준히 늘었고 다음 메인에 올라가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시도는 변화를 일으키기에는 불충분했다.

블로그는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이면서 동시에 외부를 향해 활짝 열린 공간이기도 하다. 마치 대문이 없고 현관 문이 열린 집이라고 할까. 사적인 공간이면서 동시에 공적인 역할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바람은 불지만, 그 공간 안으로 들어와 변화를 일으키는 일은 드물다. 그리고 변화를 주려는 시도도 그저 거실에 놓여진 소파 하나의 위치를 옮기는 수준에 머물고 만다. 실은 집 안의 인테리어를 다 바꾸어도 변화의 영향은 미미하다.

블로그에 있어서 테터앤미디어와 같은 곳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고 소중하다. 우리가 블로그 운영자로서 자신의 블로그에 어떤 변화를 주고 싶을 때, 그 변화의 조력자이면서 조언자이고 사적인 공간으로서 공적인 역할, 그것도 활짝 열린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자 할 때 중요해지는 것이 외부에 있는 어떤 힘 F, 자신의 영역을 향해 있는 어떤 힘이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은 새롭게 보이는 어떤 영역에 발을 돌리지만, 결국 그들이 링크를 걸게 되는 곳은 다소 긴 글이 있는 어떤 페이지이고, 그 곳은 블로그이거나 저널일 가능성이 높다. 즉 우리가 운영하는 블로그와 같은 역할을 하는 어떤 공간이다. 그런데 SNS로 인해 블로그는 마치 사이버 공간에 놓여진 외딴 섬과 같이 변해가고 있다. 한 번만 들어왔다가 그냥 나가버리는 외딴 섬.

종이 책이나 종이 신문은 목차나 순서가 있고 하나를 읽기 위해서 다른 하나를 거쳐가거나 잠시 시선을 돌려 같이 읽을 수도 있다. 이는 누군가의 집에 초대를 받아 놀러갔을 때, 그 집 안의 모습을 한 눈에 담는 것과 유사하다.

블로그를 운영하고 블로그에 어떤 변화를 주고자 했을 때, 다행히 그 때쯤 나는 테터앤미디어 파트너가 되었다. 그리고 변화가 조금씩 일어나고 있다. 외부의 자극으로 인해 나는 블로그에 조금 더 신경을 쓰게 된 것이며, 블로그의 외적인 가능성이나 역할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변화를 바랄 때, 그들은 고대의 철학자가 이야기했던 형상이나 이데아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 있는 힘 F를 바라는 것이다. 자신이 변할 수 있게 자극을 주고 에너지를 줄 수 있는 힘 F.

블로거가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변화를 바랄 때, 똑같이 외부에 있는 힘 F를 원하게 된다. 그 때 필요한 힘 F가 테터앤미디어와 같은 곳이 아닐까. 아직 나는 한국 사회에서 블로그가 아직 제대로 된 외적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여기고 있다. 그것은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한국 사람들은 끊임없이 어떤 변화 - 긍정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변화를 바라고 있지만, 아직 우리에게는 뉴튼이 이야기 했던 바, 그 힘 F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블로그가 그런 힘 F가 되었으면 바라고, 블로그가 한국 사회의 힘 F가 될 수 있도록 테터앤미디어가 더 큰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