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味적 우주 79

틴토 뻬스께라 Tinto Pesquera, 2019

틴토 뻬스께라 크리안자, 2019, 스페인 Alejandro Fernandez, Pesquera Crianza  그러고 보니, 와인 라벨 색상이 바뀌었다. 아래처럼 나왔는데, 어느 새 위 사진처럼 바뀌었구나.   거의 이십년 전 남산 인근 카페에서 도망치듯 한국을 떠나 미국 뉴욕에서, 아무렇게나 살던, 그 때 우연히 한국에 들어왔던, 그 때 처음으로 보고 마지막으로 봤던 형이 사준 와인이었다. 그 이후 한 두 번 안부를 확인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모른다. 이십여년 전 나는 한창 와인을 시작할 무렵이었고, 그 때 마신 몇 병의 와인들 중 하나가 바로 틴토 뻬스께라였다. 그 때만 해도 신대륙 와인이 요즘처럼 유명하지 않았고 다양하게 수입되던 시절도 아니었으니까. 뻬스께라 크리안자는 템플라니요 100%인데..

Paul Jaboulet Aine, Cotes du Rhone Parallele 45

폴 자불레 애네, 꼬뜨 뒤 론 빠할렐 45, 2021년Paul Jaboulet Aine, Cotes du Rhone Parallele 45, 2021 오랜만에 론 와인을 마셨다. 그르니슈 품종은 처음이다. 이 품종이 잘 숙성되면 타르와 가죽향이 난다고 한다. 그랬나 싶다. 그르니슈와 시라를 브랜딩한 와인으로 가격 대비 높은 품질로 많은 사랑을 받는 와인이라고 한다. 정말 그렇다!  술이라는 게 분위기(장소, 시간, 사람 등)을 타는데, 특히 와인이 이게 더 심하다. 좋은 와인을 마시더라도 제대로 된 분위기가 아니면 그 풍미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그 반대도 있다. 심지어 몇 천원하는 멜롯 와인을 마시고 기분 좋게 취한 적도 있었다. 며칠 후 다시 그 와인을 구입해 마시곤 "이렇게 맛이 없을 수가!"..

Chateau du Bois de Tau 2019 샤또 뒤부아 드또

Chateau du Bois de Tau 2019 Cotes de Bourg, Bordeaux 보르도 레드 와인이다. 카베르네 쇼비뇽(20%)과 메를로(80%) 브랜딩으로 전형적인 보르도 와인의 풍미를 보여준다. 견고하며 밸런스가 좋다. 하지만 나는 금방 마셨다. 뒤늦게 후회하고 있지만, 늦었다. 최소 3시간 이상 기다렸다가 마셔야 된다고 한다. 다른 이의 리뷰를 보니.. 과연 그럴까. 결국 디켄팅을 권하는 와인이지만, 어느 정도로 풍미가 올라올련지는 지켜봐야 할 것같다.  방배동에 있는 와인샵에서 3만원 중반대로 구입했다. 적절한 가격이다. 세계적으로는 32불 정도로 거래되는 와인이라고 하니. 나쁜 와인은 아니다. 그렇다고 와~ 하는 와인도 아니다. 디켄팅하여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 프랑스 와인 좋아하..

Montes, Classic Cabernet Sauvignon

Montes Classic Cabernet Sauvigon 몬테스 클래식 카베르네 쇼비뇽, 2022   카베르네 쇼비뇽 85%, 메를로(Merlot) 15%를 브랜딩한 와인이었다. 나는 카베르네 쇼비뇽 100%라고 여겼다. 하긴 그런 거 치고는 카베르네 쇼비뇽 특유의 느낌이 상당히 약해 의외로 밸런스를 잘 맞추었다고 생각했다. 메를로 15%라는 걸 알고 난 다음, 내가 느낀 것이 당연했나 싶기도 하다. 프랑스 와인들 대부분이 카베르네 쇼비뇽과 메를로를 브랜딩한다. 여기에다 카르미네르까지 섞기도 한다.  그래서 이 와인은 칠레산 와인이지만, 상당히 구대륙적 느낌을 가진 와인인데, 그것도 잘 만들지 못한 와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정도 밸런스는 좋으나, 상당히 가볍워, 날라다니는 느낌이다. 잘 만든 뻬..

피노 돈셀 PINO DONCEL 12 Meses

피노 돈셀 Pino Doncell 12 Meses후미야 Jumilla, 스페인    스페인 후미야 지역 레드와인이다. 무척 평판이 좋다. 그러나 나에겐 좀 평범했다고 할까. 대단한 느낌은 아니었다. 상쾌한 느낌의 와인이었다. 충분한 디켄팅으로 풍미는 더 오를 것으로 보이지만, 나에겐 그냥 부드러운 산미가 적절하게 있는 와인인 정도였다. Vivino의 높은 4점대 평가는 좀 과장되지 않았나 싶다.   예전엔 Vivino 사용자가 없었는데, 요즘엔 다 Vivino을 사용하는 듯하다. 초반에는 사진 올리면, 다음 날 등록되기도 하고 와인 정보가 없어서 올린 사진을 직접 보고는 "네가 마신 와인이 이 와인이니?"라고 묻는 메일도 오곤 했는데...요즘엔 판매까지 하는 모양이다. 한국에선 판매를 할 수 없어서 그렇..

La Gemella Barbera d’Alba, Viberti Giovanni, 2022

술 마시는 양이 줄어들지 않았으나, 횟수는 줄었다. 제안서 작업이 생기는 주(週)는 정신 없이 시간이 흐른다. 오직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는 스트레스와 불면(不眠)의 밤들. 금요일 저녁 늦게 제출하고 술을 마셨다. 그리고 일요일 저녁에서야 겨우 내 흐름 속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저 세상이 강제하는 질서를 벗어나, 휴일의 온전한 내 질서 속으로. 그걸 기념하기 위해서 였을까. 와인 한 병을 꺼내고 냉동새우를 꺼내 구이를 하고 알리오올리오 파스타를 원팬으로 만든 저녁, 술에 취해 쇼파에서 잠을 잤다. 요즘 자주 내가 살아가는 이유, 살아있는 이유에 대해 자주 묻는다. 어쩌면 내가 저 외부 세계를 어쩌지 못한다는 절망스러움을 깨달았을 때부터 물었다. 그리고 실존주의자인 카뮈나 야스퍼스가 줄기차게 물었던 질..

우드브릿지 피노누아 Woodbridge Pinot Noir

우드브릿지 피노누아 Woodbridge Pinot Noir 아쉽게도 '롱반 피노누아(Long Barn Pinot Noir)'보다 비싸다. 피노누아의 은은하고 감미롭게 퍼지는 향을 느끼기엔 너무 밋밋하다. 우드브릿지의 명성이 사라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예전에 내가 알던 와인들의 명성이 퇴색되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다. 한국에서 선물한다면 다들 '1865 카쇼'를 하곤 했는데, 얼마 전에 마시곤 아, 이 와인 왜 이렇지 하고 생각했다. 와인 인구가 많이 늘어나 와인 선택지가 풍부한 요즘, 우드브릿지를 마실 이유는 없다. 가격 2만원 중반 이상이라서 가격도 매력적이지 않다. 이 가격대라면 너무 좋은 와인들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가격대에서는 이탈리아 프리미티보(Primitivo) 품종을 만들어진 와..

Gran Passione Rosso 2021 그랑 파시오네 로쏘

Gran Passione Rosso 2021 Veneto, Italy 메를로와 이탈리아 베네토 지역의 코르비나(corvina) 품종을 블랜딩한 와인이다. 낮은 등급 와인(IGT등급인데, 프랑스로 치면 Vin de Pays라고 해야 하나..) 치고 의외로 평판이 좋은 와인이긴 하나, 나는 그다지 즐겁게 마시진 못했다. 비비노(Vivino) 평점 4.0. 의외인데. 이 정도는 아니잖아. 최근 비비노의 평점을 믿을 수 없는 수준인 듯하다. 간단한 핑거 푸드와 먹기에는 너무 밋밋했다. 최근 비비노 평점을 믿기 어려워 보인다. 그래서 나는 최선을 다해 낮은 평점을 주려고 노력 중이긴 하지만... 와인을 자주 마시는데, 이렇게 정리를 해두지 않으면 내가 무슨 와인을 마셨는지 기억 못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어서 마시..

샤또 드 파랑쉐 뀌베 라파엘 2019

샤또 드 파랑쉐 뀌베 라파엘 2019 Chateau de Parenchere Cuvee Raphael 2019 메를로 50%, 카베르네 쇼비뇽 50%으로 블랜딩된 와인으로 샤또 드 파랑쉐의 대표 와인이다. 아래 등급으로는 보르도 슈페리어 루즈가 있고 위로는 에스프리 드 파랑쉐가 있다. 하지만 빈티지마다 유통가격이 제각각이다. 파랑쉐 보르도 슈페리어는 병당 8유로 ~ 10유로면 살 수 있지만, 국내 샵에서는 4만원 가격으로 판매되기도 했다(이런 도둑놈들!). 내가 마신 뀌베 라파엘은 12유로 이상. 그리고 에스프리 드 파랑쉐는 19유로다. 샤또 드 파랑쉐 홈페이지에 가면 6병이 들어가 있는 박스로 구입할 때 위 가격으로 살 수 있다. 그리고 많이 사면 가격은 더 떨어진다. 하지만 한국으로 운송하려면 세금이..

에라주리즈 맥스 리제르바 까베르네 쇼비뇽

예전엔 사오만원 대에 있던 와인인데, 가격이 많이 떨어져 삼만원대에 구할 수 있다. 오래 전부터 수입되었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와인이다. 도리어 Max Reserva가 아니라 바로 아래 가격대에 있는 에라주리즈Errazuriz 와인을 보기 더 힘들어졌다. 만 원대에서 쉽게 마실 수 있는 와인으로 에라주리즈, 얄리, 우드브릿지, 디아블로 등이 있었는데, 에라주리즈나 얄리는 쉽게 보기 어려워졌고 디아블로만 엄청 구하기 쉬워졌다. 우드브릿지도 보기 힘들어졌다. 에라주리즈 맥스 리제르바에서는 '쉬라'의 명성이 한때 대단했다. 가성비가 최고라는 평판이 있었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칠레에서 유명한 와인너리인 에라주리즈. 이 곳에서 나오는 와인들 대부분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니, 적당한 가격대의 에라주리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