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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없는 대학, 자크 데리다

조건없는 대학자크 데리다(지음), 조재룡(옮김), 문학동네 대학은 진리를 직업으로 삼습니다. 대학은 진리에 대해 제한 없는 참여를 선언하고 약속합니다. 확실히 진리의 위상과 변화는, 진리의 가치와 마찬가지로, 무한한 토론들(합치로서의 진리나 계시로서의 진리. 이론적-진위진술적 언술 대상이나 시적-행위수행적 사건 대상으로서의 진리 등)을 불러일으킵니다. 하지만 이런 것은 바로 대학 안에서, 그리고 인문학 소속의 학과들에서 특권적인 방식으로 논의됩니다. (14쪽) 어떤 외부의 압력, 조건으로부터 벗어나 모든 것을 탐구하고 연구할 수 있으며 말할 수 있는 '무조건적인' 대학 공간에 대해 데리다는 이야기한다. 그것은 '불가능한 것의 가능성'으로 오고 있는 대학이어야 한다. 그래서 대학은 '사건'으로 존재해..

유럽: 1453년부터 현재까지 패권 투쟁의 역사 1권, 브랜든 심스, - 3

유럽 Europe - 1453년부터 현재까지 패권투쟁의 역사, 1권 The Struggle for Supremacy 1453 to the Present브랜든 심스 Brendan Simms (지음), 곽영완(옮김), 애플미디어 지금 브랜든 심스의 > 2권을 읽고 있지만, 아직 > 1권에 대한 리뷰도 끝내지 못했다. 각 챕터마다 제대로 기억에 담아두려고 관련 자료들까지 찾아가며 정리하다 보니, 의외로 시간이 걸렸다. 실은 서양 철학사, 미술사, 예술사, 지성사 등을 여러 차례 읽었지만, 뭔가 빠뜨린 부분들을 이 책을 통해 새로 알게 된다고 할까. 더구나 지정학적 격변기에 브랜든 심스의 시각으로 정리된 유럽 근대사는 지금 벌어지는 여러 가지 사건들의 근원을 이해하게 해준다. 독립 국가 폴란드의 국방력 강화나..

단종의 '자규시'

원통한 새가 되어서 제궁을 나오니 외로운 그림자 산중에 홀로 섰네 밤마다 잠들려 해도 잠 못 이루어 어느 때 되어야 이 한다 할꼬 두견새 소리 그치고 조각달은 밝은데 피눈물 흘러서 봄꽃은 붉다 하늘도 저 애끓는 소리 듣지 못하는데 어찌하여 시름에 찬 내 귀에는 잘도 들리는고 一自寃禽出帝宮 孤身隻影碧山中 假眠夜夜眠無假 窮恨年年恨不窮 聲斷曉岑殘月白 血流春谷落花紅 天聾尙未聞哀訴 何乃愁人耳獨聰 - 노산군(魯山君), , 1457년.**** 단종(노산군) 이야기는 늘 마음이 아팠다. 세종대왕이 그렇게 아꼈으나..., 영화는 아직 보지 않았고 저 시는 참 슬펐다. 나에게 저 시를 알려준 시인은 이미 고인이 되었고, 나도 이제 머지 않아 떠나겠지만, ... 아픈 사연을 지닌 이들의 이야기는 끊임없이 이승을 떠돌며 남은..

잡담 - 술과 글

1. 대학 1학년, 선배들의 무용담을 듣고 술 마시고 시를 쓰려 했다. 그리고 욕했다. 다시 생각해보니, 어쩌면 이때부터 선배들과의 인연이 멀어졌는지도. 술 마시고 책을 읽거나 시 쓰는 건 아니다. 맥주 한 잔 정도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이것을 두고 술을 마셨다고 하진 않는다. 와인이나 맥주 한 잔 마시면서 책을 읽는다라고 한다면, 뭐라 말할 수 없지만, 술 한 잔 마신 걸 두고 술을 마셨다고 하진 않는다. 그러니 술을 마시면서 책을 읽는다는 표현은 이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다. 책을 다 읽은 다음, 즐거운 마음에 술을 마시는 건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과도 어떤 책을 두고 대화를 격하게 나누다 영영 인연이 끊어지기도 하니, 술을 마시는 행위과 책을 읽는 행위는 무관하다. 버나드 쇼..

인공지능에게 물어본 내 이미지

"현대적인 휴머니스트의 서재"라고 한다. 그의 대답은 아래와 같다. 당신은 차가운 이성(AI, 경제, UX)과 뜨거운 인문학적 호기심(역사, 철학, 예술), 그리고 삶을 즐기는 세련된 감각(위스키, 만년필)이 아주 어우러지는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라고 제미니가 이야기한다. 내가 봐도 내가 부럽다. 제미니에게 고마워해야 하나. 제미니에게 다시 물어보니, 용산 이태원이나 한남동 어디쯤 있는 빌딩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2026년, 좀 분발해보자. 이미지에 대한 설명몸젠의 >, 헤겔의 >, 마르셀 프루스트의 > 세 권의 책과 몽블랑 149 만년필(약 200만원 정도). 다이어리, 위스키, 벽에 걸린 고흐의 작품. 노트북에는 AI와 관련된 도표와 차트들. 그리고 남산 타워가 보이는 건물의 사무실 안.

유럽: 1453년부터 현재까지 패권 투쟁의 역사 1권, 브랜든 심스, - 2

유럽 Europe - 1453년부터 현재까지 패권투쟁의 역사, 1권 The Struggle for Supremacy 1453 to the Present브랜든 심스 Brendan Simms (지음), 곽영완(옮김), 애플미디어 현재 2권(한국어 번역본은 2권으로 나왔다)을 읽고 있는데, 블로그에 올리기 위해 쓴 이 글에 정리된 내용은 이제 1권 2장 부분이다. 아마 매 장마다 이렇게 글 하나씩 올려야 할 것 같다. 한 두 권의 유럽통사를 읽은 터라 대략적인 흐름을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을 읽어야하는 장점을 명확한다. 지금 전세계에서 벌어지는 지정학적 갈등이나 위기 상황에 대한 깊은 이해를 확실히 쌓을 수 있다. 저게 지금 갑자기 등장한 게 아니라는 말이다. 특히 최근 유럽과 러시아와의 대결, 유럽과 미..

성실성과 진실성, p.3 ~ 4

『햄릿』이라는 작품 전반에 ‘성실성(sincerity)’이라는 주제가 얼마나 깊이 배어 있는지는, 이 작품을 이해하는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인식의 일부다. 햄릿이 첫 번째 긴 대사에서 “나는 ‘겉모습(seems)’ 따위는 모른다”고 말하며 자신의 성실성을 확언하는 것은, 햄릿이라는 인물을 규정짓는 결정적 요소다.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그가 겉으로 공언하는 감정과 실제 느끼는 감정 사이에는 분명 불일치가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은 그가 생각하기에 어머니가 자신에게 씌우고 있는 혐의(슬픈 척한다는 것)와는 다르다. 오히려 그는 자신이 공언하는 것보다 (실제로는) 덜 느끼고 있지만, 스스로는 그보다 더 많이 느끼고 있다고 생각해야만 하는 상황인 것이다. 배우들과 함께하는 장면은 감정과 표현 사이의 일치를 예술적..

마이클 악스워디, <이란의 역사> 서문 번역

서양의 시대는 가고 다시 동양의 시대가 올 것이다. 막연한 예감 같은 것인데, 그 시작이 한국이 될 것이며, 한국이 아시아 전역으로 교류를 늘려 나가면서 중앙아시아를 지나 페르시아를 거쳐 그리스와 마케도니아에 닿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했다. 수천년 동안 문명은 그렇게 형성되어져 있었다. 의외로 이란(패르시아)에 대해 알려진 것이 없어서, 한글로 된 책이나 자료를 찾아보니 실제로 없었다. 한국은 서구 중심주의를 벗어나 시야를 좀더 확장해야 하는데, … 찾다가 마이클 악스위디(Michael Axworthy)의 >을 구했다. 생각보다 제법 분량이 되어 언제 읽어야 하나 하다가 최근 이란 사태로 인해 서문을 꼼꼼하게 읽고 한글로 번역해 옮긴다.한 때 서구 세계를 양분했던 그 페르시아 제국의 후예들이며,..

이란, 혹은 페르시아를 위한 기도

출근길에 이란 역사 책을 꺼내 챙겼다. 페르시아제국의 후예들, 로마제국과 함께 서양고대사의 가려진 다른 뒷면, 고대그리스 로마의 유산을 간직했던 땅. 하지만 19세기 서구 열강의 사악한 이기심의 흔적이 아직 남아있는 지역. 조용히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했다. 저 아픈 사건들이 끝나면 테헤란에 가서 한 달 살기를 해볼까. 잊혀진 고대 제국의 흔적을 찾아볼까. 그 땅을 밟았던 고구려, 고려 사람들의 기억을 더듬어볼까. 아직도 세계사람들에게 고구려, 고려, 그렇게 Korea라고 불리는 땅의 후손이 가면 그 땅을 어떻게 일아차릴까. 이란 사람들이 뜻하는 대로 정권이 바뀌어 자유로워지기를 다시 기도한다. 그리고 더 이상 아무도 다치질 않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다시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고 한다. 외신에 의하면 ..

2025년, 책들의 기록, “왜 읽는 걸까?”

2025년, 책들의 기록, “왜 읽는 걸까?” 언제나 나에게 되묻는 것이 있다면, “도대체 아직도 나는 책을 왜 읽는가?”이다. 더구나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들과는 크게 관련 없는 책들을 읽고 있는 나를 보면, 때때로 낯설기까지 하다. 사람들은 말한다. 책을 읽으라고. 하지만 굳이 내가? 책을 더 읽는다고 버는 돈이 달라지지도 않고 돈을 획기적으로 많이 버는 법을 알게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왜 주말이면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리고 읽는 걸까? 왜 나는 매달 평균적으로 10만원 이상 책을 구입하는 걸까? 이유는 뭘까? 그냥 습관인 것이다. 호기심이다. 그리고 나와 너무나도 적대적인 이 세상에 대한 사랑 때문이다. 그(들)에 대한 애정 때문이며, 그녀(들)에 대한 집착 탓이다. 아쉬움 때문이기도 ..

책들의 우주 2026.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