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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지 않는 것이 낫다 셸리 케이건의 >를 읽고 있다. 많은 이들이 읽었을(실제로는 거의 읽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 책은 예상과 달리 너무 재미 없다. 이렇게 집요하게 '죽음'을 논증해서 무슨 가치가 있을까. 케이건이 말하는 것들은 논리적으로 대체로 옳다. 그런데 결국 우리는 죽을 것이고 우리의 입장에서는 아무 것도 남지 않을 것이다. 다 부질 없다. 그런데 왜 ‘죽음Death’를 정의를 하려고 노력하는 걸까. 특히 추상적이지 않고 도리어 죽음 이후의 삶이 있는가에 대해서 논증하는데 책의 절반 이상을 할애한다. 자신의 '죽음'은 결코 경험할 수 없는 우리가 ‘죽음’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죽음’의 정의나 ‘죽음’ 이후의 삶(영생) 때문이 아니다. 따라서 ‘죽음’에 대한 논리적 검증이 아니라 지금 여기 존재하는 나.. 2025. 9. 20.
Stay With Me 가끔 유튜브로 일본 시티팝을 찾아 듣곤 한다. 가수 이름이나 노래 제목을 잘 알지 못하지만, 뭐랄까, 아련한 느낌이 들어서 좋다고 할까. 그 당시 한국 음악과는 다른 결이 있다. 일본이 매력적인 이유는, 어떤 아찔함에 있다. 이해할 수 있을 것같으면서, 전혀 그렇지 않지 않은, 미지의 속성. 지역마다, 사람들마다 각기 다른 생각과 풍습을 지니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우리가 얼마나 주변 환경(콘텍스트, 맥락, 배경 등)에 취약하지 알 수 있다.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이들이지만, 한국인과 일본인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몇 천년 동안 살아온 그 맥락이 다른 것이다. 그걸 바꾸기 위해 전제군주들은 사상과 종교를 받아들였다. 그렇게 잘못된, 대표적인 나라가 이스라엘 정도가 있는 걸까. 일본 사람들도 그들을.. 2025. 9. 20.
밥 먹다가, 울컥, 박찬일 밥 먹다가, 울컥박찬일(지음), 웅진지식하우스 산막리에서 어쩌다 나는 세상을 떠돌다이 산골 구석에 들어와 살고 있는지세상의 부귀영화 모든 영광이서울에 있다는데 나는 어쩌자고공공근로 비정규직 산불감시원이 되었는지세상을 조금만 다르게 생각하면얼마든지 출세할 수 있다던 친구의 말아직도 귓가에 빙빙 맴도는데가슴은 산막리 골짜기 물처럼 차갑기만 하다 - 성백술, >, 시와에세이, 2015 대학을 복학하던 그 해 겨울, 그녀는 나에게 한 쪽 팔목을 보여주며 "죽으려고 했어"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이내 다른 한 쪽 팔목을 보여준다. 그녀의 희고 가느다란 팔목이 내 눈 안에 가득찼다. 그리고 그 가는 팔목 위로 선명하게 나 있는 두 개의 줄. "그러니까, 여러 차례 죽으려고 했는데, 죽지 못했어"라고 덧붙였다.. 2025. 9. 12.
우울증 몇 해전부터 죽음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여겨졌다. 가령, 갑자기 죽는다거나 하더라도, 무섭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의식적으로 강제한 것은 아니고, 그냥 자연스럽게 그렇게 변했다. 그래서 오십을 넘긴 중년 혹은 노년의, 사회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 이들이 그토록 쉽게 목숨을 버리는구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그러다가 이게 우울증의 전조 증상 같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종종 온 몸 밖으로 생의 강렬한 의지가 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안타깝게도 인간의 육체는 자연스럽게 늙음을 받아들이도록 진화하였다. 암은 인간의 육체가 이 세상에 오래 머물러 생기는 병이다. 영원히 살아가려는 세포의 일탈이다. 토요일 오전, 비가 내린다. 오늘은 도서관에 가지 않고 집에 있으며, 음악을 들어야겠다. 2025. 9. 6.
misc. 08. 31 재개발이 예정된 자리가 눈 앞에 들어왔다. 이 쪽으로는 저 먼 곳까지 보인다. 그러나 몇 년 후면 이 곳도 아파트들로 시야가 가려질 것이다. 원래 시장이 있던 자리를 허물고 구청이 들어오면서 동네 풍경이 많이 바뀌고 있다. 공간은 기억을 담는다. 그리고 자주 추억 속 풍경이 되어 눈 앞에 아른거린다. 하지만 그런 풍경 따윈 이제 없다. 길을 걷는데, 그 길이 복개천이라는 걸 전해 들었다. 이 동네 산 것도 십 수년이 지났지만, 처음 들었다. 하긴 서울 시내 복개천이 얼마나 많을까? 멀리 63빌딩이 석양에 불타고 있었다,라고 적지만, 사진이 흐리멍텅하다. 지금 쓰고 있는 휴대폰은 이제 5년이 되었다. 언제나 술을 마신 채 걷다 떨어뜨려 부서져 바꾸거나 잃어버려 바꾸곤 했는데, 이 삼성폰은 고장이 나.. 2025. 8. 31.
사마르칸트, 아민 말루프 사마르칸트 Samarcande아민 말루프Amin Maalouf(지음), 이원희(옮김), 교양인 아민 말루프의 소설 >를 읽었다. 아마 다들 한 두번은 들어본 이름이다. 실크로드를 이야기할 때, 반드시 등장하는 오아시스 도시, 사마르칸트. 중앙아시아의 오래된 도시로, 실크로드의 중간 쯤에 위치해 있다. 무수한 중앙아시아를 호령했던 제국들의 수도였거나 중요한 도시로 있었으며, 지금은 우즈베키스탄에 속해 있다. 사마르칸트란, 소그드어(동부이란어)로 '바위도시'라는 뜻을 가진 말이다. 그리고 이 소설은 아민 말루프의 가상 역사소설로, 오마르 하이얌의 > 필사본 이야기로 시작한다. 하지만 이 책은 시편에 대한 이야기나 >필사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내가 마주한 것은 오마르 하야임과 자한과 벤자민이 시.. 2025. 8.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