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2852

성실성과 진실성, p.3 ~ 4

『햄릿』이라는 작품 전반에 ‘성실성(sincerity)’이라는 주제가 얼마나 깊이 배어 있는지는, 이 작품을 이해하는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인식의 일부다. 햄릿이 첫 번째 긴 대사에서 “나는 ‘겉모습(seems)’ 따위는 모른다”고 말하며 자신의 성실성을 확언하는 것은, 햄릿이라는 인물을 규정짓는 결정적 요소다.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그가 겉으로 공언하는 감정과 실제 느끼는 감정 사이에는 분명 불일치가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은 그가 생각하기에 어머니가 자신에게 씌우고 있는 혐의(슬픈 척한다는 것)와는 다르다. 오히려 그는 자신이 공언하는 것보다 (실제로는) 덜 느끼고 있지만, 스스로는 그보다 더 많이 느끼고 있다고 생각해야만 하는 상황인 것이다. 배우들과 함께하는 장면은 감정과 표현 사이의 일치를 예술적..

마이클 악스워디, <이란의 역사> 서문 번역

서양의 시대는 가고 다시 동양의 시대가 올 것이다. 막연한 예감 같은 것인데, 그 시작이 한국이 될 것이며, 한국이 아시아 전역으로 교류를 늘려 나가면서 중앙아시아를 지나 페르시아를 거쳐 그리스와 마케도니아에 닿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했다. 수천년 동안 문명은 그렇게 형성되어져 있었다. 의외로 이란(패르시아)에 대해 알려진 것이 없어서, 한글로 된 책이나 자료를 찾아보니 실제로 없었다. 한국은 서구 중심주의를 벗어나 시야를 좀더 확장해야 하는데, … 찾다가 마이클 악스위디(Michael Axworthy)의 >을 구했다. 생각보다 제법 분량이 되어 언제 읽어야 하나 하다가 최근 이란 사태로 인해 서문을 꼼꼼하게 읽고 한글로 번역해 옮긴다.한 때 서구 세계를 양분했던 그 페르시아 제국의 후예들이며,..

이란, 혹은 페르시아를 위한 기도

출근길에 이란 역사 책을 꺼내 챙겼다. 페르시아제국의 후예들, 로마제국과 함께 서양고대사의 가려진 다른 뒷면, 고대그리스 로마의 유산을 간직했던 땅. 하지만 19세기 서구 열강의 사악한 이기심의 흔적이 아직 남아있는 지역. 조용히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했다. 저 아픈 사건들이 끝나면 테헤란에 가서 한 달 살기를 해볼까. 잊혀진 고대 제국의 흔적을 찾아볼까. 그 땅을 밟았던 고구려, 고려 사람들의 기억을 더듬어볼까. 아직도 세계사람들에게 고구려, 고려, 그렇게 Korea라고 불리는 땅의 후손이 가면 그 땅을 어떻게 일아차릴까. 이란 사람들이 뜻하는 대로 정권이 바뀌어 자유로워지기를 다시 기도한다. 그리고 더 이상 아무도 다치질 않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다시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고 한다. 외신에 의하면 ..

2025년, 책들의 기록, “왜 읽는 걸까?”

2025년, 책들의 기록, “왜 읽는 걸까?” 언제나 나에게 되묻는 것이 있다면, “도대체 아직도 나는 책을 왜 읽는가?”이다. 더구나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들과는 크게 관련 없는 책들을 읽고 있는 나를 보면, 때때로 낯설기까지 하다. 사람들은 말한다. 책을 읽으라고. 하지만 굳이 내가? 책을 더 읽는다고 버는 돈이 달라지지도 않고 돈을 획기적으로 많이 버는 법을 알게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왜 주말이면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리고 읽는 걸까? 왜 나는 매달 평균적으로 10만원 이상 책을 구입하는 걸까? 이유는 뭘까? 그냥 습관인 것이다. 호기심이다. 그리고 나와 너무나도 적대적인 이 세상에 대한 사랑 때문이다. 그(들)에 대한 애정 때문이며, 그녀(들)에 대한 집착 탓이다. 아쉬움 때문이기도 ..

책들의 우주 2026.01.17

콧물감기

혼자 살아갈 수 없지만, 최대한 혼자 있고 싶다. 세상을 휩쓸고 있는 거대한 변화에서 살짝 뒤로 물러나 그 흐름의 본질을 알고 싶다. 그러기엔 너무 많은 정보가 쏟아져 현기증이 날 정도다. 제안 발표를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대신 몇 개의 작은 프로젝트를 계약하여 겨우 입에 풀칠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올핸 자주 서울역 근처로 가게 될 듯 싶다. 일들이 잘 풀렸으면 좋겠다. 어젠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오후 반차를 내려다가 말았는데, 나는 회사를 나와 병원에 가야 했다. 하루가 지난, 오늘 토요일 오후에서야 감기에 걸렸음을 깨달았다. 주말 오후라 병원은 이미 진료 시간이 지났고 급한대로 집에 있던 감기약을 꺼내 먹긴 했지만, 글쎄다. 얼마나 효과가 있을 지. 대체로 목감기에 걸리는데, 이번에는 콧..

코맥 매카시(Cormac McCarthy)의 서재

이런 서재는.... 실은 서재 안 풍경보다 창 밖이 더 좋다. 오전이나 오후 햇살이 스며들 때의 풍경이나 타닥타닥 짧고 굵은 비가 내릴 때의 소리가 서재 안으로 들어올 때의 분위기를 상상하면 ... 그냥 그립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코맥 매카시의 서재다. 이번 주말, 눈이 온다면, 매카시의 소설 한 권 들고 읽어야지. 언젠가 사둔 소설 하나 있을 테니까. 코맥 매카시의 서재에 대해서는 스미스소니언 매거진에 가서 읽기를.

2026년 전망 - 오젬픽 경제, 미국독립250주년, 불확실한 EU

솔직히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해서, 잘 모르겠다. 어디까지 내가 알아야 하는지조차 모르겠다. 예전엔 이러지 않았다고 생각되는데, 적어도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어느 정도 세상 변화에 따라가고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작년부터 잘 모르겠다. 어쩌면 내가 그 동안 세상사에 관심이 없었던 것인지도 모르겠구나. 일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했으니까. 다만 내 주변에 일어난 여러 위기들로 인해 보다 넓은 시야로 세상을 보고 준비하려다 보니,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영역까지 보게 되어 따라가기 벅차다고 여기는 지도. 2026년이 시작되었다. 2026년에는 무슨 일이 있을 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이런저런 글들을 읽으며 우선 정리한 것들을 블로그에 올리며, 한 번 기억에 새긴다.오젬픽 경제의 시작제 2형 당뇨병 치료제로 알려진 오..

프랑스 이론(French Theory)의 저주, 그 이후

프랑스 이론(French Theory)의 저주, 그 이후 1. 강상중 교수의 >를 읽고 있다. 읽으면서도 이 어렵고 딱딱한 인문학 책을 읽는 나를 보며, 지적 호기심이 너무 지나친 게 아닌가 생각했다(나는 디지털 업계에서 일하는 일개 직장인일 뿐이다). 강상중 교수로 말하자면, 일본에서 어느 정도 지명도를 가진 인문학자로, 동경대 교수이며, 재일한국인이며, 후기 근대의 관점에서 ‘식민성’, ‘타자’에 대한 일군의 저서들로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다. 최근 그의 근황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지만, 십 수년 전만 하더라도 그의 책들이 번역되어 국내에 자주 소개되었다. 1997년에 번역된 이 책 >는 아직 초반부를 넘기지 못했기 때문에, 책에 대해 뭐라 말하긴 어렵지만, 초반부를 읽으면서 든 한 가지 의문 때문에..

복숭아나무를 심다, 성백술

복숭아나무를 심다성백술, 시와에세이 오랜만에 시집을 꺼내 읽는다. 박찬일 쉐프의 책 >을 읽고 이 시집을 샀다. 그리고 띄엄띄엄 읽다가 지난 주말 천천히 길게 읽었다. 그러고 보니, 나도 한 때 꿈이 시인이었구나. 그 때 참 시집도 많고 읽고 울기도 했고 습작도 했지만, 글쓰기란 그 때나 지금이나 어렵긴 매 한가지다. 시는 술 한 잔 마시고 소리내서 읽으면 참 좋다. 그러면, 내 아픔도 살짝 사라지는 듯하달까. 술 마시고 좋아하는 시읽는 모임 같은 거 하고 싶은데, ... 한 번 기획해볼까. 두 편의 시를 옮겨적는다. 산막리를 검색해보니, 충북 영동 어딘가였다. 시인은 다시 고향으로 내려갔구나. 졸업을 하고 맨날 후배들에게 데모만 강요하던 선배들이 광고회사, 대기업 홍보실 같은 곳에 들어간 걸 보고, ..

라우리츠 안드르센 링 Laurits Andersen Ring

덴마크 화가다. 덴마크에서는 그냥 국보급로 인정받는 예술가이다. 같은 유럽이지만, 세계 미술사에서 살짝 소외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기도 하고, 실제로도 그렇다. 상징주의의 영향 아래에서 자신의 화풍을 다듬어 나간다. 그리고 후반으로 갈수록 사회주의적 리얼리즘의 영향도 받았다. 우연히 런던 내셔널갤러리 영상을 보고 난 다음, 이 화가에 대해서 알게 되었는데, 뭐랄까, 지금 겨울이라서 그런 지 모르겠지만, 북유럽 특유의 겨울날이 제대로 표현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Road in the Village of Baldersbrønde (Winter Day) Laurits Andersen Ring(1854 - 1933) Oil on canvas (unlined), 120 × 93 cm, 1912 아, 저 하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