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 1101

미켈란젤리와 잭 케루악

1.한동안 미친듯이 들었던 아르투로 베네데티 미켈란젤리. 한참만에 꺼내 듣는다. 한껏 마음이 부풀어오른다. 너무 혼란스러운 세상. 이틀 만에 레오 14세 교황님이 선출되었다. 다행이다. 지금 전 세계를 보라. 제대로 된 정치가가 어디 있는지. 종교 지도자라도 제대로 자리를 잡고 있어야 할 판이다. 여기 이 땅도 새로운 지도자가 나올 것이니. 그나마 오늘 우리를 위로해주는 건 한 잔의 술과 임윤찬, 살아있는 몇 명의 작가들과... 대부분 이미 죽은 예술가들 뿐이다. 그리고 지금 미켈란젤리의 오래된 피아노 소리... 2.술 이야기로 시작하는 보기 드문 소설. 심지어 잭 케루악은 과음으로 죽었다. 진정 비트문학! 이 책을 읽고 "On The Road"를 읽어야지. 하지만 술은 멀리. ... 그러나 술들의 유..

한국 정치, 햐 ...

몇 주에 메모해둔 글을 옮겨적는다. 막상 읽어보니, 너무 거칠다. 한국이 이 지경이 된 것은 무책임한 언론들과 그 언론들을 맹신하는 국민들, 그 언론을 이용하고(혹은 이용당하며) 공생하는 대다수의 정치인들과 관료집단, 그리고 일류대학을 나온, 소위 이 나라의 기득권 엘리트 집단들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을 안다고 해서 이 나라는 바뀌지 않는다. 소수의 국민들이, 윤석열의 뻘짓으로 인해 다수의 국민들로 바뀌었다고 해서 바뀌지 않는다. 고작 윤석열 당선 이전으로 바뀌는 것일 뿐이다. 그 사이 나라는 얼마나 퇴보했는가. 한국이 여기까지 오게 된 계기는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만들어 놓은 기반의 힘이지, 이명박?, 박근해?, 문재인 정부의 역량이 아니다. 더구나 윤석열 정부의 여러 실책으로 인해 한국은 10년 이..

인천 장봉도 진촌해변 캠핑

자주 캠핑을 가고 싶지만, 쉽지 않다. 이번에도 혼자 텐트를 세우려고 해보았으나, 되지 않았다. 지난 번 캠핑 때는 혼자 기립시켰는데. 살짝 해변으로 경사진 모래 언덕 위에 피칭하려다 보니, 더 어려웠던 것같다. 이번 캠핑은 M의 주도로 S와 함께 했다. 내 아들은 가지 않겠다고 하다가 출발 바로 직전에 따라 나선 후, 해변가 텐트 안에서 아빠의 핸드폰으로 무려 삼만원 이상의 소액 결제를 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목적지는 장봉도 진촌해변이었다. 영종도 삼목항에서 신도를 경유해 장봉도를 가는 배편을 타야 한다. 자동차를 끌고 간 적은 이번이 처음인데,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무언가를 하기 어려워지는 듯하다. 익숙한 것과 멀리 떨어지고 낯설고 새로운 것들을 더욱 많이 경험해야 하는데,..

보수와 능력주의

낮에 잠시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급여 격차에 대해서 멤버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중소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이 급여 격차를 이야기하는 것은 그들이 적게 받기 때문에 이야기하는 것이니, 도리어 설득력이 없거나 자격지심 같은 것이고 대기업에 다니는 이들이 말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은 보수적이지 않냐고 말을 덧붙였다. 그 땐 보수와 그것이 연결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대선 이야기도 나왔는데, 이재명을 지지 않다고 좌파라는 지적을 받았는데, 정보의 불균형이 심각하다고 생각했다. 정치인 이재명 주위에 죽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저 저주받을 한국 언론들이 만들어낸 프레임에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이고 판단하는 것이 일상화된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건, 이 나라..

봄날의 쓸쓸함

도심의 봄은 쓸쓸하고 고요하다. 부산스러운 자동차 소리가 바닥을 스칠 때, 떨어진 분홍 꽃이파리들이 살짝 살짝 좌우로 물결치며 외로운 연인들의 시선을 잡아당겼다.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실은 사랑하지 않았다. 근대적 고독과 동시대적 고립은 하나의 쌍이 되어, 이젠 연인들마저 쓸쓸하게 만들었다. 이제 다들 챗지피티에게 사랑을 묻고 사랑에 답하며 실연의 슬픔을 위로 받는다. 어쩌면 앞으로 이어질 끔찍한 봄날의 전주곡일지도 모른다. 봄날의 쓸쓸함이 가을날의 외로움으로 이어지겠지. 그렇게 봄 꽃잎이 지고 가을 낙엽마저 쌓여 흙으로 사라질 때, 그 때 그 사람을 그리워하겠지. 늘 후회는 예상보다 빨리 와선, 나를, 우리를 고통스러운 겨울밤의 고뇌 속으로 더 깊이 밀어넣겠지. 아마도, 언제나 그랬듯이.

알프레드 지로 Alfred Giraud 테이스팅 클래스 후기

알프레드 지로Alfred Giraud 테이스팅 클래스에 우연히 참가했다. 프랑스 위스키는 난생 처음이다. 프랑스 와인이야 늘 마시는 것이지만, 위스키는 ... 그러고 보니, 프랑스는 왜 위스키가 없지. 와인이나 코냑이 너무 막강해서 그런 건가. 그런데 이번 클래스에 참가하면서 전 세계 1인당 위스키 소비량은 프랑스가 1위라고 한다(그래서 프랑스 애들이 가면 갈수록 와인을 마시지 않는 건가). 또한 위스키의 재료가 되는 맥아(몰트)의 생산량은 세계 2위라고 하니. 물이 좀 나쁜 거 빼곤 어느 정도 기반이 갖추어져 있는 셈인데. 물도 알프스 쪽으로 가면 괜찮은 걸로 알고 있으니까, 의외로 위스키 시장의 숨겨진 인재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보리로 술을 담그는 문화를 나폴레옹 때부터 금지시켰다고 한다. 그..

볼스 Bols 칵테일 클래스 후기 - 칵테일 세계로의 초대

칵테일을 마실 일은 거의 없다. 대부분 스트레이트로 마신다. 심지어 얼음도 넣지 않는다. 예전부터 그랬던 건 아니고, 요즘 그렇다는 말이다. 위스키는, 뭐랄까, 타격감 같은 게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부드러운 셰리 위스키보다 묵직한 피트 위스키로만 마신다. 이런 점에서 접근성이 좋은 탈리스커는 아웃이다. 라가불린도 살짝 위험하다. 이런 내가 칵테일 클래스라니.  주류 수입사에서는 마케팅하기가 상당히 까다롭다고 한다. 하긴 일 때문에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실제 관계자가 어려움을 토로하는 걸 들으니 새삼스러웠다.. 성인 대상의 마케팅으로, 다양한 법적 규제 속에서 제한적인 마케팅을 할 수 밖에 없는 대표적인 상품이 술과 담배다. 그 다음이 의료 부문인데, 상당히 까다롭다. 그..

퇴근 길 피트 위스키 한 잔, 두 잔, ...

탄소 함유량이 60%이하인 석탄을 이탄(peat)라고 한다. 아래와 같이 생겼다. 이끼 등이 썩지 못한 채 탄화되어 쌓인 것으로 보면 되는데, 이끼, 풀, 심지어 작은 나무 가지들도 이렇게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먹을 수 있다는 설도 있는데, 그건 아니고 대부분 땔감용이었다.   피트 위스키는 맥아를 건조시킬 때 킬른(kiln)이라는 가마에 넣어 뜨거운 바람으로 30시간 정도 말리는데, 이 때 땔감으로 이탄, 즉 피트를 사용하는 경우, 독특한 향이 입혀진다. 최근에는 피트향을 강하게 하기 위해 피트 연기로 가득찬 밀폐된 공간에 두기도 하는데, 전통적인 방식은 아닌 셈이다.   라가불린 16년산을 마셨다. 아드벡이 남성적이라면 라가불린은 꽃향기처럼 부드럽다. 부드럽게 깔리는 피트향도 이 위스키의 ..

문득, 하늘, 그 거리, 그 골목의 새벽.

거실에서 바라본 하늘은 높고 구름은 현란하다. 바람이 많았다. 바람부는 날엔 압구정동으로 가야 된다던 그 시인을 읽지 못한지 한참 되었다. 슬픈 일이다. 영화 감독이 된 이후, 그는 인기를 잃어버렸다. 한 때 영화가 꿈이었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 잘 모르겠다. 아직 나는 안드레이 타르콥스키의 영화를  보다 말았고, 한 때 마돈나를 사랑했던 숀 펜의 영화는, 그 특유의 불편함으로 인해 매번 처음만 보다가 멈춘다. >가 그랬고 >가 그랬다. >의 사운드트랙은 정말이지!!  요즘 자주 혼자 여행을 떠나고 싶다. 하지만 나는 혼자 여행 떠나는 것에 대해 어떤 불안과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어떤 이유 탓인지 모르겠지만. 가족이 다들 잠든 자정. 일본의 어느 소도시 산기슭에 있는 어느 호텔, 하나둘 조명..

힐링가평오토캠핑장, 가평

거의 일년만에 캠핑을 갔다. 어떤 이유에선가, 혼자 운전하는 것도 그렇고 혼자 어딘가로 떠나는 것도 부담스럽다. 혼자 전시를 보러 가거나 카페에 앉아 물끄러미 창 밖을 바라곤 하는데, 운전이나 여행은 왜 주저하게 되는 걸까. 하지만 올핸 혼자 자주 캠핑도 가고 여행도 떠나볼까 한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은 혼자서도 잘 놀고 아내도 대내외 활동에 열심이니, 나도 혼자 하는 것에 조금 더 익숙해져야 할 시간이다. 또 몸도 마음도 바빠질 테니, 도심을 떠나 자주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해야 겠다.   아직 봄은 오지 않았고 겨울이 떠나지 않은 이월의 마지막 주말, 아침부터 서둘렀다. 코스트코를 가서 와인 몇 병을 사고 쿠팡으로 시킨 냉동 식품과 밀키트를 챙겨 출발했다. 집에서 가평의 캠핑장까지 2시간. 네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