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담배 피우는 우리들의 피터팬

지하련 2011. 7. 30. 10:38




보건복지부에서 만든 금연 캠페인 홍보물이다. 하나는 백설공주가 나쁜 마녀한테서 사과 대신 담배를 건네 받는 그림이고 하나는 피터팬이 담배를 피우다 할아버지가 된 그림이다.

그런데 피터팬 그림은 이래저래 심금을 울린다. 그건 담배 때문이 아니라, 세상이 얼마나 안 좋아졌으면 피터팬으로 하여금 담배를 피우게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담배를 피우다가 늙은 것이 아니라 세상이 이미 피터팬에 많은 상처와 고통을 주었고 늙지 않는다는 피터팬도 천천히 늙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는 결국 담배를 피우면서 신세한탄조의 표정으로 물끄러미 먼 산을 쳐다본다.

그러고 보면 힘든 세상, 벗이 되는 건 술과 담배 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 너무 위험한 생각인가. 크)

- 2005년 8월 19일


토요일 아침 커피를 마시며 상념에 잠긴다. 그리고 불현듯 저 위 피터팬 사진을 그냥 넘길 수 없다고 확신한다. 어제 밤 안철수 교수와 박경철 원장가 나온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당연한 이야기를 당연한 어투로 이야기했다고 여겼다. 아침에 일어나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시청율 이야기, 그 TV 프로그램의 시청율이 같은 시각 다른 예능프로그램보다 높았다는 사실... 당연한 이야기를 했을 뿐이고 누구나가 그렇게 생각하고 생각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고 .... 높은 시청율은 ... 마치 이 나라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 했다. 
 
어떻게 된 것이지,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너무 없어, 누군가 당연한 이야기를 하면 제법 큰 호소력을 가지는 신기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안철수 교수의 말대로 '역사를 통해서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하니까 그런 거다. 심지어 이 나라는 불과 10년 전의 일도 잊어버린다. 그리고 그건 우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어제 인터넷 신문에 우면산 옆 대모산 아래의 구룡 마을의 침수 피해에 대한 기사가 나왔다. (http://www.viewsnnews.com/article/view.jsp?seq=77496 ) 기사 내용은 너무 황당했다. 무허가라서 침수 피해 지원이 안 된다고 한다. 서초구에는 뻔질나게 들어가던 정치인 한 명도 안 오고, 군인들도, 공무원들도 오지 않았고 한다. (이게 비상식적인 일이 아닌가!)

이게 이 나라의 현실이다. 옆 나라 일본에서 지진 피해에 대해서는 난리 법석이 피우지만, 가난한 무허가 건물들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람들의 침수 피해에 대해서는 누구도 말하지 않는다. 비가 왔을 때 강남에서 물에 빠진 자동차 대수를 세어 손해보험액까지 추정해 발표하는 것과는 달리 ... 구룡 마을 침수 피해는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실은 그 곳은 대한민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곳은 다른 나라다. 그러면 그 나라에는 누가 갈 것인가. 아마 머지 않아 우리 대다수가 그 나라로 가지 않을까. 대기업의 횡포에 맞서다 무너지고 비용 절감으로 짤린 노동자 가족이거나 벤처 사업을 하다 망해 재기하지 못한 이라든가 교통사고나 다른 이유로 무너지고 일어서지 못하는 사람들 ... 그리고 그들의 과거는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과거에 성실했고 전도 유망했으며 자신감이 있었다는 사실은 이미 흙 속에 파묻혀 썩어버린 지 오래, 우리들이 보는 것은 오직 불성실하고 매일 술 퍼 마시며 자괴감에 빠진 현재 모습일 뿐이다.

누가 우리에게 담배를 피우게 하고 술을 마시게 하는가. 우리들로 하여금,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게 해놓고 담배와 술로 생긴 병은 우리 개인의 책임으로 환원시키는 나라가 바로 이 나라이고 이 사회다. 당연한 이야기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너무나도 낯설고 신기해서, '세상에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 남아있었구나'라는 격정적인 심정으로 보게 만드는 나라. 


글을 적다 보니, 너무 씁쓸해진다. 실은 내 잘못이고 우리 잘못이다. 누군가가 비상식적인 이야기를 할 때, 그것은 잘못된 거야, 누군가가 비상식적인 행동을 할 때 그건 옳지 않아라고 말할 수 있어야만 했고 내 스스로 상식적이고 당연한 이야기를 하고 그런 행동을 먼저 보였어야만 했던 것이다.

저 피터팬 사진, ... 다시 보면 볼수록 우리들을 닮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