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이론

중국, 이것이 중국이다, 이인호

지하련 2003. 12. 14. 20:55
中國 - 8점
이인호 지음/아이필드




중국, 이것이 중국이다
이인호 지음, 아이필드



“그만큼 중국인들이 힘들게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 530쪽



칠백 페이지가 넘는 이 책을 읽으라고 한다면 다들 고개를 흔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가깝지만 일본보다 더 모르는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 이런저런 책 몇 권을 읽는 것보다 이 책 한 권 정도면 충분하다. 그만큼 다양한 중국의 모습을 담으려고 노력하였으며 실제 중국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의 이야기나 배낭여행기 등 일반인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한 흔적이 역력하다.

이 책을 통해서 본 중국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그러니깐 “착하게 살아서 천당 간다”의 태도가 매우 약하다. 중국의 창조 신화를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는데, 우주의 창조자인 반고가 죽어 그의 육체가 동물이며 식물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그러니 그들이 믿었을 지도 모를 유일한 창조주는 아예 애초부터 죽고 없었다.

이러한 현실적 세계관은 매우 이기적인 중국인을 만들어낸다. 하나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미소를 머금고 접근해 그것을 이용하고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약삭빠르다는 표현은 여기에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이런 사회 속에서 ‘의리’는 얼마나 고맙고 값진 것이다. 이러한 세계관은 이기적이면서도 호형호제하는 벗에게는 모든 것을 내주게 만들게 된다.

은근과 끈기였나? 우리 민족의 특색을 그렇게 설명했던 윤리 교과서가 어렴풋이 기억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중국과 비교한다면 게임이 안 된다. ‘愚公移山’ 이야기는 중국인들의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신화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양자강의 물줄기를 황하강으로 잇는 삼협댐 건설공사가 진행 중인데, 이 공사 계획이 나온 것이 84년 전이고 중국수자원위원회가 40여 년의 연구에 거쳐 확정하여 진행하고 있으며 완공하려면 아직도 몇 십년이 더 걸린다고 한다. 다 합쳐보면 100년이 넘길 이 공사 계획은 우리 나라에선 꿈도 꾸지 못할 계획일 것이다.
(* 한국의 정책 입안자와 정책 시행 담당자들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불과 5년 앞을 내다보지 않는 계획을 시행한다. 최근 문제되고 있는 신용카드도 바로 이러한 정책들 중의 하나이다. 눈 앞에 보이는 경기부양을 위해 나중 가서 망가질 것이 뻔한 정책을 시행한 것이다.)

하지만 서구의 일부 학자들은 중국 붕괴론을 주장하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중국의 빈부격차가 심하며 사회 불안정 요소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만큼 심각한 수준이다. 중국의 실업률은 매우 심각하다. 인구는 많지만, 그 인구를 소화할 일자리의 수는 턱없이 모자란다. 도시와 농촌, 동부와 서부간의 격차는 심각할 수준이다. 서부에서는 끼니 걱정을 하고 옷 한 벌로 일 년을 살아가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동부에서는 우리 돈으로 천만원이 넘어가는 PDP를 사서 거실에 걸어두는 이들도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서구의 학자들은 중국 붕괴론을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중국 문명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공자와 노자의 나라는 계속 그 땅에서 지속될 것이며 세계 곳곳의 차이나타운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내전에 휩싸이더라도 말이다. 중국에서 내전과 내란은 심심하면 일어나는 일들 중의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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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절판되었고 중국에 대한 많은 책들이 출판되었기 때문에 다른 책을 읽어도 좋을 듯 싶다. 이 책에 대한 리뷰를 다시 꺼내 보는 것은 가까운 나라이지만, 어쩌면 일본보다 더 모르는 나라가 '중국'이 아닐까 싶은 듯하기 때문이다. 성공회대 김명호 교수는 일제 식민지 시대 중국인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이 생겼다고 지적한다. 이 책을 읽은 지 십년 가까이 지났는데, 아직까지 그 고정관념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잘못된 교육의 폐해가 얼마나 오래 동안 영향을 끼치는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걱정하게 된다.


이 책은 중국에 대한 잡다한 정보들을 병렬적으로 구성한 책이다. 따라서 한 번 훅 읽기 좋다. 페이지는 많지만 어렵거나 전문적인 지식이나 심층적인 분석이 이루어지지 않기에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도 좋을 듯 싶다.  (2012년 9월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