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이론

열린 사회와 그 적들 1권, 칼 포퍼

지하련 2013. 1. 22. 22:52
열린사회와 그 적들 I - 10점
칼 포퍼 지음, 이한구 옮김/민음사



열린 사회와 그 적들 1권, 칼 R. 포퍼(지음), 이한구(옮김), 민음사 




이 리뷰는 허술할 것이다. 읽은 지 1년이 지났고, 뭔가 독후감 같은 걸 남겨야 한다는 강박증을 가지고 있었지만, 쉽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허술한 이 글을 핑계삼아, '열린 사회와 그 적들' 1권을 서가에 꽂을 생각이다. 


칼 포퍼에 대해서 이야기할 필요가 있을까? 현대의 위대한 과학철학자이면서 보수적 자유주의자로서, 플라톤부터 마르크스까지 '중심(이데아)를 지향하는 어떤 체계'(또는 전체주의)를 극도로 싫어해서 끊임없이 반증을 제시해야 된다고 역설한 학자.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당신은 이데아를 이야기하는 고상한 플라톤 대신 현실적으로 이율배반적이며 학문적으로 전체주의적 세계관을 표현하는 플라톤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도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으니, 칼 포퍼의 생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난감할 지도 모른다. 


아마 시대적 환경을 이야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대적 환경을 변명삼기에 포퍼의 이론적 호소력은 대단한 것이어서, 학문의 세계에서 포퍼는 이상한 비주류에 속하지만, 우리가 하루하루 전투와 같은 삶을 영위하는 현실 세계에서는 포퍼만한 학자를 만나기 쉽지 않다. 조지 소로스가 포퍼리안이고, 블랙 스완을 쓴 나심 탈레브도 포퍼리안인 것을 생각한다면, 포퍼를 무시하는 인문학자들 옆에 포퍼를 추앙하는 현실주의자들의 모습은 흥미롭기만 한다. 


1권, 2권으로 나누어진 이 책은 1권은 플라톤 중심의 시대를, 2권은 마르크스 중심의 시대를 다룬다. 아리스토텔레스, 헤겔 등 다수의 철학자들이 등장하고 이들의 세계관이 얼마나 전체주의적인가를 포퍼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그리고 독자는 여기에 대해서 반론을 제기하기 어렵고 도리어 자기 스스로 포퍼리안이 되어간다는 사실만 경험하게 될 것이다. 


강력하게 추천하지만, 글쎄, 이 책을 읽으라고 선뜻 이야기하기엔 책은 두껍고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