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이론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 리오 휴버먼

지하련 2004. 3. 5. 14:49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
Man's Worldly Goods - The story of the Wealth of Nations
리오 휴버먼 지음, 장상환 옮김, 책벌레


지금 당장 서점(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으로 가서 이 책을 구입해서 읽으라. 그리고 난 다음 이 세계를 한 번 둘러보라. 그러면 이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일들이 좀 더 분명하게 보일 것이다.

몇 년간의 직장 경험은 나에게 무척 소중한 통찰을 가져다 주었다. 돈은 돈을 찾아 움직이며 실물 경제는 화폐경제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것. 이제 경제 성장이 일반 서민의 안락한 삶으로 이어지지 않으리라는 것. 반대로 경제가 악화되면 가장 먼저 서민이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것.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다고 해서 자본가와 정치가 사이의 결탁이나 공모가 사라지지 않고 도리어 강화되리라는 것. 그리고 이러한 모든 것들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몇 세기 전부터 기획되고 개발되어 왔다는 것. ( … … )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한 가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것 따위엔 아무 관심도 없고 도리어 자신의 착취당하는 인생이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 필수 불가결한 것이라고 믿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러한 믿음은 다양한 형태로 전파되고 교육되고 있다는 점.

이러한 통찰을 이 책을 읽고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내가 이런 통찰을 하게 되었다고 해서 내가 돈벌이를 그만 둔다거나 갑자기 모든 것을 내팽개치고 자본주의 타도를 외칠 결심을 하는 것은 아니다. 도리어 더 악착같이 돈벌이에 매진하지 않을까 두렵기까지 하다. 즉 내가 얻은 통찰을 도리어 돈벌이에 이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출구 없는 딜레마'이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타자의 윤리학'은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서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하다. 도리어 자본주의 시스템을 도리어 강화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그렇게 나는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고 나를 믿고 살아가는 이들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이 세상이 좀 이상하지 않아요'라고 하는 것도 웃긴 짓이다. 도리어 삶을 성실하게 살아가는 이들에게서 핀잔을 듣게 될 가능성이 더 높다. 그들은 이 시스템 속에서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으며 그 성실이 그들 자신, 그들 가족, 그들이 속해 있는 사회를 위해서 도움이 되리라고 믿고 있다. 그런데 그들의 성실이 이 사회의 몰락을 좀더 앞당기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래서 그들은 10년 전이 더 살기 좋았다고 쉽게 말하지만, 현재 더 살기 나빠진 것이 그들 탓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이 때 '그저 열심히 산 것이 죄라면 죄'라고 하는 이 비관조의 상투어가 등장하는 것이다.

이 서평에서 반계몽주의의 시대에 계몽주의에 매진할 생각은 없다. 도리어 대중혐오주의만 강화시킬 뿐이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이 세계, 이 자본주의 세계는 "근본적으로" 잘못되어 있고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에 이 책은 약간의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