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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잠과 깨어남 사이의 장소, 의식과 무의식의 접경 지대, 정상적인 구별과 확실한 경계가 와해되어 현실과 상상의 경계선과 대상과 연상의 경계선이 희미해지는 곳" - 빌 비올라, 1994년 




백남준의 어시스턴트로 시작해, 비디오 아트의 새로운 장을 열어보인 빌 비올라Bill Viola. 그의 작품은 의외로 고도의 집중력을 요한다(실은 체력까지도 요하는지도... 갤러리에서 전시된 그의 작품들을 보기 위해선 꽤 많은 시간 서 있어야 했다).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가 비디오라는 매체가 가지는 물질성에 주목한다면(동양적 시선에서 서구적 확대로 나아갔다면), 빌 비올라는 비디오라는 영상이 가지는 추상성에 주목한다(서구적 시선에서 동양적 탐구로 나아간다). 그는 삶과 죽음에 대해 묻고 시간과 사건(혹은 찰라/순간)의 지속성에 대해 탐구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들 대부분은 형이상학적이며 압축적이며 반복적이다. 


나는 여기에서 한 번 비디오아트와 영화의 상관관계를 묻고 싶어진다. 실은 빌 비올라의 작업들은 단순하지만 집중적인 서사, 혹은 사건을 압축적으로 담아낸다. 그리고 1-2시간 넘어가는 장편 영화 이상의 감동을 빌 비올라의 작품을 통해 얻는다. 최근 들어 나는 다시 영화를 보기 시작했는데, 과도한 스펙터클과 흥미 위주의 영화들을 보면서 '과연 영화란 예술인가'라고 묻을 수 밖에 없었다. 흥미로운 것은 정반대의 경향을 추구하는 영화들은 극장에서 보기 드물고, 도리어 갤러리에서 상영되는 예술가들의 비디오/영화 작업들에서 보게 되니 말이다. 


하지만 상당수의 평자들이 아직도 영화를 예술이라고 강조할 테고, 이미 아놀드 하우저는 그의 명저,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의 마지막을 '영화'로 끝맺었고, 최근에 읽은 데이비드 호크니는 더 나아가 서사로서의 영화가 아니라, 사진 이미지의 연속으로서의 영화로,  그 매체를 서양미술사의 맥락 속에서 파악해야 된다고 이야기한다. 


여기에서 내 편견을 더한다면, 예술로서의 영화를 이야기할 때, 그것은  극장에서 개봉하는 장편 극영화가 아니라, 갤러리에서 전시되는 비디오 아트, 혹은 필름 아트라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자주 갤러리에서 만나는 영화Film에서 예술로서의 영화가 가지는 가능성과 만난다.


빌 비올라의 작업은 평면 작업이 가지는, 하나의 이미지가 가지는 추상성 위에 이미지의 연속이라는, 일종의 시간-이미지를 덧씌운다. 그의 작업은 정지된 평면과 흐르는 필름의 운동성 사이에 위치한다. 그래서 김홍기는 '슬로모션'에 주목한다.


슬로모션은 운동과 정지 사이의 모호한 상태를 형상화해 새로운 지각의 대상으로 만든다. 비올라는 슬로모션 기법을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해 삶과 죽음, 실재와 가상, 의식의 무의식 등 여러 대립쌍들이 긴장감 있게 공존하는 모호한 공간을 시각해낸다. 이 '사이 공간(space between)'이 강렬한 파토스와 함께 등장할 때, 관객은 세계의 자리와 인간의 운명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시작하게 된다. 

- 김홍기, '사이의 존재론 - 빌 비올라' (아트인컬쳐 2014년 7월호) 중에서


다행히 유튜브에서 몇 개의 작업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요즘 유튜브를 보면 놀랍기만 하다. 클래식 실황 연주 목록도 탁월해졌고, 빌 비올라 작품까지 볼 수 있다니!) 



"비올라는 작품 속에서 관객을 향해 거울을 들어보이고는 완전히 충만한 숭고함의 힘을 보여준다." 

- 리나 아리야 














"튀니지의 사하라 사막의 풍경을 담은 이 작품은 빛과 열이 합작해 낸 초상, 즉 신기루를 보여준다. 사막의 열기는 태양광선을 왜곡시켜 우리로 하여금 존재하지 않는 사물들을 보게 만든다. 나무와 사구는 지면 위에서 부유하고, 산등성이와 건물들은 일렁거리고, 색채와 형태는 아롱거리는 춤사위로 서로 뒤섞인다. 특수한 망원렌즈를 장착한 비디오카메라는 이 비범한 풍경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이렇듯 실재와 가상 사이 공간 속에서 물리적 현실과 심리적 현실은 거리낌 없이 서로 뒤섞이고, 결국 우리는 현실에 대한 지각의 확실성을 의심하게 된다."

- 김홍기, '사이의 존재론 - 빌 비올라' (아트인컬쳐 2014년 7월호) 중에서 







* 이 포스팅은 김홍기의 '사이의 존재론'에 기대어 빌 비올라의 작품들을 기억하고 스크랩하기 위한 것이다. 김홍기의 글에 감사한다. 그의 글을 통해 다시 한 번 나는 빌 비올라를 떠올릴 수 있었고 유튜브에서 빌 비올라를 검색하고 그의 작업들을 다시 되새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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