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리뷰

이불 LEE BUL,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 2014

지하련 2016. 4. 22. 17:07



이불 LEE BUL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 2014 

2014.9.30 – 2015.3.1 

(현대자동차 http://brand.hyundai.com/ko/main.do)





그 공간에 서면, 작품 한 가운데 서면, ‘여긴 어디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빨리 나가거나 계속 머무르거나. <태양의 도시 II>에서. 


2014년 이불은 현대자동차의 지원을 받아 국립현대미술관에 2개의 작품을 전시한다. <태양의 도시II>와 <새벽의 노래II>. 둘 다 기계적 초현실주의, 혹은 실험주의라고 할까. 미술에서 초현실주의나 실험주의라고 하면, 반-기계적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그렇지 않다. 이탈리아의 F.T.마리네티Marinetti는 미래주의를 주장하면서 기계적 특징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였다. 하지만 그 흐름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고 금세 반-기계주의로 기울었지만.


내가 이불의 작품 앞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그녀의 이번 작품이 기계적 형태를 띄면서도 반-현실적인 유토피아를 향하고 있다고 할까. 




태양의 도시 II, 2014

폴리카보네이트, 아크릴 거울, LED 조명, 전선, 330 x 3325 x 1850 cm

사진: 전병철, 사진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출처 http://brand.hyundai.com/ko/art/with-mmca/mmca-hyundai-motor-series-2014-leebul.do



한 편으로 건축적이면서 반-건축적이기도 하다. 건축이란 사람이 지낼 수 있는 공간, 사람과 호흡하는 공간을 향하지만, 이불의 작품 속에서 사람이 기댈 곳은 없었다. 작품 속을 걸어갈 수 있으나, 그것은 참여가 아니라 바라봄일 뿐이다. 



태양의 도시 II, 2014

폴리카보네이트, 아크릴 거울, LED 조명, 전선, 330 x 3325 x 1850 cm

사진: 서지연 아트인포스트 제공

출처 http://brand.hyundai.com/ko/art/with-mmca/mmca-hyundai-motor-series-2014-leebul.do




이불은 인류의 자유와 해방을 목표로 한 근대 기획의 모든 서사들을 유토피아에 대한 열망으로 보고 이에 대해 물음을 제기한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우리를 사로잡고 있는 ‘완벽’에 대한 환상에 대해 언급한다. 완벽에의 헛된 열망과 그 적나라한 실체를 마주하게 함으로써 어쩌면 외면하고자 하는 현실을 거침없이 드러낸다. 이불의 작품 세계는 삶과 죽음, 추와 미, 세속과 신성, 실재와 꿈이 무수히 교차하는 현실 속으로 차갑고도 뜨겁게 그 근원 혹은 경계를 찾아 나아간다. (전시 팜플릿 중에서) 



현대 예술은 종종 질문을 던진다. 이불은 낯선 공간을 보여주면서 관객을 자극한다. 낯선 공간 속에 관객을 밀어넣고 다소 신기하면서도 차갑고 두터운 경험을 선사하면서 작품 속 공간과 작품 밖 공간을 대비시킨다. 그리고 원시적이며 무섭고, 그러면서 기계적이라는 느낌을 가지게 한다. 흥미롭게도 국립현대미술관은 더 기계적인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새벽의 노래 III, 2014

알루미늄, 폴리카보네이트, 메탈라이즈드 필름, LED 조명, 전선, 스테인리스 스틸, 포그 머신, 가변 설치

사진: 전병철, 사진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일반 관람객들에겐 이 정도의 경험도 무척 값질 것이다. 하지만 너무 스펙터클에만 집중한 건 아닐까. 다가갈 수 없는 공간에 대한 두려움, 경외감은 이미 자연 속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작품이 조금 어렵게 느껴졌다. 그 공간이 익숙하지 않았고 너무 멀었다. 


2014년 전시 감상문을 지금이라도 정리해두는 이유는 이불은 그만큼 중요한 작가이기 때문이다. 1997년 뉴욕 현대미술관에서의 전시 작품은 정말 대단했다. 





화엄 Majestic Splendor

1997

stills from original installation

Courtesy: Studio Lee Bul

Photo: Robert Puglisi

출처 http://www.mori.art.museum/korean/contents/leebul/introduction/03.html



아래와 같이 죽은 물고기를 전시 했다. 보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시각적 효과를 가졌을 텐데, 전시 기간동안 물고기는 썩어갔다. 썩어가면서 다양한 향을 내품었다. 결국 관람객들의 항의로 인해 철수되었지만, 이 때 이불은 전세계 미술계에 강력한 인상을 남긴다. 이 얼마나 대단한 접근인가. 미술관 공간에 대한 질문부터 니네들도 이렇게 냄새 풍기며 썩을 거라고 경고까지 날리니까. 그리고 그 썩어가는 과정에 대해 경외감을 가진 제목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