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이론

고대 중국에 빠져 한국사를 바라보다, 심재훈

지하련 2017. 1. 14. 13:59




고대 중국에 빠져 한국사를 바라보다 

심재훈(지음), 푸른역사 



나라가 시끄럽다. 하긴 시끄럽지 않았던 적이 언제였던가. 어쩌면 이 나라는 그 태생부터 시끄러웠는지도 모르겠다. 아시아 변방에 있는 작은 나라. 다행스럽게도 중국 문화권 아래에서도 독자적인 언어와 삶의 풍속을 가진 나라. 이 정도만으로도 제법 괜찮아 보이는데, 이건 내 생각일 뿐이다. 더구나 이 책이 식자들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무분별한 민족주의적 경향을 배경으로 진행되는 한국사 연구의 잘못을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당연한 지적을 했는데도). 


하지만 이 내용은 책 후반부에 짧게 언급될 뿐, 나머지 대부분은 심재훈 교수가 어떻게 공부했고 유학 생활은 어떠했으며, 고대 중국사 연구란 어떤 것인가에 대한 저자의 산문들 위주다. 그리고 미국 대학사회와 한국 대학 사회를 이야기하며 비주류 학자로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그래서 이 책에 대한 소개는 대체로 전문적인 역사서로 오해하게 만들지만, 실은 저자가 페이스북을 통해 이런저런 자신의 이야기를 쓴 연재글을 모아낸, 일종의 수필집 비슷하다고 할까. 


글을 대체로 평이하고 쉽고 재미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다. (나는 출퇴근을 하며 이 책을 읽었다) 책 후반부의 자신의 연구에 대한 소개나 최근 한국의 고대 상고사 연구에 대한 저자의 의견을 피력하는 부분이 상대적으로 딱딱하게 여겨질 지 모르나, 이 부분도 일반적인 인문학 서적에 비한다면 평이하다. 하지만 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라든가, 식민지 시대에 대한 해석이나, 기자조선이나 낙랑군 위치 등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에 대해 어쩔 수 없이 시선이 집중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대해선 관련 서평이나 기사를 아래 붙여두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때 나도 학자이고 싶은 꿈을 꾸었지만, 가질 않길 잘했다는 위안과 함께, 학자가 되는 것에도 일종의 운이 따라주어야 한다는 걸 느꼈다. 심재훈 교수의 유학시절이 부럽기도 했으나, 그만큼 고생스러웠을 걸 생각하니, 마냥 부러운 것만은 아니었다. 요즘은 해외 유수의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수상을 하고 강의 경력이 있어도 국내 대학 교수로 임용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한다. 그러니 인문학자를 직업으로 한다는 건 무모하다고 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가끔 해외 대학에서 한국인 여교수가 많은 이유가 궁금했는데, 한국 대학 사회의 정치적 폐쇄성 탓임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인문학 분야에 좋은 학자들이 늘어나고 그들의 연구성과들에 대한 활발한 출판과 함께 대중들과의 호흡이 많아져야 된다고 여기지만, 시간이 갈수록 더 어려워진다는 걸 이 책을 통해서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역사에 대해선 대중의 관심이 높지만, 대부분 대중 추수주의일 뿐이다. 이는 역사 뿐만 아니라 인문학 전반의 문제이기도 하다. 역사적 사료는 그대로이나, 이를 둘러싼 해석과 의미는 달라질 수 있다. 역사도 시대에 따라 다르게 읽히고 받아들여지게 된다. 그래서 어떤 사실을 익히기 보다는 어떤 태도를 갖추게 하는 것이 인문학 본연의 가치가 아닐까 생각하지만, 정말 어려운 일임을 아는 까닭에 쉽게 꺼내기도 어렵다. 


앞서 말했지만, 이 책은 저자가 페이스북에 연재한 글들을 모은 책이며, 역사학에 대한 과감한 주장을 하기 보다는 역사 연구란 어떤 것이며 고대사 연구의 어려움, 그리고 한국사 연구가 가지는 위험한 지점을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를 소재로 한 일종의 산문집이라 할 수 있다. 


역사에 관심있는 모든 이들에게 권할 만 하다. 특히 한국사에 관심많은 이들에겐 심재훈 교수의 시각에서 많은 점들을 깨우칠 수 있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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