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 비가 내리면 그대 마음에도 비가 내리던 시절이 있었다.
한 번 낙엽이 지고, 두 번 낙엽이 지고, 또 낙엽이 지고,
지난 번 낙엽 질 때 나와 그대는 무엇을 하고 있었던가.
벚꽃 피고 지고, 봄이 가고 오고, 바람이 불고 비가 오고.
그대 입술 옆으로 퍼지던 웃음의 향기에 취해 비틀거리던 여름날 그 바다 파도소리가 싱그러웠다.
그대 얇은 손길에도 가슴 조이며 땅 밑 뜨거운 용암의 흔들림을 느끼곤 했다.
그 열기에 내 마음이 녹아내리고 내 이성이, 내 언어가 녹아내려 흔적없이 사라지던 계절이었다.
그 계절이 한 번 가고, 두 번 가고, 또 가고, 더 이상 그 계절이 오지 않았을 때,
저 창 밖엔 거친 바람과 함께 비가 내리지만,
그대 없는 내 마음엔 더 이상 비는 내리지 않는다.
더 이상 우리들 마음에 비는 내리지 않는다.
그저 비는 저 밖만 적실 뿐, 우리 마음을 위로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