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기다림

지하련 2019. 5. 22. 14:34




기다림은 시간의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가는, 느린 걸음이다. 동시에 마음의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가는 심적 동요이기도 하다. 그것은 너무 미세해서 알아차리기 힘든 진동이자 떨림이다. 우리는 아무 것도 알지 못한다. 예측가능성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희망이라든가 바람만 있을 뿐. 몇 분, 혹은 몇 시간 후, 또는 더 먼 미래의 어떤 결론을 알지 못하기에 기다림은 모험이며 방황이며 결국 우리의 영혼에게 해악을 끼칠 위험한 존재다. 그러면서 기다림은 누구, 언제, 어떤 일로, 어떻게에 따라 그 무늬와 색채가 달라지는 보이지 않는 풍경이다. 기다림은 다채로운 변화이며 파도이고 햇빛이 잘게 부서지는, 빛나는 물결같은 것이다. 그것은 마치 별의 운동처럼 한참을 들여다 보아야만 볼 수 있고 이해할 수 있으며, 받아들일 수 있는 어떤 계절이며 사건이다. 그 사건은 늘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아주 자주 있는 일이지만, 종종, 혹은 자주 사람들은 뭘 기다리고 있는지 조차 모른다. 그래서 기다림은 사라지고 잊혀지며 종종 무시당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당신은, 나는 지금 무언가를, 어떤 존재를, 혹은 어떤 사건을 손꼽아 기다리는 중이다. 당신이, 내가 알던 모르던 기다림은 늘 우리 곁에 머물러, 오래 동안 지속된다. 그렇게 나는, 당신은 기다리고 있다. 지금, 여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