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한 사고의 힘
레너드 믈로디노프(지음), 김정은(옮김), 까치
이 책에 나와 있는 방식대로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선 확신할 수 없지만, 뭔가 돌파구가 필요한 건 사실. 하지만 창의적인 사고(유연한 사고) 이전에 제대로 된 생각부터 하고 있는가(분석적 사고)를 따져 물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분석적 사고조차도 하지 못하는 이들이 너무 많으니까.
책 초반에 언급된 분석적 사고와 유연한 사고에 대한 저자의 정의는 아래와 같다.
분석적 사고 analytical thought : 한 유기체가 사실관계나 근거를 토대로 하나의 생각에서 그와 연관괸 다른 생각으로 옮겨가는 순차적인 접근 방식. 각복에 의한 처리 과정 같은 선형 방식
유연한 사고 elastic thinking : 대체로 무의시적으로 진행되는 유연한 사고는 비선형적 처리방식
편안하게 여러 가지 발상을 풀어놓을 수 있는 능력. 모호함과 모순에 익숙해지는 능력, 틀에 박힌 사고 방식을 극복하는 능력, 풀어야 할 문제를 재구성할 수 있는 능력, 깊게 뿌리박혀 있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항해서 마음을 여는 능력, 논리만큼이나 상상력에도 의지하여 다양하고 폭넓은 생각들을 해내고 통합하는 성향,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패를 견딜 수 있는 담대함이 필요하다. (13쪽)
책은 분석적 사고의 결과물인 동시에 그것으로는 해결하지 못하는 현대의 다양한 문제들 앞에서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며, 이러한 사고를 얻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묻고 있다. 더 나아가 유연한 사고는 분석적 사고의 틀에선 다소 엉뚱하고 비논리적으로 보일 지 모르지만, 분석적 사고의 틀 밖으로 나와 사고하는 훈련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가령 ADHD 아동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ADHD 아동 집단의 3분의 1은 최우수 영재 집단에 속하는 높은 점수를 받은 반면, 영재 교육을 받는 아동의 4분의 1은 ADHD 진단을 받았다. 이는 일반적인 집단에 비해서 4-5배가 더 높은 ADHD 발생률이었다. (93쪽)
더 나아가 인류에게 내재되어 있는 ADHD의 보상심리와 과몰입은 선사시대부터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진화의 산물이라는 주장까지 인용하고 있다. 또한 실제적으로 경제적 부보다 예술적 능력에 대해서도 인류의 생존을 위해 더 높은 평가를 하고 있음을 인용하기도 한다.
배란기에는 92퍼센트의 여성이 부보다는 예술적 능력을 선택했지만, 생식 가능성이 낮은 시기에는 55퍼센트만이 예술적 능력을 선택했다. (92쪽)
그리고 이러한 유연한 사고를 위해선 분석적 사고 밖으로 나아가 마음을 놓아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다소 엉뚱하긴 하지만, 마음 챙김, 즉 명상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이를테면, 어두운 방에 앉아 있거나 눈을 감고 있는 것이 관점을 넓히는데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연구가 있다. 주변이 확장되는 것도 같은 효과가 있다. 심지어 천장만 높아져도 관점이 넓어질 수 있다. 낮은 천장, 좁은 복도, 창문없는 장업 공간은 상반된 효과를 일으킨다. 밝은 방은 평범한 생각을 하도록 자극하는 주변의 사물을 무시하기 어렵게 만들기 대문에, 우반구에서 일어하는 상상력이 풍부한 사색을 밀쳐낼 수 있다. (204쪽)
기존의, 분석적 사고를 벗어나기 위해 그러한 사고를 내려놓고 전혀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기 위해선 살짝 멀리 떨어져 바라볼 필요가 있다. 현대 문명 대부분은 분석적 사고의 귀결이니, 유연한 사고를 위해선 그런 것들과 떨어져 있어야 한다.
"인터넷은 세상에서 가장 큰 슬롯머신이고, 스마트폰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슬롯머신이다." - 데이비드 그린필드(인터넷과 기술중독센터, 정신의학자) (171쪽에서 인용)
책은 유연한 사고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만, 명상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바람에 책의 논리가 조금 이상하게 비춰질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석적인 접근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현대의 많은 문제들, 혹은 개인의 난관이나 고통들에 대응하기 위해 유연한 사고는 분명 필요한 건 사실이다.
수만 명의 입원환자들에 관한 10년 치 자료를 조사한 후 이 연구에서 밝혀낸 바에 따르면, 고위험 급성 환자가 30일 내에 사망할 확률은 최고의 의사들이 학회 출장 등으로 자리를 비웠을 때 3분의 1이 더 더 낮아졌다. (218쪽)
 | 유연한 사고의 힘 -  레너드 믈로디노프 지음, 김정은 옮김/까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