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Thinking/전략경영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Digital Transformation의 어려움

지하련 2019. 11. 16. 18:59



십수년 전 오프라인 기업들을 인터넷 환경에 적응시키고 변화시킨다는 개념의 e-transformation라는 단어가, 최근 Digital Transformation라는 단어로 확장되었다. 실은 많은 기업들이 이미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여 비즈니스를 수행하고 있지만, 아직도 Transformation을 이야기한다는 건 그만큼 제대로 디지털 환경에 변화하지 못했음을 뜻하고 동시에 이것이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는 걸 의미한다. 그리고 실제 실무자로서 이러한 Digital Transformation project를 수행한다면 홍수나 태풍으로 난장판이 되어가는 어떤 장소의 한 복판에 자신이 있음을 알게 될 지도 모른다. 차라리 Innovation이 나을 지도 모른다. Innovation이라고 하면, 한없이 어려운 것이어서 지켜보는 이들의 공감이라도 얻을 수 있거나, 또는 극히 제한적인 의미로 해석되어 어떤 기술이나 혹은 전략적인 측면만을 뜻하지만, Digital Transformation은 디지털 비즈니스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일종의 Change Management이면서 동시에 Innovation까지 포괄하고 있어 참여하는 이들을 곤혹스럽게 만든다. 


내가 갑자기 블로그에 이 이야기를 하는 건 우연히 신문을 읽다가 이 단어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Digital Transformation에 대해서는 얼마 전 읽은 맥킨지의 해리 로빈슨 혁신 전문가 인터뷰 "디지털 혁신 도전 기업 70%가 실패한다"시사하는 바가 있었다.


70%이라는 통계는 이미 IT나 Digital 업계에는 상당히 낯 익은 통계 수치다. 왜냐면 Gartner에서는 이야기하는 IT Project 실패율이 평균 70% 수준이기 때문이다(그러니 당신이 지금 수행하는 Digital Project, 아니 SI가 납기를 못 맞추더라도 너무 낙담하지 마라. 이미 전세계적으로 IT 프로젝트의 10개 중 7개는 납기를 못 맞추고 이것들 중 일부는 아예 폐기되니까. 구글에서 'gartner it project failure rate'으로 검색하는 나온다. 아예 자동 완성으로 등록까지 되어있다.)



"5~10년 전만 해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기업의 오래된 사업모델에 신기술을 적용하는 걸 의미했다. 하지만 일하는 방식을 바꾸지 않은 채 기술만 덧붙이는 이노베이션으로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트랜스포메이션은 조직 운영의 모든 과정을 완전히 바꾸고 디지털화한다는 점에서 더 총체적이다. 비즈니스의 핵심 기술과 시장 접근 방식, 고객과의 관계 등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분석해보니 도전하는 기업의 70%는 실패한다. 우선 (CEO가) 과감하고 명확한 목표를 잡지 못할 때 실패한다. 둘째로는 트랜스포메이션을 지속할 정도로 조직이 건강하지 않을 때다. 셋째는 트랜스포메이션에 맞게 경영 목표를 정립하지 못해도 실패한다. 마지막으로 직원들이 참여하고 주도하고 실행해야 하는데 이게 충분히 잘 되지 않을 때다. 이래서 상당수 기업이 '파일럿의 함정(pilot trap)'에 빠진다." 


"보통 기업들은 일부 사업부에서 트랜스포메이션을 시작한다. 그런데 이 파일럿 프로젝트가 끝날 때쯤 경영진이 착각한다. 한 번 해본 거로 기업의 트랜스포메이션이 끝났다고 보고 멈춰버린다. 그 수준을 뛰어넘지 못하고 방향을 잃어버리는 상태를 파일럿의 함정이라고 말한다." 

- 해리 로빈슨의 인터뷰 내용 중 일부




이 기사를 읽고 검색해보니, 최근 들어 맥킨지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자주 이야기하고 있었다. 어쩌면 이것을 디지털 전략 컨설팅의 마케팅 포인트를 잡은 듯 싶다. 하지만 실은 많은 기업들이 컨설팅을 받지만,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는 것처럼 컨설팅 결과와 그것의 실행은 전혀 다르다. 대형 IT Project의 일부는 앞 Consulting을 통해 전략 방향과 실행 아이템을 수립한다. 하지만 그것과 무관하게 대체로 험난한 과정을 거친다. 그만큼 어려운 과정이라고 하면, 너무 쉬운 일반화일까. 


해리 로빈슨은 명확한 목표의 부재, 건강하지 못한 조직, 경영 목표와 Digital Transformation과의 부조화, 직원들의 적극적인 참여 부재 등을 실패 원인으로 지적하였다. 맞는 이야기다. 나 또한 이와 비슷한 이유로 여러 프로젝트가 어려운 과정에 놓이는 것을 직접 경험하였다. 내가 생각하는 실패의 가장 큰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Digital Transformation의 실패는 기술적인 이슈가 아니다. 전적으로 경영 상의 이슈이며 조직과 구성원의 이해부족으로 오는 것이다. (하지만 실패하고 난 다음에는 모두 기술적인 문제로 환원하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이 실패로부터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2. 분명한 목표와 이에 따르는 기대효과를 예측한 다음, 프로젝트를 시작하되, (안타깝게도) 시간과 비용은 신축적으로 활용하여야 한다. (정해진 시간과 예산에서 최고의 성과를 달성하는 건 애당초 불가능하다. 간단한 모듈 하나 만드는 건 가능할 것이다. 혹은 단순한 기능만 수행하는 웹채널이라는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체로 6개월 이상 소요되는 프로젝트는 프로젝트 중간에 시장 환경이 바뀔 수도 있고 중간중간 마다 새로운 요구사항이 반영되어야 할 지도 모른다. 그러니 정해진 일정과 비용이라는 개념은 아예 버리고 시작하라. 하지만 이건 불가능하니, 디지털 프로젝트를 그냥 일련의 기업의 성장과 변화의 계단으로 인식하는 것이 좋다.



3. 외부 컨설팅 회사나 기술 기업에게 전적으로 의지하지 마라. 아웃소싱의 허상에서 벗어나라. 외주화의 함정은 너무 명확하다. 그러니 끊임없이 자사의 디지털 역량으로 만드는 과정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반대로 외주를 결정했다면 제대로 된 외주사(혹은 외주 인력)에게 확실하게 믿고 맡겨라. 



4. C레벨의 관심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나친 관심은 독이다. 도리어 이러한 Digital Transformation이 우리 기업에게 어떤 가치를 주고 여기에 참여한 구성원에겐 어떤 성장의 기회를 주는가를 명확하게 인식하게 해주는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디테일한 의사결정이 아니라 제대로된 의사결정이 아래로부터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았다. 최근 몇 년 간 제법 규모있는 프로젝트를 경험하다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든다. 다음엔 좀 더 정리된 버전으로 올려볼까. 시간이 된다면 말이다. 



(2021년 1월 5일 잡담. 제대로 정리된 버전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구나. 다시 한 번 되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