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문학

수도원 맥주 유럽 역사를 빚다, 고상균

지하련 2020. 1. 13. 01:59




수도원 맥주 유럽 역사를 빚다

고상균(지음), 꿈꾼문고 


 


책을 읽고 난 다음, 맥주 생각이 나긴 했다. 하지만 젊은 하루키의 소설만큼은 아니다. 맥주를 간절히 원하게 만드는 건 역시 맥주 소개서가 아니다. 와인 가이드를 보며 와인 생각이 간절해지지 않듯이. 


수도원 이야기(혹은 종교이야기)와 맥주 이야기를 섞어놓았다는 점에서 흥미롭지만, 역사책도 아니고 전문적인 맥주 소개서적도 아니다. 이 둘 사이에 걸쳐있는 산문집 정도. 루터의 부인이자, 한때 수녀이기도 했던 카나리나 본 보라의 맥주 제조 실력이 뛰어났다는 이야기는 특히 흥미롭다. 


전체적으로 쉽게 읽히고 재미있지만, 나같은 독자에겐 적당하지 않다. 그냥 맥주 전문 서적이었으면 더 흥미진진했을 텐데, 맥주 이야기와 수도원 이야기가 번갈아 나오며 자주 애매해지는 책이다. 그러나 서양이나 동양이나 언제나 술은 골치거리였음을 이 책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나에게도 그런가?). 



6세기 이후 영국 수도원에서는 과음으로 해롱거리는 수도사들에 대해 엄격한 규율로 다스렸다. 


'성가를 부를 때 혀가 풀린 자는 12일 동안 속죄해야 한다. 구토를 할 정도로 만취한 자는 30일간 속죄한다. 성찬 빵마저 토할 만큼 심하게 마신 자는 90일간 속죄한다. 속죄 기간 중에는 빵과 물만 제공된다.'
- 중세 영국 수도원 계율 중에서 

(91쪽 ~ 92쪽) 






수도원 맥주 유럽 역사를 빚다 - 6점
고상균 지음/꿈꾼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