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LP바의 방랑

지하련 2020. 4. 14. 23:25

(신림동 우드스탁. 어두워서 사진이 엉망이다.)



"내 나이 열아홉 살, 그때 내가 가장 가지고 싶었던 것은 타자기와 뭉크화집과 카세트라디오에 연결해서 레코드를 들을 수 있게 하는 턴테이블이었다. 단지, 그것들만이 열아홉 살 때 내가 이 세상으로부터 얻고자 하는 전부의 것이었다." - 장정일, <아담이 눈 뜰때> 




턴테이블에 레코드판. 이것도 꿈이라면 꿈이었다. 하지만 서재에 있는 턴테이블과 레코드에 먼지가 쌓이기 일쑤다. 들을 시간도 없고 같이 들어줄 사람도 없다. 무관심해졌다. 음악을 듣는다고 삶이 윤택해지면 좋겠지만, 딱히 그렇게 되진 않더라. 하지만 그래도 마음 편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음악을 들으며 술을 마셨다. 아는 음악이 나왔고 모르는 음악이 흘러갔다. 그 선율을 따라 알코올도 내 혀와 식도, 혈관으로 퍼져나갔다. 세상이 꿈결같이 변해가는 시간,들이다. 그리고 몇 시간이 지나면 나는 터질 듯한 두통과 뒤집힐 것같은 복통을 안고 뒹굴테지만, 어차피 그것이 시간을 따라 흘러갈 것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에 대해 길게 적고 싶지만, 그럴 시간도 여유도 없다. 다만 지금은, 그냥, 자유롭고 싶다. 이것, 저것으로부터. 


결국 20세기 초 방탕적인 삶을 살았던 그 철학자들이 이야기했던 '실존'일테지만.... 


몇 년 동안 압구정, 역삼동, 신림동에 있는 LP바를 한 두 번씩 갔구나.  또 다른 지역엘 한 번 가봐야하나. 하긴 같이 갈 사람도 마땅찮은 판에, 어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