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예술가

메리 카사트 Mary Cassatt

지하련 2020. 5. 23. 09:14

Mary Cassatt (American, 1844 - 1926). Young Mother Sewing, 1900. Oil on canvas. 

https://www.metmuseum.org/



마음이 따뜻해진다. 봄날의 바느질. 아이의 표정에서는 날 왜 보느냐는 듯하면서도 맞은 편에 대한 궁금함이 묻어난다. 창 밖은 푸르고 집 안은 고요하다. 엄마와 아이 뒤에 있는 꽃화병은 흥미로운 오브제다. 저 화병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상당해 보인다. 잠시 저 곳에 나도 앉아있었으면! 


메리 카사트Mary Cassat. 미국 출신의 인상주의 예술가. 그리고 대단한 명성을 누렸던 여성 화가(역사상 거의 최초에 가까운). 평생 독신이었으며 에드가 드가가 죽을 때까지 교류했던 이였다. 작업실도 5분 정도 거리였고 둘 다 공통점이 많았고 취향도 비슷했다. 이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은 것이 도리어 이상할 정도랄까. 고흐가 쓴 몇 개의 편지 안에는 드가의 성적 자제력에 대한 언급이 있기도 했고 그 당시가 성적으로 개방적이지 않았다는 점으로 인해 이런 추정을 하는 것이다. 또한 그 둘 사이의 사랑이 있었을 법한 흔적도 없으니. 심지어 서로의 예술 세계를 지지하며 서로의 작품 판매를 도와준 관계라는 이야기까지. 


인상주의 초기부터 참여한 화가이며(파리에서의 초반 시도는 실패였고 이 때 드가가 그 당시 악명을 떨쳤던 인상주의 전시에 메리 카사트를 소개했다), 미국에서는 지금도 대단하다. 도리어 다른 인상주의 화가들 - 모네, 르느와르, 세잔 등 - 으로 인해 그 명성이 퇴색되는 감이 없진 않지만, 적어도 19세기 말 보수적인 사회, 문화적인 환경, 그리고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화가로 자리매김했다는 것만으로도 놀랍다. 더구나 작품은! 여느 인상주의자들 못지 않게 그 탁월함을 잃지 않는다. 인상주의 전시 초반에는 악평을 거듭하던 파리의 미술 비평가들도 '드가와 메리 카사트'는 인정했으니까.(그래서 상대적으로 밀리는 건가. 초반 악평이 집중되었던 모네는 최고의 인상주의 화가라는 명성을 얻게 되었으니) (*)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작품을 반가운 마음에 블로그에 올린다. 



* 메리 카사트가 프랑스 파리로 와서 그림을 배운 이가 바로 장 레옹 제롬(Jean-Leon Gerome)이다. 그 유명한 아카데미 미술의 대부랄까, 아니면 꺼져가던 아카데미 미술의 마지막 거장(?). 하지만 서양미술사 책에선 거의 언급되지 않는 화가이기도 하다. 메리 카사트가 그림을 배우던 시절, 파리에서 가장 대단했던 화가였다. 어쩌면 그녀의 스승으로 인해 파리의 미술 비평가가 인정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언급해둔다. 하지만 정식 코스로 배운 것은 아니라 일종의 사교육 과정으로 배웠다고나 할까. 지금도 그런 교육 과정은 한국에도 정말 많다! (한국 현대 미술의 폐해들 중 가장 심각한 폐해 중 하나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