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독한 술의 위로

지하련 2020. 6. 21. 12:53

작년에 알게 된 술들이 몇 가지 있다. 탈리스크나 라프로익 같은. 그러다가 가장 입에 맞는 술은 아드벡이었다. 일을 하다 스트레스로 인해 폭발 지경에 이르러 사무실 근처 위스키바에 가서 위스키를 마셨다. 나이가 들면 안정적이 되고 쉽게 솔루션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건 어느 정도 사실이긴 하다. 하지만 그걸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스트레스와 긴장 속에서 살아간다는 걸 몰랐다. 어찌되었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고, 그것이 나라는 사실은 내 일상을 참 피폐하게 만든다. 


주장, 혹은 그것에 따른 실행, 한 마디로 권한 뒤에는 책임이 따른다. 하지만 앞의 것에 대해서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싶어하지만, 뒤의 것에 대해선 갖고 싶어하지 않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들의 학교에서는 '책임'에 대해서 제대로 된 교육을 해야 한다. 내 경험 상 한국은 책임에 대해 제대로 된 교육을 하지 못한다. CEO의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특정 사업부의 폐쇄 결정이 내려지는 경우, 그것에 대해 회사도 일정 부분 책임을 지지만, 해당 사업부에 다니는 사람들 대부분은 옷을 벗는다. 반대로 특정 사업부의 지속된 실수나 실패로 회사가 휘청거리기도 한다. 이 때는 회사나 CEO가 책임을 진다. 과도한 책임감은 느린 의사결정이나 과감한 도전을 저해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그러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다. 하지만 내 경험 상 한국은 '책임'에서 자유로운 이들이 너무 많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단어가 아직도 호소력을 지니는 이유는 여기에 있을 것이다. 


답답할 땐, 술이나 마시자. 


첫 잔은 아드벡 텐이었다. 역시 이 녀석은! 


두 번째 잔은 이 녀석이었다. 싱글몰트 20년산 치고 상당한 가성비를 자랑하는 위스키다. 상당히 부드럽고 향도 우아하다. 


몇 잔 더 마시고 싶은 유혹이 심장 깊은 곳으로부터 뭉게구름처럼 올라왔으나, 다음을 기약하며 어두운 위스키바를 나왔다. 이 때 간 곳은 역삼동 델라마노였다. 시가와 위스키를 함께 할 수 있는 곳이다. 


독한 술 생각이 난다면, 언제나 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