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일요일, 낮잠 자는 고양이

지하련 2020. 8. 16. 14:30




오랜만에 여름 태양이 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밀었지만, 낯설기만 하다. 몇 달만에, 코로나 등으로 인해 가지 못했던 도서관에 가 책을 반납했다. 빌린 책을 거의 읽지 못했고 최근 산 책들은 서가에 그대로 가 잠들었다. 실은 무슨 책을 구입했는지도 잊어 버렸다. 올해 초 수주했다고 신나했던 프로젝트들은 한결같이 어려움에 처했고, 누군가가 해야 할 일들은 모두 내가 해야 하는 일이 되었다. 심지어 일로 인한 스트레스는 너무 심한 나머지, 나로 하여금 악몽을 꾸게 했고, 술만 마시면 취하게 하였다. 


그리고 오늘, 모처럼, 일요일, 시립도서관에서 구립어린이도서관으로 가는 길, 나는 결국 아들과 티격태격했다. 나이가 무슨 소용일까. 결국 다들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한다. 다만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상대방을 능수능란하게 설득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 (나는 어디일까) 


나는 아들과 조금 떨어져 쉬는 동안, 그 곳에서 고양이를 만난다. 어린이도서관 벤치에서 낮잠을 즐기는 고양이. 그 고양이를 보면서 문득 오늘 일요일이었음을 깨달았다. 


오늘 일요일이었구나. ... 오늘 출근하지 않는 날임을, 잠시 쉴 수 있는 날임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