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 나가 일을 해야 하는데, 그냥, 살짝 가슴 떨리며, 내일로 미루어버렸다, 집에서 하겠다고 마음 먹었으나, 오후 내내 잠만 잤다, 이 더위 속에서. 뒤늦게 일어나 중국집에 저녁을 시키곤 바닥에 누웠다. 핸드폰을 손에 들고. 핸드폰이 없었을 땐, 뭘 들고 누웠을까.
특별함이 없는 일상 속에서 뭔가 특별함을 바라는 게 이상한 일이다. 회사 일도 그렇고 사람 관계도 그렇고 내 머리나 가슴도, 아무렇지 않게 식어간다. 뭔가 가치있는 일을 할 수 있을까, ...
지난 프로젝트에선 두 명의 직원이 회사를 그만 두었고 한 명의 프리랜서는 일을 대강 하고 그만 두었다. 고객사로부터는 인정을 받았지만, 나도 그렇고 참여한 멤버들도 힘들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PM을 교체했고 프리랜서 기획자도 바꾸고 몇 명의 멤버들도 그만 두었다. 프로젝트 초반 일을 해놓지 않아 이번 여름은 저 더위만큼이나 일이 많을 것같다. 그리고 내가 관여하는 다른 프로젝트는 요구사항이 정리되지 않고 늘어나는 바람에 나도 들어가 챙겨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사람을 계속 찾고 있으나, 지원하는 이는 드물고 ...
그 사이 몇 년만에 원고 하나를 부탁받아 썼고 그 핑계로 몇 권의 책을 읽었으며, 원고를 다 쓰곤 여름 휴가를 다녀왔다. 그것도 내가 운전을 해서. 그나마 운전이 익숙해진 건 다행이랄까. 코로나로 인해 저 남쪽 바다 앞 고향에 내려가지 못하고 있으며, 이제 나이도 들고 체력도 예전만 못해, 내 생의 열정도 이젠 얼마 남은 것같은 기분이랄까.
술이나 줄여야 되는데, 그나마 남아있는 열정이라곤 그것 밖에 없으니.
올해 참 좋았던 양혜규나 메이플소프 전시엔 대해선 한 줄도 적지 못했구나. 양혜규의 작품은 이제 현대미술에서도 밀리지 않음을 보여주었다고 할까, 정말 대단한 전시였는데 말이다.